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회사에게 있어서는 다른 운송수단과 속도 경쟁을 한다는 게 관건이었다. 이 책에서 경탄할 만한 인물로 그려지는 항공사 본부장 리비에르가 주안점을 두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야간 정기 운항이 많은 논란거리가 되었지만 차츰 허용이 되었고, 일단 초기의 시험 비행을 거친 후부터는 하나의관행이 되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쓰인 그 당시에는 대단히 위험한 모험이었다.
우리는 모두 인간의 나약함과 포기, 타락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고, 이 시대의 문학은 그런 것들을 비난하는 데에만 과도하게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보여주었어야 하는 것은 바로 끈질긴 의지의 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기 초월이다.
그러나 항공분야에서도 처음에는 미지의 땅에 대한 탐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영웅시대가 있었다.
"사랑받고 싶다면 동정심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나는 결코 동정심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를 어디에 감추는 건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나 스스로의 힘에 나도 놀랄 때가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 보자면, 비행사보다도 그의 상사 리비에르가 내게는 더 놀라워 보인다.
리비에르를 지배하고 있는 건 의무감이다. "의무라는 것의 막연한 느낌, 그건 사랑의 느낌보다 더 위대하다."는 것이다.
얼핏 보아선 그의 엄격함이 비인간적이며 과도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리비에르가 단련시키고자 하는 건 사람의 불완전함이지, 사람 그 자체가 아니다.
"네 부하들을 사랑하라. 하지만 그들에게는 이를 말하지 말라."
즉, 인간의 행복은 자유가 아닌 의무를 받아들이는 것에 있다는 점이다. 내게 있어 이는 심리적으로 상당한 중요성을 띠는 진리이다.
이 위험한 업무의 수행에 온몸을 바치면서 이 일을 완수하는 것만으로도 아늑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리비에르가 결코 무정한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도 엿보인다. (실종된 조종사의 아내가 그를 찾아 왔을 때보다 더 감동적인 건 없었다.)
또한 명령을 내리는 사람으로서의 리비에르가 이를 시행해야 하는 조종사보다 용기가 덜 필요하다고도 보기 힘들다.
"우리는 마치 뭔가 인간의 생명보다 더 값진 것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가?"
역설적이게도 이는 내 ‘프로메테우스‘에게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집어삼키는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째서 용기를 덕목들 중 최하위에 놓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용기는 그다지 좋은 감정이랄 수 없는 것이지요. 그저 약간의 광기와 허세, 완강한 고집, 천한 스포츠적 유희가 뒤섞인 것 같습니다.
특히 물리적 힘에 열광하기도 하지요. 아무 상관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가슴팍까지 셔츠를 풀어헤치고 팔짱을 낀 채배에 힘을 주지요. 그것이 어느 정도 기분 좋은 효과를 얻게도 합니다만, 만약 그런 짓을 밤에 한다고 칩시다. 너무도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기분에 사로잡히겠지요. 이제 나는 가진 거라곤 오로지 용기 하나밖에 없는 사람을 다시는 우러러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정직한 사람이 자기의 선행을 숨기듯 용감한 사람은 자신의 용감한 행위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이들은 이를 위장하거나 다른 핑곗거리를 댄다."
캥통이 철학자의 말에 내가 무조건 동감하는 것은 아니지만)의 책에서 발췌한 격언을 사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을 숨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용기 있는 사람은 용기를 감춘다."
내가 문학적 가치 또한 높이 평가하는 이 책은 사실성이라는 가치 또한 갖고 있다. <야간 비행>이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바로이런 두 가지 측면, 즉 문학적 가치와 사실적 가치를 보기 드물게 잘 결합시켰다는 이유 때문이다.
비행기 아래 언덕들은 벌써 황금빛 황혼 속에 여기저기 그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지구 최남단의 땅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하여 파타고니아 노선 우편기를 조종하고 있는 파비앵은 어떤 항구에 비치는 물 같은 신호만 봐도 곧 밤이 시작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늘은 수족관처럼 고요했고, 그들이 향하는 모든 기항지 비행장들은 약속이나 한 듯 ‘날씨 맑음, 바람 없음.‘이라고 통보해 오고있었다. 그는 대답했다. "그대로 계속 가세."
때로는 바다보다 더 인적이 드문 초원지대를 100km나 지난 뒤에 외딴 농가 한 채를 만나기도 했다. 농가는 대초원의 출렁이는 파도에 휩쓸려 그 안의 사람들이 통째로 쓸려가 버리는 것 같았다. 그럴 때면 그는 그 배처럼 보이는 농가를 향해 인사라도 하듯 비행기 양 날개를 살짝 흔들었다.
마젤란 해협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2,500km 이상의 항공로에는 고만고만한 기항지들이 군데군데 널려 있었다. 그러나 이산 훌리안 기항지는 밤의 경계선에 자리 잡고 있어, 흡사 아프리카에서 마지막으로 정복당한 부락이 낯선 미지의 세계를 향해 마지못해 문을 열어 주는 것 같았다.
사람이란 고통으로부터, 그리고 창밖의 변함없는 풍경을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부터 풍요로워지는 법이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선택하고 난 뒤에는 스스로의 운명에 만족하고, 이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무선사는 과일 속에 벌레가 들어 있듯이 뇌우가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밤하늘은 아름답지만 어딘가가 썩어 있었다.
"계기판이 보이지 않는다. 불을 켜야겠어." 그는 살짝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나 켜진 조종실의 빨간 램프는 몹시 희미했기 때문에 지침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철골을 만져보고, 그 금속 덩어리 안에 생명이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금속은 진동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었다.
"칠레발 우편기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불빛이 보인다는 전신입니다." "좋아."
파타고니아, 칠레, 파라과이에서 출발한 우편기 3대가, 남쪽과 서쪽 그리고 북쪽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이곳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자정 무렵 유럽행 우편기를 출발시키기 위해서 이 3대의 우편기들이 실어오고 있는 우편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리비에르는 긴장된 어깨로 오랜 기간 지탱해 온 너무나도 무거운 짐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휴식도, 희망도 없는 노력이라는 짐이었다. ‘내가 나이를 먹은 모양이군.‘
잠시 후에는 나머지 두 대도 내어줄 것이다. 그러면 그날의 일과는 끝이 난다. 그런 후 피곤에 지친 승무원들은 숙소로 향하고, 새교대조가 그 자리에 앉을 것이다. 그러나 리비에르에게 휴식이란 있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유럽행 우편기가 그를 불안하게 했기때문이다. 언제나처럼 늘 그런 식으로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평온함은 없다. 어쩌면 승리도 없을 것이다. 모든 우편기들의 최종 도착이란 것도 없지 않던가.
"르루,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나?" "사랑이라뇨, 본부장님!" "하긴 자네도 나처럼 그럴 시간이 없었겠군." "그렇죠, 뭐......."
마침내 비행기가 격납고 앞에 멈췄을 때, 정비사와 일꾼들이 분주히 우편물을 내려놓고 있었지만, 조종사인 펠르랭은 꼼짝도 하지않았다.
아득하게 들리던 엔진 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소리는 무르익어갔다. 사방으로 불이 환하게 켜졌다.
"술이나 한잔 사주시오." 펠르랭은 안데스 산맥의 코르디예라 산계를 넘어가고 있었다. 겨울에 내린 눈은 평화로운 분위기로 산 전체를 뒤덮었다.
"오늘 비행이 어땠는지 당신들이 알기만 한다면.......!"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가죽 비행복을 갈아입으러 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계속 달려가면서 잇따라 불을 붙이는 것 같았다. 바로 그때, 난기류(亂氣流)와 함께, 그를 둘러싼 산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폭풍우 속에서의 한 판 승부, 그건 적어도 현실적이었으며 솔직했다.
이어 먼지 한 줌이 대기 중에 섞여 마치 한 대의 범선처럼 눈길을 따라 부드럽게 유영하여 위로 올라왔다. 그는 필요할 경우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뒤를 힐끗 보고는 몸서리를 쳤다. 그의 뒤에 있는 산맥 전체가 부글부글 술렁이고 있었다.
그건 투풍가토(Tupungato) 산의 정상 부근이었다. 너비 200km의 산맥에는 사람 하나, 생명체의 숨결 하나, 그 어떤 기력 하나 없었다. 오직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해발 6,000m 수직으로 솟아오른 산등성이,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암벽, 무시무시한 정적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 분노가 바위틈에서 새어 나오고, 눈 속에서 솟아 나온다는 것을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사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뭔가가 불편한 듯한 느낌이 들 뿐이었다. 혼자 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갖게 되는 거북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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