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힘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일이 이 세상에 많이 있다는 절망의 벽, 그 존재를난생처음 알게 된 것 같았다. - P102

파괴 사상, 파괴는 슬프고 애처롭고 아름답다.
파괴하고 다시 짓고 완성하려는 꿈. 일단 파괴하면 완성할 그날이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 해도 사랑하기때문에 파괴해야만 한다. 혁명을 일으켜야만 한다. 로자는 마르크시즘에 일편단심 슬픈 사랑을 했다. - P107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 P109

"네, 하나도 안 졸려요. 사회주의 책을 읽고 있으니 흥분되는걸요." - P110

놀리는 투로 말했는데 그 태도에는 어딘가 데카당과 아주흡사한 요염함이 있었다. - P110

42) 데카당(décadent). 퇴폐적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19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의 탐미적이고 향락적인 경향을 지칭한다. - P110

나는 어머니가 지금 행복한 게 아닐까, 하고 문득 생각했다.
행복감이란 비애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희미하게 반짝이는 사금 같은 것이 아닐까? 슬픔의 극한을 지나 아스라이 신기한불빛을 보는 기분. 이런게 행복감이라면 폐하도 어머니도 그리고 나도, 분명 지금, 행복한 거다. 고즈넉한 가을날 아침 햇살 따사로운 가을 뜰 나는 뜨개질을 멈추고 가슴 높이로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 P118

전투, 개시.
언제까지나 슬픔에 잠겨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쟁취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새로운 윤리. 아니, 이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 사랑. 그뿐이다. 로자가 새로운 경제학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었던 것처럼, 나는 지금 사랑 하나에 매달리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예수가 이 세상의 종교인, 도덕가, 학자, 권력자의 위선을 파헤치고 신의 진정한 사랑을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해 주기 위해 열두 제자를 각지에 파견할 즈음 제자들에게 들려준 가르침은, 지금 나의 경우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은 듯 여겨졌다. - P123

전투, 개시.
만약 내가 사랑을 위해 예수의 이 가르침을 고스란히 반드시 지킬 것을 맹세한다면, 예수님은 나무라실까? 어째서 ‘연애‘가 나쁘고 ‘사랑‘이 좋은 건지, 나는 모르겠다. 똑같은 게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랑을위해 연애를 위해 그 슬픔을 위해, 몸과 영혼을 나락으로 내던질 수 있는 사람. 아아, 나는 나 자신이야말로 그 사람이라고주장하고 싶다. - P125

지나칠 정도로 공손하게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찬바람을 맞으며 전투, 개시. 사랑해, 좋아해, 그리워, 진짜 사랑해, 진짜 좋아해, 진짜 그리워. 보고 싶으니까 어쩔 수없어,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어, 그리우니까 어쩔 수 없어. 그부인은 분명 보기 드물게 좋은 분. 딸도 예뻤어. 하지만 나는신의 심판대에 세워진다 한들 조금도 자신을 꺼림칙하게 여기지 않아.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거야, 신이 벌하실 리가 없어. 난 털끝만큼도 잘못한 게 없어. 진짜 좋아하니까 대놓고 당당하게, 그 사람을 한 번 만날 때까지 이틀 밤이건 사흘 밤이건 들판에서 지새우더라도, 기필코. - P128

뜨거운 우동에서 올라오는 김에 얼굴을 묻고 후루룩 우동을 먹으며, 나는 지금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쓸쓸함의 극한을맛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35

아아, 이 사람들은 뭔가 잘못된 거야. 하지만 이 사람들도내 사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떡해서든 끝까지 살아야만 한다면, 이사람들이 끝까지 살기위한 이런 모습도 미워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아아, 이 얼마나 버겁고 아슬아슬 숨이 넘어가는 대사업인가! - P136

"아침이에요."
동생 나오지는 그날 아침, 자살했다. - P145

나오지의 유서.
누나.
안 되겠어. 먼저 갑니다.
난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그걸 도무지 알 수 없어요.
살고 싶은 사람만 살면 돼요.
인간에게는 살 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을 권리도 있을 테죠. - P146

나는 천박해지고 싶었습니다. 강인하게, 아니 난폭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소위 민중의 벗이 될 수 있는 유일한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P147

그렇지 않으면 민중의 방에 들어갈 입장권을 얻을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P147

"헤헤헤, 아무리 잘난 척해 봤자, 똑같은 인간 아닌가?" - P149

나는 좀 더 일찍 죽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어머니의 애정. 그것을 생각하면 죽을 수 없었어요. 인간은 자유롭게살 권리를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권리도 가졌지만, ‘어머니‘가 살아 계시는 동안 죽음의 권리는 유보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건 동시에 ‘어머니 ‘마저 죽이고 마는 일이니까요.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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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족 斜陽族<명사>
급격하게 사회가 변함에 따라 몰락한 명문 가족.

한때는 명문가임을 뽐내며 기세등등했던 그들도 
이제는 사양족의 하나로 전락해 버렸다. → 사양족

사양족〈샤요오조쿠〉
斜陽族
키워드로 여는 일본의 향

1948년 사양족. 1947년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소설 『사양(斜陽)』이 출생배경이다. 이 사양족은 예전에 군 장교였거나 귀족이었던 사람과, 전쟁에서 일본의 패배나 전후에 일본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몰락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샌드위치맨으로 전락한 장군의 아들과 빈곤해지자 절망으로 자살한 사람들이 사양족의 전형들이다. 다자이 자신도 전후에 가세가 기운 귀족 가문 출신으로 1948년 6월에 타마(多摩) 저수지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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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5-27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잊고 있던 책입니다!

대장정 2022-05-27 21:49   좋아요 1 | URL
작년에 만년살때 같이 사놓고 저도 잊고있다 읽었네요. 만년도 읽고 있어요^^
 

눈물이 터질 것 같더니 문득 제 가슴에 리얼리즘이라는 단어, 그리고 로맨티시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제게 리얼리즘은 없습니다. 이런 상태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 P79

저는 요즘 조금씩 살이찝니다. 동물적인 여자로 되어간다기보다 사람다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여름에는로렌스의 소설을 딱 하나 읽었습니다. - P81

"말씀하신 그 행복이라는 것을 저는 잘 모르겠어요. 주제넘은 말씀을 드려 죄송해요. 체호프는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
‘아이를 낳아 주시오, 우리의 아이를 낳아 주시오.‘라고 썼지요. - P83

아시겠어요?
사랑에 이유는 없습니다. 다소 변명같은 말을 많이 했습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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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소위 계급 투쟁의 본질은 그런 데에 있지 않다. 인도주의? 웃기지 마. 난 알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상대를 쓰러뜨리는거지. 죽이는 거야. "죽어 버려!"라는 선고가 아니라면 뭐냐. 얼버무리지 마. - P66

전쟁. 일본의 전쟁은 자포자기다.
자포자기에 휩쓸려 죽는 건 싫어. 차라리, 혼자 죽고 싶어. - P66

인간은 거짓말할 때 으레 진지한 표정을 짓는 법이다. 요즘지도자들, 그 진지함이란 쳇!
- P66

남한테 존경받으려 애쓰지 않는 사람들과 놀고 싶다.
하지만 그런 좋은 사람들은 나와 놀아 주지 않는다. - P66

결국 자살하는 수밖에 도리 없지 않은가.
이렇게 괴로워한들 그저 자살로 끝날 뿐이라는 생각에, 소리내어 엉엉 울고 말았다. - P67

봄날 아침, 두세 송이 꽃망울이 벌어진 매화 가지에 아침 햇살이 비치고 그 나뭇가지에 하이델베르크의 젊은 학생이 목을매어 축 늘어진 채 숨져 있었다고 한다. - P67

한 해 한 해
새끼 학
눈이 먼 채
쑥쑥 커 가네
아아, 포동포동 하구나
(설날에 지음) - P68

몰핀 아트로몰 나르코폰 판토폰 파비날 오핀 아트로핀

마약종류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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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민에 의지했지만 옛 친구 장제스는 미국에 너무 의존했다.
지금은 나보다 미국을 더 원망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약한 자는 버린다.˝
■ 마오쩌둥

** 책 뒷면 **
충칭을 떠나던 날 마오쩌둥은 왕빙난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너 같은 낙천가는 처음 본다. 나는 낙천가를 좋아한다.
나도 낙천가다. 외교관은 너 같은 낙천가라야 한다.˝
시안에 와서 장제스와 담판한 저우언라이의 왕빙난 극찬은 입에 침이 마를 정도였다.
˝왕빙난은 내 수하가 아니다. 내가 의지하는 친구다.
내 왼팔이고 오른팔이다. 나의 귀와 눈, 혀 역할도 혼자서 다 했다.˝
판문점 정전회담을 막후에서 지휘한 리커능이 저우언라이에게 건의했다.
˝미국과 접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서구에 아는 사람이 많고 국제관계에 정통한 왕빙난을 전면에 내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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