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타 씨의 수기에 나온 백골시체, 그게 행방불명된 리사코라고 가정할까. 십여 년 전에 리사코는 흑묘관에서 죽었어. 시체가 지하 통로에 숨겨져 있었으니 누구에게 살해당했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리고 수기 속에서 히카와 하야토가 단정한 것처럼 범인은 리사코의 양아버지이자 별장의 주인이기도 한 아모 다츠야일 가능성이 높아."

구시로에는 오후 3시가 되기 전에 도착했다. 삿포로도 이맘때의 도쿄에 비하면 지내기 훨씬 수월하지만, 여기는 더 시원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긴소매가 단연 많았다. 들은 바로는 한여름에도 평균 최고 기온이 20도를 넘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안개가 희미하게 낀 거리에서는 전체적으로 물이 살며시 번진 듯이 신비한 운치가 느껴졌다.

"그럼 아이누족*에게 무Mu대륙**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는 건 아십니까?"
*일본의 홋카이도와 러시아의 사할린, 쿠릴열도 등지에 있는 소수 민족.
** 고대에 남태평양에 존재했다고 일컬어지는 가상의 대륙.

"이게 감옥 터로군. 왜, 수기에서 히카와 하야토가 아유타 씨를 상대로 이야기했잖아."
가와미나미는 시시야의 손맡을 들여다보았다. 구시로 시의 북동쪽에 위치한 광대한 구시로 습원 동쪽에 ‘도로코 호수‘라는 가늘고 긴 호수가 있었다.
"향토관이라고 적혀 있지. 실은 이게 일찍이 홋카이도 집치감集治監* 구시로 분감의 본관이었던 건물이야. 아바시리 형무소의전신이라고도 일컬어지지."
*현대 형무소의 전신으로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졌다.

"그 수기 초반에 아다치 히데아키라는 이름이 나왔잖아."
"아아, 예. 이쪽에서 가자마 씨의 대리인으로 일한다는 사람이었던가요?"
"그래. 아마도 그 사람은 아모 박사가 별장을 넘겼을 때부터 매각과 운영의 창구로 활약한 현지 업자가 아닐까 해. 그렇다면 구시로 시내에 있을 가능성이 높지. 전화번호부로 찾아내면 횡재다 싶었는데."

"이곳의 느낌은 어떻습니까. 뭔가 기억이 날 것 같으세요?"
가와미나미가 묻자 아유타는 왼쪽 눈을 가린 안대의 위치를 바로잡으며 "글쎄요"라고 중얼거렸다.

"내일은 분명 무슨 진전이 있을 겁니다."
미소를 지었지만 가와미나미는 어쩐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무슨 진전, 그것이 과연 이 만신창이의 노인에게 바람직한 일일까. 어쩌면 이대로 자신의 과거를 잊고 사는 편이 행복하지는 않을까.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레나의 시체를 눈앞에 두었을 때 냉정하게 대응한 것도 그래. 맥을 짚고 사후경직의 진행 상황으로 별 어려움 없이 사망시각을 추정했는데......."
"솜씨가 너무 좋다고요?"
"그렇지. 아직 더 있어. 그 후에 레나의 시체를 지하실에 숨기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그는 강하게 반대하려 들지 않았어. 이것역시 이상하게 느껴진단 말이야. 그리고 그 방법에 찬성하기로 했을 때 그는 이렇게 생각했어. ‘어쩌면 다른 방법으로는 얻기 힘든이점이 있지 않겠느냐‘ 도대체 그 ‘이점은 뭐였을까?"

가와미나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말을 걸자 아유타는 안도한 듯한 표정으로가와미나미를 돌아다보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겨우 도착했네요."

시시야가 봉투의 내용물을 꺼내며 말했다. 그것은 누렇게 변색된 한 장의 엽서였다.
"아아, 히로요 씨가 보내줬군요. 옛날에 구마시로 선생님께 왔다는 아모 박사의 엽서?"

"코난 군, 그 수기를 읽고 이런 의문을 느끼지 않았어? 젊은이들이 쓰바키모토 레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째서 아유타 씨는 경찰에 신고를 못 하게 하려는 히카와의 의견에 그렇게 쉽게 따랐을까?"

"그리고 레나의 시체를 눈앞에 두었을 때 냉정하게 대응한 것도 그래. 맥을 짚고 사후경직의 진행 상황으로 별 어려움 없이 사망시각을 추정했는데……."

"솜씨가 너무 좋다고요?"

"그렇지. 아직 더 있어. 그 후에 레나의 시체를 지하실에 숨기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그는 강하게 반대하려 들지 않았어. 이것 역시 이상하게 느껴진단 말이야. 그리고 그 방법에 찬성하기로 했을 때 그는 이렇게 생각했어. ‘어쩌면 다른 방법으로는 얻기 힘든 이점이 있지 않겠느냐.’ 도대체 그 ‘이점’은 뭐였을까?"

구시로 시내에는 아침부터 짙은 안개가 끼어 고작 몇 미터 앞을 걷는 사람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노란 안개등이 느릿느릿하게 오가는 시가지를 빠져나와 국도 240호선을 타고 아칸으로 달렸다. 시내에서 멀어지자 안개도 개어서 차의 속도를 높였다.

"최근에 그 집에서 사람이 죽는 사건이 일어난 적은요?"

"음.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습니다."

전파상 주인은 옛날 기억을 더듬어 별장으로 가는 길을 표시한 간단한 지도를 그려주었다. 시시야는 정중하게 인사를 한 후 그 지도를 아유타에게 건네주고 차를 출발시켰다.

죽은 쓰바키모토 레나의 창백한 얼굴. 가느다란 목에 감긴 핏빛 스카프. 지하의 어둠 속에서 나를 노려본 그 공허한 눈구멍. 그리고 그 발치에 드러누워 있던 고양이의 사체…….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그것들은 내 망막에 새겨져 떨어지지 않는다. 귀를 기울이면 땅속에서 소녀의 쓸쓸한 흐느낌과 고양이의 원망스러운 울음소리가 겹쳐서 울려 퍼지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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