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편으로 다른 생각도 들었다. 이번 특집에 한해서는 꼭 그렇게 단언할 수는 없다고. 기묘하게 연동하는 각각의 이야기. 그모든 것이 정확하지 않다고 해도 근저에 무언가 큰 존재가 느껴졌다. 이런 생각이야말로 괴담에서 발견하는 낭만이란 걸까.
"기사 읽고 나서 나도 찾아봤거든. 동네 산책하는 김에 찾아다닌 정도지만. 그런데 적어도 내 생활 반경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어. 그 대신 인터넷에는 잔뜩 있더라고." "그건 나도 알아." 시험 삼아 이미지 검색으로 저주 스티커와 똑같은 걸 올려놓은 페이지가 있으려나 싶어 찾아봤더니 많이 나왔다.
회원도 대부분 E씨와 마찬가지로 동아리 활동에 몰두하는대학생이었는데, 그들과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 E씨에게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몇 년에 걸쳐서 다양한 수단으로 같은 것을 퍼뜨리고 있다니, 살아 있는 인간의 소행이라고 해도 으스스하군."
"사실은 우리, 어떤 동아리에 속해 있는데요. 아무나 들어올 수는 없는 곳이지만, E씨는 워낙 친절해서 꼭 회원으로 모시고 싶네요." 순박한 E씨는 불행하게도 그것이 다단계 판매 단체의 전형적인 꼬드김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런 그들의 감언이설에 귀를 기울이고 말았다. 도쿄를 향한 막연한 동경심을 품고 상경한 E씨의 마음속 틈새로 그들의 속삭임은쉽게 스며들었다.
E씨를 보는 눈은 하나같이 텅 빈 듯 공허하여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공포에 질린 E씨는 파티장을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스마트폰에 E씨를 파티에 초대했던 간부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어제는 고마웠습니다. 무척 즐거운 만남이었습니다. E군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날 밤, E씨가 쉬이 잠들지 못해 침대에서 몇 번이나 뒤척이고 있는데 현관 쪽에서 달카닥, 하는 작은 소리가 났다. 현관 쪽을보니 우편물 투입구가 방 안쪽으로 열려 있었다. 눈이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 눈을 보고 E씨는 파티장에서 자신을 쳐다보던 눈을 떠올렸다. E씨의 모습을 인지했을 그 눈은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았다.
"뭐, 설령 우연이었다고 해도 ‘그런 일‘이라고 하면 그만이야. 그렇게 하면 틀림없이 독자도 기뻐하겠지. 그게 어리석은 일일망정소문이 소문을 불러서 언젠가는 진짜가 되니까."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벽에 투영된 것은 기묘한 그림이었다. E씨의 말을 빌리자면, ‘도리이와 이상한 사람 같은 것‘이 그려진 그림이다. 우아, 하는 환성이 터지고, 잠깐의 정적이 지나간 후 프로젝터 빛 속에서 참석자끼리 봇물 터지듯 저마다 말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E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참석자들은 자기들끼리 . 엉망진창으로 때려박은 단어를 내뱉으며 마치 서로 내용을 이해하는 것처럼 즐겁게 대화 비슷한 행위를 계속했다.
나는 바닥 모를 늪에 발을 들이민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가라앉을까. 무릎일까, 허리일까, 그게아니면 목일까. 더 이상 얽혀서는 안 된다. 본능이 그렇게 경고했다. 하지만 세노는 이 건을 끝까지 좇을 심산 같았다. 그래서 나도마지막까지 그녀와 어울려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그나저나 왜 그런 옛날이야기를 다시 취재하십니까? 제 졸업 연구 이야기도 잡지에는 실리지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아뇨, 아닙니다. 화 안 났어요. 그때는 가가와 씨가 액막이할 수 있는 분을 소개해 주셔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니까요.
그때는 저도 필사적이었습니다. 무섭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가가와 씨가 액막이할 수 있는 분을 소개해 줄 수 있다고 했을 땐 진짜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뭐, 당연한 일이겠지만 가가와 씨가 보기에 저는 많은 취재 대상 중 하나인 모양이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정말이냐, 주목받고 싶어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 이대로면 이야기가 재미없으니까 이 부분을 이런 식으로 과장해서 써도 되냐 등등, 이런저런 말을 들었죠. 어쩐지 제게 일어난 무서운 일을 엔터테인먼트로 보는 것 같아서 당시에는 기분이 좋지않았습니다.
저는 필사적으로 그때까지의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졸업 연구를 계기로 이상한 여자가 내 방에 들어와 버렸다는 이야기도 했고요. 앞으로 취직 때문에 이사를 해야 하는데 그 여자가 이사할 집에는 절대로 따라오지 못하도록 해달라고도 했죠. 그런데 스님이 말하기를 여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적어도 더는 제게 씌지 않았을 거라고요. 다만 아마도 그 여자가 더 성가신 걸 불러들이고 말았으니까 이대로면 목숨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살아 있는 걸 기르세요. 하지만 그게 좋은 방법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후 어떻게 할지는 댁이 정하세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돌아오는 길에 펫숍에 들렀습니다.
초보자에게 권할 만한 게 없냐고 점원에게 물으니 점원이 송사리를 권했습니다. 그리고 점원은 함께 키우라며 새우도 권했습니다. 아세요? 새뱅이라는 민물새우는 송사리와 함께 키우면 송사리가 먹고 남긴 걸먹어서 수질을 정화해 주니까 공생 상대로 좋다고 합니다.
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스님의 당부를 지켰으니, 송사리랑 새우가 저를 나쁜 혼령에게서 지켜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눈에 이상한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애 같은 거?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멀찍이 떨어져서 멍하니 서 있더군요. 하지만 그게 산 사람이 아니란 건 알겠더라고요. 반소매에 반바지를입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초등학생 또래의 남자애였는데, 글쎄요, 아무도 그 남자애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죠.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달까. 제 눈에만 보였습니다.
졸업 연구를 하며 들은, 영감이 있는 사람이 말했던 ‘눈치채지 못한 척하는 게 제일 낫다‘라는 걸 실천한 거죠.
한 달 후, 이번에는 송사리가 한 마리 죽었습니다. 깊은 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서 변기 앞에 서니, 변기 안에 떠 있는 송사리 한 마리가 보였습니다.
저는 정신없이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동네 편의점 가는 길이라고 문을 잠그지 않고 나온 게 천운이었죠. 몸으로 밀어붙이듯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뒷손으로 문을 잠갔습니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더군요.
자세히 보니 자그마한 새우 한 마리의 유해였습니다. 아니, 유해라고 해도 되나. 제가 밟아서 죽은 건지 애초에 죽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다음에는 잉꼬를 키웠습니다. 3년 가까이 살았지만, 창문에 제 몸을 세차게 부딪치더니 날개뼈가 부러져 죽었습니다. 그 후 결혼해서 오래된 단독주택을 사들였습니다. 작년에 6년 동안 키우던 고양이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죽었습니다. 아내는 무척 슬퍼했죠.
방의 수조에는 송사리도 새우도 씩씩하게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그 후 저는 무리해서 이사를 했습니다.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서였죠. 햄스터를 키웠습니다. 햄스터는 1년 후 동면에 들어간 것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개를 키우고 있습니다. 골든리트리버 강아지예요. 남자애요? 예, 지금도 보입니다. 거기 창에서 보이는 큰길 맞은편에요. 이쪽을 보고 있네요. 안 보이세요? 그렇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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