고요한 밤바다. 단조로운 파도 소리만이 끝없이 깊은 어둠 속에서 솟구쳤다가 사라져 간다.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차가운 방파제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그 거대한 어둠을 말없이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 P-1
아무리 발버둥쳐본들 인간은 인간일 뿐, 신이 될 수는 없다. 신이 되려는 욕망이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인 한 그것은 불가능하다. - P-1
신이 아닌 인간이 대체 무슨 수로 미래를 완벽하게 예견하고, 인간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우연을 완벽하게 계산하고 예상해낼 수 있단 말인가……. - P-1
사고가 한 방향으로 굳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줄거리가 아니다. 전체적인 틀이다. 그 틀 안에서, 그때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늘 유연할 것. 성패는 지적 능력과 기회와 그리고 운에 달려 있다. - P-1
심판. 그렇다, 심판이다. 그는 그들에게 복수의 심판을 내리려 한다. 법을 넘어선 심판. - P-1
"나카무라 치오리, 그 사건......." 밴의 목소리가 작게 오그라들었다. "그래. 작년 1월, 우리가 실수해서 죽게 만든 후배, 그 나카무라 치오리 말이야."
앞쪽만 조금 피우다 만 라크가 푸른 타일 바닥 위에서 보라색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엘러리와 밴은 꼼짝도 하지 않고 누운 ‘최후의 피해자‘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물론 나도 믿고 싶지 않아. 나로서는 그 이유가 아니면 설명이 안 돼. 나카무라 치오리는 나카무라 세이지의 딸이라고."
처절한 경련과 함께 위로 향한 그의 사지가 허공으로 올라가더니 "탁" 하고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그것이 포의 최후였다.
"반년 전, 이 섬에서 일어난 사건의 범인은 세이지, 바로 그 사람이었어. 그는 행방불명이 된 정원사, 아니면 자신의 나이, 혈액형이 일치하는 남자를 찾아서 불태워죽이고 그 자신은 살아남은 것이지. 그렇게 하여 딸을 죽인 우리에게 복수를......."
그것은 부엌 바닥에 있는 작은 창고 안에 있었다. 창고 자체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세로 80센티미터, 가로 1미터 정도 크기의 뚜껑이 덮여 있었다. 손잡이를 당기자 간단히 열렸다.
엘러리는 그 컵을 들고 마루에 엎드렸다. 오른손을 창고에 밀어 넣고 중앙 구멍에 컵을 집어넣었다. "꼭 들어맞는군." 십일각형 열쇠였다.
"십각형 속의 십일각형, 그것이 뭔가를 암시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중얼거리던 밴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혹시 열한 번째의 방이 있는 게 아닐까?" "바로 그거야!"
그때 건물의 어딘가에서 딱딱한 물건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그것과는 다른 생명체가 탄식하는 것 같은 소리. 조용한 그 소리는 이윽고 조금씩 팽창되고 커지더니....... 잠시 후 십각관은 불길에 휩싸였다. 하얀 건물이 투명한 적색으로 감싸여 갔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 대기를 울리는 굉음, 미친 듯이 솟구치는 거대한 불길은 밤하늘을 흐르는 구름 조각을 향하여 맹렬한 기세로 달려갔다....... 그 불길은 바다 건너 S해안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칙칙한 색을 띠고 이미 원형을 상실한 고깃덩어리, 노출된 황백색 뼈, 휑하니 구멍이 뚫린 눈......, 그것은 거의 백골로 변한 인간 사체였다.
고기가 썩는 냄새였다. 생물이 썩어가는 냄새였다. 더욱이....... 엘러리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전등을 고쳐 잡고 열린 문 저편으로 이어지는 어둠 속을 향해 나아가며 전등을 비췄다.
"나쁜 소식이야. 십각관에 불이 난 것 같아." "뭐......뭐라고?" "모두 죽은 것 같다." "뭐라고? 설마, 농담하는 거지. 만우절은 내일이야."
"그렇게 사방으로 냄새를 맡았으면서도 결국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어. 섬에 있는 녀석들에게 한마디 조심하라는 말이라도 했더라면......."
"당했어." 창 밖으로 눈길을 던진 채, 시마다가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듣고 두 사람이 ‘엣?‘ 하고 고개를 돌리자,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은 물론 사고가 아니야. 살인이지, 복수야."
2026.06.27 오전 9시 29분83% "젠장, 점심 먹기는 틀렸어."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코를 틀어막고 있던 손수건을 떼고 불어오는 소금 내음 섞인 바람을 가슴 가득 들이켰다.
"나 역시 그래. 말로는 세이지가 살아 있고, 섬에 있는 젊은이들이 위험하다고 정색을 했지만, 단지 그것뿐이었으니까. 그들이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결정적인 증거라도 나왔으면 몰라도, 단순한 추측으로 여기까지 찾아오긴 했지만 바다를 건너 섬까지 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까?"
"그들을 이 기회에 섬에서 모두 죽여야만 할 다른 동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 것 같아요. 가장 혐의가 짙은 사람은 고지로 씨입니다. 그렇지만 시마다 씨, 그것 역시어디까지나 억측에 지나지 않나요?" "맞았어, 모리스."
"그래. 친구로서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나는 역시 고지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 그는 딸을 잃었어. 가까이할 수 없는 연인과 자신을 이어주는 유일한 가교를그런 식으로 잃어버린 거야. 게다가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가 했던 말 그대로, 그 연인조차 형 손에 죽임을 당하고 말았어. 이 정도면 충분한 동기가 되겠지. 고지로는 십각관의 전 소유자였어. 어떤 연유로 딸을 죽인 학생들이 그곳에 간다는 것을 알았다고 보아도 무방할 거야. 그리고 세이지가 생존해 있는 것처럼 은근히냄새를 피우고, 사람들 시선을 그쪽으로 몰고 감과 동시에 자신의 울분을 세이지의 이름으로 토로하는 그런 편지를 보낸 거야.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도 편지를 보내고. 스스로를 피해자 중 하나로 보이게 하기 위해......."
사체는 모두 손상이 심했고, 한 구를 제외하고 모두가 불이 나기 전에 죽임을 당했던 것 같아요. 나머지 한 구 사체는 아무래도 자살인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스스로 등유를 흠뻑 덮어쓰고, 게다가 그 방에서 불이 난 것 같습니다. 아직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가 다른 사람을 모두 죽이고 자살하지 않았을까....... 아직 비밀로 해주세요. 그 친구 이름이 뭐라더라."
부장은 종잇조각을 다시 한번 보았다. "아, 마츠우라...... 마츠우라 준야. 물론 잘 알겠죠?"
"어떤 사람인지 한마디로 말하기에는 좀....... 이번 4월부터 법학부 4학년이 됩니다. 성적은 우수하고, 분석력이 뛰어나며, 말솜씨도 좋습니다. 좀 특이한 성격이긴하지만......."
"경찰에 끈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잖아? 가와미나미, 소개하지. 현 경찰의 시마다 오사무 부장."
"호오, 대가의 이름이군요. 모리스라면 모리스 르블랑?" 부장은 내친김에 물었다. 모리스는 눈썹을 꿈틀하면서 "아니오." 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면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밴 다인입니다."
"아, 마츠우라 준야에 대해서인데, 만약 이번 사건이 그의 소행이라고 한다면, 그럴 만한 동기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글쎄요. 저로서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하필이면 엘러리가 그런......?" "누구라고요?" "아, 마츠우라예요. 엘러리라는 별명으로......." "엘러리? 그럼 작가 엘러리 퀸에서 따온 게로군."
모리스 교이치는 일순 불안에 사로잡혔지만, 금방 마음을 가라앉혔다. ‘괜찮아. 그는 아무것도 몰라. 눈치챌 리가 없어. 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
"이 가운데 그들이 츠노시마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어느 정도인가요?" 모리스와 가와미나미 두 사람이 손을 들었다.
"예. 저의 백부가 부동산업을 하는데, 이름은 다츠미라고 해요. 그 섬을 샀습니다. 그래서 백부에게 부탁하면 될지도 모른다고....... 다
"그럼 5명을 죽인 사람은 마츠우라 선배이고, 그다음에 자살했다는 말씀이군요?" 원 한 사람이 물었다. "그런 셈이죠. 세 사람의 독살에 사용된 독극물의 입수 경로는 그의 친척이 0시에서 약국을 하고, 그가 그곳을 자주 드나들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수사진은 그렇게 추정하는 실정입니다. 단, 동기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에게 참고가 될 만한 이야기를 들어볼까 하고 이렇게 모이게 한것입니다."
"그런 의견은 이전부터 그들 사이에 있었어요. 이번에 우연히 줄이 닿아서 십각관에 머물게 된 것입니다......." 모리스가 말했다.
부장이 단호하게 그 가능성을 부정하자 모리스는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올 뻔한 안도의 한숨을 목 안으로 삼켰다.
‘만일 그때 최후까지 곁에 남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후회하고 자책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그 여섯 명을 저주했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 눈을 피해 둘은 사랑을 나누었다. 조용히, 그러나 깊게.
"그래서 나는 르루에게, 아니, 히가시에게 이야기했습니다. 히가시는 이번에 편집장을 맡게 되었고, 모임 리더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는 늘 마츠우라와 의논하여 일을처리했습니다."
바라는 것은 오로지 복수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명확한 의지 하에, 더욱이 살인이라는 수단으로 꼴을 갖추게 된 것은 백부 다츠미 마사아키가 십각관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안 그때부터였다.
바라는 것은 오로지 복수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명확한 의지 하에, 더욱이 살인이라는 수단으로 꼴을 갖추게 된 것은 백부 다츠미 마사아키가 십각관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안 그때부터였다.
이야기가 결정되자, 그는 준비 담당을 자청했다. 그리고 여섯 명의 사정과 기상대의 장기예보를 살피면서 날짜를 검토했다. 계획상, 하늘이 맑고 파도가 잔잔한 날이어야 한다. 다행히 3월 하순은 맑은 날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예보에 의지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지만, 만일 결행일이 되어 악조건이 겹쳐진다면 중지해버리면 된다. 이렇게 하여 3월 26일부터 일주일간이라는 일정이 정해졌다.
침구와 식료품, 그 외 많은 필수품을 갖추었다. 업자에게 빌린 침구는 여섯 명분이었다. 섬에 가는 그들에게는 자신도 참가할 것이라 말해두고, 그 외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자신은 동행하지 않을 것이고 섬에 가는 사람은 여섯 명뿐이라는 인식을 가지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다행히 두 사람의 관심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로 향하고 있었다. 적어도 여섯 명의 뒤를 따라 그 섬까지 갈 염려는 없는 것 같다. 가능한 한 자신의 존재를 한계 짓기 위해 ‘안락의자 탐정‘이란 말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시켜 두었다.
그들은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간 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육지에 연락을 취할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떤 불길한 예감도 품지 않고 일상을 떠난 모험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
생각대로 가와미나미는 먹이에 달려들었다. 그날 바로 나카무라 고지로의 집까지 찾아갔다고 했다. 그러나 거기서 그가 알게 된 시마다 기요시라는 남자의 등장에 조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시마다를 향해 내뱉었던 엄하기 짝이 없었던 그 말은 본심이었다. 특히 치오리의 출생 문제를 그가 조사하려 한다는 것을 아는 순간,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새벽녘에 섬으로 돌아갔다. 십각관 방에 도착한 후 잠시 어둠 속에서 가슴을 가라앉혀야 했다.
홀에 숨어들자마자 바로 오르치의 방으로 향했다. 여섯 명에게는 숨기고 있었지만 십각관의 마스터키를 백부에게 받아 두었던 것이다. 그것으로 문을 따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재빨리 목에 끈을 감아 있는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츠노시마에서 O시까지 여정은 전날 이상으로 괴롭고 힘들었다. 도중에 몇 번이나 이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었는지 모른다....... 자신의 여윈 몸속 어디에 그런 힘이감추어져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불가사의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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