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온통 사랑에 빠진 커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남남‘ 또는 ‘여‘ 커플들이었다. 헉・・・ 내가 본 중 성적으로 가장 개방된 나라인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도 그런 모습은 본 적이없었다. 심지어 동성애자들이 모여 산다는 바르셀로나 근처의 유명한 해변가 마을에서도 그렇게 많은 동성 커플들이 북적대며 거리를 활보하는 활기찬(?)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일본 도쿄의 한복판에서 그런 풍경을 만나다니. 게다가 기껏해야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교복 차림의 학생 커플부터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아저씨 커플까지,
나이도 직업도 천차만별인 동성애 커플 수십 쌍이 한 거리에 모여 밤을 즐기고 있는 모습은 한동안 나를 멍하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 P50
한층 더 깊어진 달빛, 비틀거리는 취객들이 늘어난 거리, 신주쿠의 밤 속을 천천히 걸어숙소로 돌아가는데 왠지 약간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익숙한 내 자리를 떠나 새로운 곳에 짐을 풀게 되는 여행의 첫날은 대개 조금은 쓸쓸하기 마련이다. 주말 밤이라 그런지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동성이든 이성이든 다정한 커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나만 혼자라는 생각이 엄습하면서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날 내가 걸었던 도쿄의 밤거리, 내가 느낀 외로움은 잠깐이라면 즐기고싶은, 왠지 나쁘지만은 않은 그런 묘한 것이기도 했다.
약간 쓸쓸하기에 더 어울리는 듯한, 약간 쓸쓸하기에 그만큼 더 아름다워 보이는... 혼자걷는 도쿄의 밤은 그랬다. - P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