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취재비는 거의 안 나온다는 거지? 괜찮아. 현지 취재 따위 할 생각이 없으니까. 다행히 집에는 방대한 과월호도 있고. 거기서 특집에 쓸 만한 기사를 찾아내서•우려먹으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거야."

입이 찢어질 만큼 활짝 웃는 표정의 여자가 엄청난 높이까지 점프해서 2층 창이나 아파트 베란다 창으로 안을 들여다봅니다.
아이가 있는 집만 들여다본다는데, 우리 반 애들의 집도 들여다봤다고 합니다.
편집부 조사대 여러분, 꼭 조사해 주세요!
●●, 14세, 마짱)

"그날 무슨 키워드로 검색했는지는 뚜렷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뭐 늘 하던 대로 ㅇㅇㅇㅇ와 ‘임대‘ 같은 단어였을 거예요."

스크롤을 움직이며 10분쯤 몰두했을까, 그 매물이 또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같은 이미지가 표시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약간 위화감이 드는 거예요."

"흑백 인쇄물이어서 농담(濃淡)으로밖에 알 수 없었지만, 그 여자의 이미지였어요. 여자가 양손을 들고 방 안에 있는 이미지가 인쇄된 거예요. 복사용지 한 장이 꽉차게 인쇄된 것이 아니라 위는 여백이었고, 거기에 투박한 손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이미지 자체가 너무 어두워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황폐한 다다미방 안에 빨간 코트 같은 걸 입고 긴 머리를 부스스하게 내려뜨린 여자가 꼿꼿하게 서 있는 으스스한 이미지였어요."

"그러고 얼마가 지났을까요. 그 일을 다 잊은 무렵이니까 한 달쯤 지났는지도 모르겠네요. 회사에서 상사의 부탁으로 서류를 복사할 때였어요."

"장소는 같았을 거예요. 황폐한 다다미방. 여자도 같은 사람인 것 같았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여자가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있었어요."

찾아내 주셔서 감사합니다.」순간 당황해 종이를 구겨서 주머니에 쑤셔 넣은 A씨는 그날 간신히 업무를 마쳤다.

현재 A씨가 사는 고쿠라의 집은 이미지 검색이 아니라 부동산 사이트에서 찾아낸 곳이라고 한다.

"여기 너희 본가 아냐?"
"본가에서 제가 어릴 때 썼던 방이었어요. 친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집에 자주 놀러 왔던 애라 저희 집도 잘 알았고요. 제 방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그 사진 속 배경이 제가 쓰던 책상의 실루엣과 벽에 걸려 있던 독특한 벽시계로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으스스한 블로그 이야기를 보고 생각나서 나도 써본다. 여기 글 쓰는 게 안 익숙해서 그런데 혹시 이상한 구석이 있더라도 봐줘.
아마 5년쯤 된 이야긴데, 그 블로그 주인장은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포스트를 다 읽고 아저씨 블로그의 첫 화면으로 돌아오자, 지금 막 올렸을, 아까는 없었던 포스트가 목록에 표시되었다.
제목은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였다.

그다음이 마지막 사진이었다.
사당을 향해 절을 올리는 남자를 등 뒤에서 촬영한 사진.
포스트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완전히 내 감이지만, 포스트 마지막 사진에 찍힌 남자는 블로그 주인장인 아저씨였을 거다. 차림새도 바이커였고.
하지만 그랬다면 촬영한 건 누굴까.
아저씨가 모쪼록 무사하길.

옛날 생각나네. 나도 딱 한 번 현지로 취재를 떠난 적이 있어. 그때만 해도 아직 취재 예산이 그럭저럭 나왔거든. 그땐, 보자, 뭐였더라... 그래, 터널이었다. 거기서 심령 현상 실증 실험을 하니 마니 그랬지. 결국 밤새 잠복하며 지켜봤지만 아무 일도 없어서 대충 둥그런 뭔가가 찍힌 사진을 실어서 얼버무렸던 것 같네.

그건 그렇고 놀랐다네.
▶가 산을 중심으로 하는 거대한 심령 지대였다니 까맣게 몰랐어. 이거 피가 들끓는군.

대충 훑기만 했는데, 있더라고. ●에 대한 싣지 못한 이야기가. 기획서에 있던 말을 빌리자면 산의 동쪽, 댐과는 반대쪽 이야기가 되나.

별책 Q를 편집했던 오자와 군이라면 물론 잘 알겠지만, 유명한 공포 영화 <링>에 등장하는 저주 비디오는 그걸 본 사람이 7일 후에 죽어버리지. 의미도 알 수 없는으스스한 분위기의 저주 비디오는 사회 현상이 되기도 했고, <링>이 히트하고 나서 그것을 흉내 내 손수 만든 ‘저주 영상이 동영상 사이트를 중심으로 넘쳐난 것도 오컬트 업계에서는 상식 아니었나.

피험자에게 짧은 공포 영상을 보여준 뒤, 피험자가 감상을 제삼자에게 말로 전달할 때, 제스처에 어떤 경향이 나타나는지 보는 내용이었지.
조금 별나긴 해. 사실 A씨도 누구 못지않은 호러 애호가여서 어차피 할 거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로 연구하고 싶었다나.

A씨는 도내의 한 대학에서 심리학을 배우는 학생이었어. 4월부터 다닐 직장도 무사히 정해졌고 졸업 논문도 제출해서 한시름 놓은 시기였던 모양이야.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A씨의 졸업 연구에 얽힌 이야기야.

공포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가 공포를 느끼면서도 그 체험에서 즐거움을 찾아내기 때문에 상대도 똑같이 무서움을 즐겨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유령 등 공포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세부까지 표현함으로써 상대에게 공포를 엔터테인먼트로 느끼게끔 한다.

그러던 가운데 두 사람, 특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피험자가 있었다더군.
한 사람은 남성, 다른 한 사람은 여성이었어. 제스처 자체에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었어. 다만 두 사람 모두 한창 이야기하고 있을 때 종종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한 기색으로 시선이 이야기 상대가 아닌 다른 곳을 향했다고 해.

두 사람 다 그것이 이른바 심령 현상이란 걸 바로 알아차렸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리는 인생을 보내온 그들이기에 그것은 지금까지 맞닥뜨려 온 일 중 하나일 뿐이었어. 그렇기에 딱히 거기에 관해 언급도 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던 거야.

남자는 A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 건 눈치 못 챈 척하는 게 제일이에요. 이쪽이 눈치챈 걸 상대가 알아차리면 성가신 일이 벌어지니까. 함부로 재미 삼아 찔러대지 않는 게 좋아요."

반대로 공포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공포를 자신에게 닥친 쓰라린 체험으로 파악하고, 상대가 자기에게 공감하고 다가오기를 바란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감정이 앞서말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리하여 필러와 같은 제스처가 많아진 게 아닐까.

두 사람의 이야기는 대체로 일치했어. 실험 중에 소리가 났다는 거야.

사실은 처음에 이야기하지 않은 게 있어. A씨가 설문을 만들 때, 여흥 삼아 넣은 항목이 있었어. 바로 ‘영감이 있다‘, ‘영감이 없다‘가 그거야.
맞아. 자네 짐작대로 50명 중에 그 두 사람만이 ‘영감이 있다‘고 체크했어.

그 동영상, 사실은 좀 유명한 거였어. 뭐, 유명하다고 해도 인터넷 게시판 타래에서 화제가 되는 수준이지만 말이야.

하지만 A씨는 너무 깊이 파고들었던 게 아닌가 싶어.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나 졸업 연구도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A씨는 늦게까지 대학에서 논문을 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지.

커플끼리 사랑싸움이라도 해서 베란다로 내쫓겼나 생각한 주민은 딱히 신경 안 쓰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3시경, 화장실 가려고 일어났을 때 또 무심코 쳐다봤더니 여자가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는 거야.

소동이 있고 며칠 뒤에 또, 이번에는 아파트 관리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대. 담당자가 말하기를 A씨가 사는 5층 방 바로 아래층에 사는 주민이 불평했다는 거야.
요 며칠 매일 심야에 쿵, 쿵 하고 천장에서 소리가 난다는 항의를 받았으니 조용히 해달라고 담당자는 A씨에게 요청했어. 경찰 소동도 있어서인지 여차하면 내쫓을기세로 주의를 준 모양이야.

그러던 어느 날, A씨의 휴대전화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어. 경찰한테서였지.
지난밤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았다는 거야. A씨 방 베란다에 여자가 있다고.
신고한 주민은 아파트 맞은편의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이었는데, 거실에서 창으로 A씨 아파트 베란다가 보이나 봐.


점프에 맞춰 목이 크게 기울었다지. 목을 가누지 못하는 아기처럼 착지했을 때 진동에 맞추어 목이 전후좌우로 휘청휘청 흔들렸다.

여자 얼굴이 주는 충격이 큰데, 영상에 나오는 게 정말 몇 초밖에 안 돼서 잘 뜯어봐야 알겠지만, 아마 그 여자, 카메라를 향해 점프하고 있었을 거야. 그러니까 아래에서 위쪽을 올려다보며 뛰고 있는 여자를 바로 위에서 촬영한 거 같아. 얼굴보다 조금 위쪽으로 두 손이 비치는 걸 보면 카메라로 손을 뻗는 것 같기도 하고.

맞아. A씨 이야기에 나온 여자도 똑같은 짓을 했지. 동일 인물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어. A씨도 그 여자를 직접 보지는 못했으니까.

이미 두 사람이 뛰어내렸다고 했다.
A씨는 그 대답을 듣고 확신했다.
어머니는 누군가가 뛰어내리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사람이 적었어요, 휑하니 아파트 자체는 넓은 부지에 몇 동이나 지어진 상당히 큰 단지였지만, 20퍼센트 정도밖에 차지 않은 거 같더군요. 커튼이 없는 세대가 더많았습니다."
A씨는 황량한 분위기가 마뜩잖았지만, 어머니는 반대로 차분하게 느껴져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어째선지 다른 동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고, 5동에서만 뛰어내리는 일이 잦아서 아파트 주민도 5동에는 접근하려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머니는 그런 곳에 살고 있었다.

"어쩐지 좀 어둡구나 싶었습니다."
A씨의 아버지는 일흔을 눈앞에 둔 어느 날 동갑내기 아내를 남기고 병사했다.

어머니가 부동산을 통해 얻었다는 ㅇㅇ에 있는 아파트는 산을 깎아 만들어 약간 높은 지대에 있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본 바로는 조망이 좋아 느긋하게 여생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본가는 단독주택이었는데, 거기서 홀로 지내시기는 아무래도.... 당신도 적적하실 테고...."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눈 아래 보이는 콘크리트. 사지가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린 사람이 피 웅덩이 안에서 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충격적인 상황에 놀라서 어머니 쪽을 본 A씨는 공포에 휩싸이고 말았다.
창 밑의 참상을 바라보면서 어머니가 생글생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야 섭섭하지만 그게 나으실 거예요. 그런 데 계속 살다가는 마음도 좋지 않으실 거고...."
5동에서 사람이 자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처음은커녕 해마다 몇 사람씩이나 뛰어내렸다. 일부에서는 자살 명소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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