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언제나 진정으로 논의하지 않는다. 서로 상대의신경을 건드리지 말아야지 하고 최대한 조심하면서, 자신의신경도 소중히 감싼다. 허튼경멸을 당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한번 상처 입으면, 상대를 죽일까, 내가 죽을까, 기어이 이런 생각까지 골똘히 한다. 그래서 다투는 걸 싫어한다. 그들은 - P127

적당히 얼버무리는 말을 많이 알고 있다. 아니라는 한마디 말조차, 열 가지쯤은 너끈히 가려 써 보이리라. 논의를 시작하기전부터 이미 타협의 눈동자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마지막에웃으며 악수하고는, 속으로 서로에게 함께 이렇게 중얼거린다. - P128

멍청한 녀석! - P128

좋은 문장 하나를 얻었다. "엠마는 횃불을밝히고 한밤중에 혼례를 올리고 싶었다." - P129

"안심이 돼, 지금 뛰어들면 이제 아무문제없어. 빚도, 공부도, 고향도, 후회도, 걸작도, 수치도, 마르크시즘도, 그리고 친구도, 숲도 꽃도, 이제 아무래도 좋아. 이걸 깨달았을 때, 난저 바위 위에서 웃었지. 안심이 돼."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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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친구들 대여섯 명과 함께 수업을 빼먹고 솔숲 뒤에 있는 늪 언저리에 드러누워여학생 이야기를 하거나, 다들 기모노를 걷어 올리고 거기에 어렴풋이 자라기 시작한 털을 서로 비교하며 놀았다. - P42

우리들 오른쪽 새끼발가락에는눈에 보이지 않는 빨간 실이 묶여 있는데, 술술 길게 내뻗은그 실 한쪽 끄트머리는 반드시 어떤 여자아이의 같은 발가락에 묶여 있다. 두 사람이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그 실은 끊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가령 길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그 실은 엉키는 법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여자아이를 신부로 맞이하도록 되어 있다. - P57

"아부지."
스와는 아버지 뒤에서 불렀다.
"아부진 와 사는가요?" - P78

"모르겠는기라."
스와는 손에 들고 있던 참억새 잎을 씹으면서 말했다.
"뒈지는 편이 좋은긴데." - P79

"그런기라 그런기라."
스와는 그런 아버지의 흐리멍텅한 대답이 하도 어처구니가없어, 참억새 잎을 퉤퉤 내뱉으며,
"바보, 바보!"
하고 소리쳤다. - P79

추석이 지나 찻집을 거두고 나면 스와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시작된다. - P79

즉 그때까지의 스와는 콸콸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많은 물이 떨어지면 언젠간 꼭 없어져 버릴 게 틀림없어,
하고 기대하거나, 폭포 모양은 어째서 이렇듯 늘 똑같을까? 의아해하곤 했다.
그런데 요사이, 조금 생각이 깊어졌다.
폭포 모양은 결코 똑같지 않다는걸 발견했다. 물보라가 튀어오르는 모양이건 폭포의 너비건 눈이 어질어질하게 바뀌고있다는 걸 알았다. 마침내 폭포는 물이 아니야, 구름이야, 이것도 알았다. 폭포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하얗게 뭉게뭉게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아 그렇다고 여겼다. 무엇보다 물이이토록 하얘질 리가 없지, 라고 생각했다. - P77

초겨울 찬바람에 아침부터 산이 험해지면서 오두막에 내건 거적이 둔탁하게 흔들리던 날이었다. 아버지는 이른 새벽부터 마을로 내려갔다. - P80

밤이 되자 바람이 그치고 으스스추워졌다.이렇듯 묘하게잠잠한 밤엔 산에서 어김없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산도깨비가 거목을 베어 넘어뜨리는 소리가 우지끈 들리거나, 오두막 - P80

입구에서 누군가 팥을 씻는 듯한 소리가 사그락사그락 귓전을울리거나, 먼 데서 산사나이의 웃음소리가 또렷이 울려 퍼지기도 했다. - P81

그러고 나서 머지않아 옥사했다. 하책을 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P100

눈보라 소리
나를 부른다

바람 소리겠지. 나는 거침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갇혀 있는
나를 부른다 - P103

길지 않은 목숨
나를 부른다 - P104

1896년 6월 중순, 런던박물관 부속 동물원 사무소에, 일본원숭이가 도주했다고 보고되었다. 행방불명이다. 게다가 한 마리가 아니었다. 두 마리다. - P111

옛날 옛날 이야기 들려줄까나.
산속에 상수리나무 한그루 있었어.
나무 꼭대기, 까마귀 한 마리와서 앉았어.
까마귀 까악 울자 상수리 하나 톡 떨어졌어.
또, 까마귀 까악 울자 상수리 하나 톡 떨어졌어.
또, 까마귀 까악 울자 상수리 하나 톡 떨어졌어. - P112

회화는 포스터에 불과하다, 라면서 히다를 풀죽게 만들었다. 모든 예술은 사회의 경제기구에서 나온 방귀다. 생활력의 한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걸작이건 양말과똑같은 상품이다. - P122

‘여기를 지나 공몽의 늪‘
1) 이슬비가 많이 내리거나 안개가 짙게 끼어 보얗고 자욱함. - P125

"사상이야, 이봐, 마르크시즘이야."
이 말은 어리숙해서 좋다. 고스게가 그렇게 말했다.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하고, 우유 잔을 고쳐 잡았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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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생각이었다. 올해 설날, 옷감을 한 필 받았다. 새해 선물이다. 천은 삼베였다. 회색 줄무늬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여름에 입는 옷이리라. 여름까지 살아 있자고 생각했다. - P7

내가 못된 일을 하지않고 귀가하면, 아내는 웃는 얼굴로맞아 주었다. - P7

예술의 미는 결국 시민을 위한 봉사의 미다. - P13

꽃을 지독히 좋아하는 목수가 있다. 방해다. - P13

밖은 진눈깨비, 어째서 웃고 있나 레닌동상. - P16

나는 산적. 네놈의 긍지를 빼앗으련다. - P17

메피스토펠레스는 눈처럼 쏟아져 내리는 장미 꽃잎에 가슴과 뺨과, 손바닥이 불타왕생했다고 적혀 있다. - P17

병든 아내여 밀려드는 구름 참억새. - P18

생활.

만족스런 일을 끝내고
한 잔의 차를 마신다
차 거품에 아이
아름다운 내 얼굴이
수도 없이
비치네

어떻게든 되겠지. - P24

ㅅㅌ나내셔츠와 속옷의 솔기에 참깨를 흩뿌린 듯 이가 꾀었을 때,
동생이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는 핑계로 문자 그대로 동생을흠씬 패 버렸다. 하지만 나는 역시 걱정이 되어, 동생머리에생긴 혹 몇 개에 약을 발라주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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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죽기 전에 단 한 번만 쓸게요.
・・・・・스가짱.
그 부인의 이름입니다. - P158

어젯밤 둘이서 술을 마시고 여자를 2층방에 눕힌 뒤, 나 혼자 어머니가 돌아가신 아래층 방에 이불을 깔고 이 비참한 수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 P159

누나.
내겐 희망의 지반이 없습니다. 안녕. - P159

결국 내 죽음은 자연사입니다. 사람은 사상만으로 죽을 수있는 게 아니니까요. - P159

그리고 한 가지, 아주 쑥스러운 부탁이 있습니다. 어머니의유품인 삼베 기모노. 그걸 내년 여름에 내가 입을 수 있게 누나가 수선해 주셨잖아요? 그 기모노를 내관에 넣어 주세요. 입어보고 싶었거든요. - P160

날이 밝았습니다. 오래도록 고생만 끼쳤습니다.
안녕.
간밤의 취기는 말끔히 가셨습니다. 나는 맨정신으로 죽습니다.
한번 더, 안녕. - P160

누나.
나는 귀족입니다. - P160


모두, 내게서 멀어져 간다.
나오지가 죽고 뒷마무리를 끝낸 뒤 한 달 동안, 나는 겨울산장에서 혼자 지냈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에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 편지를, 물처럼 무덤덤하니 써 보냈다. - P161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저의 도덕 혁명의 완성입니다.
당신이 저를 잊는다 해도, 또한 당신이 술로 목숨을 잃는다해도, 저는 제 혁명의 완성을 위해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같습니다. - P163

사생아와 그 어머니.
하지만 우리는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워, 태양처럼 살아갈작정입니다.
아무쪼록 당신도 당신의 투쟁을 계속해 주세요. - P163

M. C 마이, 코미디언.
1947년 2월 7일.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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