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똑똑한 내가 쥐를 못 잡을 리 없다.
잡았다가 놓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잡지 않은 것은 잡고 싶지 않아서이다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주인의 얼굴을 처음 본 게 인간과의 첫 만남이었다.
털 없이 매끈한 게 참 신기하게 생긴 족속도 다 있구나 싶었다.
주인은 선생이다. 매일같이 배 터지도록 먹고 소화제를 챙긴다.
책 펴 놓고 졸다가 침도 곧잘 흘린다. 나는 고양이지만 이따금 생각한다.
선생은 정말 편한 직업이구나. 그래도 주인은 이 노릇이 지긋지긋하다며 푸념한다.

인력거꾼네 검둥이는 힘은 세지만, 교양이 없다.
검둥이는 나한테 지금껏 잡은 쥐가 몇 마리 되냐고 묻더니 인간만큼 인정머리 없는 것도 세상에 없다고 흉을 봤다.
나는 절대 쥐를 잡지 않을 것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평생 주인집에서 이름 없는 고양이로 살자고 마음먹었다.

설날 아침, 주인 앞으로 온 엽서 한 장. 파스텔로 그린 틀림없는 나의 초상이다.
고양이들이 펜을 쥐고 책을 펼쳐 공부하는 그림엽서도 도착했다.
책상 귀퉁이 쪽 춤추는 고양이 그림 위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먹으로 쓴 글씨가 있었다.
엽서 오른쪽 옆에는 <어느 봄날 책 읽고 춤추는 고양이의 하루>라는 하이쿠까지 적혀 있다.
고양이 주제에 우쭐한 기분이 들었지만, 몰래 떡국을 먹다 휘청대는 바람에 떡국 먹고 춤추는 고양이로 찍혀 체면을 구겼다.

손님이 찾아왔다. 금테 낀 메이테이 선생은 허풍쟁이 미학자다.
끝없는 말장난으로 주인을 놀려 먹기 바쁘다.
그 앞에서 쩔쩔매는 주인은 내 눈동자처럼쉴 새 없이 마음이 변하는 사람이다.
주인의 옛 문하생 간게쓰 군은 앞니가 하나 빠져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잠자코 들었지만 재밌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인간이란 그저 시간을 때우려 끊임없이 입을 놀리는 시시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대문의 종이 튀어 오를 정도로 울렸다.
짜랑짜랑한 목소리의 여자가 기모노 자락을 다다미에 끌며 들어왔다.
벗어진 이마, 가는 눈과 균형미 없이 유난히 큰 코가 눈에 띈다.

사업가인 가네다의 부인이었다.
딸의 결혼 문제로 간게쓰 군의 성격을 알고 싶다며 다짜고짜 질문을 퍼부어 대더니 샐쭉하며 돌아갔다.
메이테이 선생과 주인은 예의 없는 부인의 태도에 황당해했다.

고양이는 발이 있어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어디를 어떻게 걸어도 불필요한 소리를 내지 않는다.
하늘을 가는 것처럼, 구름 위를 밟는 것처럼.
고양이 꼬리에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묘약이 담겨 있다.
덕분에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을 한심하게 내려다볼 수 있다.
나는 가네다 부부의 집을 엿보다 돌아왔다.
주인이 가네다 집안과의 관계를 반대한다고 간게쓰 군에게 말했다.
주인의 말에 나도 야옹야옹 하고 두 번을 울었다.

똑똑. 깊은 밤, 부엌 덧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침실까지 들어와 높지도 않은 주인의 콧등을 깨물고 달아난 그 쥐일 것이다.
똑똑한 내가 쥐를 못 잡을 리 없다.
지금까지 잡지 않은 것은 잡고 싶지 않아서이다.
똑똑. 쥐가 아니라 도선생이었다.
주인을 깨우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도선생은 안주인의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인 상자를 정성껏 챙겼다. 선물 받은 참마가 든 네모난 상자였다.
단무지가 안방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안주인의 버릇을 도선생이 알 리 없다.
다음 날, 주인 부부는 순사에게 참마를 도둑맞았다고 신고했다.

보통 때처럼 가네다 댁에 몰래 숨어들었다.
숨어든다는 말은 좀 그렇다.
이 광활한 대지에 막대기를 세우고 울타리를 쳐누구누구 소유라고 정하다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직접 만든 것도 아니면서.
아니, 그렇게 우기는 건 괜찮다 해도 출입을 금지할 이유는 없다.
그러니 나는 어느 곳이든 드나들 수 있다.

고양이가 아니라 개였으면 나았을 거라는 말에 결국 쥐를 잡기로 했다.
나도 사회적 동물이다. 오늘 밤, 반드시 주인 가족을 기쁘게 해 주겠다.
일찌감치 작전을 세워 두었다. 이윽고 밤이 깊었다.
달그락달그락. 나는 널마루에서 선반 위 놈들을 올려다본다.
앞발에 힘을 잔뜩 주고 얍 하고 뛰어올랐다.
"도둑이야!" 주인이 안방에서 고함을 지르며 헐레벌떡 뛰쳐나왔다.

덥다. 이 옅은 회색 점박이 무늬 털옷을 벗어 빨든 당분간 전당포에 맡기든 하고 싶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 인간은 참 사치스럽다. 날것으로 먹어야 할 걸 굳이 익히고 굽고, 품을 들인다.
다리가 네 개나 있는데, 두 개밖에 쓰지 않는 것도 사치스럽다.
더 웃긴 건 이렇게 한가한 사람들이 모였다 하면 서로 바쁘다 떠들기 바쁘다.

인간의 세월과 고양이의 세월을 같은 비율로 계산하는 건 부당하다.
주인의 세 살배기 셋째 딸은 울고 짜는 것과 누워 똥오줌 싸는 것, 젖 먹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른다.
세상을 걱정하고 시대에 분노하는 나와 비교하면 그저 한심한 수준이다.

주인은 남들 앞에 자랑할 만한 성품이 못 된다. 늘 끝이 흐지부지하다.
공을 줍겠다고 울타리를 넘어온 학생들의 윤리 선생과 마주하고는 꼬리를 바짝 내렸다.
참마를 훔치다 잡힌 도선생과 마주쳤을 때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안주인과 조카에게는 늘 엉터리 지식을 뽐내며 거드름을 피운다.
말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주인이 곰곰 생각한다.
메이테이 선생, 간게쓰 군, 가네다 부부, 울타리를 넘어온 아이들 모두 미치광이라고, 어쩌면 세상은 미치광이가 모여 사는 곳이라고.
주인의 마음을 어떻게 아냐고? 이까짓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래 봬도 나는 독심술을 터득한 고양이다.
얼마 전,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던 주인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내 가죽으로 조끼를 만들면 따뜻하겠네 하는 생각.
끔찍한 일이다.

경찰서에 출석해 도난품을 받아 온주인을 기다리는 손님이 있었다.
밤송이머리 부에몬은 가네다의 딸에게 장난으로 연애편지를 보낸 일을 고백하며 울먹였다.
주인은 거드름을 피우며 "글쎄."라는 말만 했다.
참 재밌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신을 아는 것은 삶의 큰 숙제다.
하지만 사람이 자기 코 높이를 스스로 알 수 없듯 자신을 깨닫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이제 부에몬은 주인의 집을 찾아온 덕분에 진정한 인간이 될 것이다.
주인처럼 다른 사람의 걱정에 냉담해질 것이고, 다른 사람의 곤경에 즐거워할 것이다.

고양이로 태어나 산 지 벌써 두 해가 지났다.
죽음이 누구에게나 정해진 운명이라면 일찌감치 죽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왠지 울적해졌다. 부엌으로 갔다.
고양이도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으니 뭐든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 해볼 일이다.

두 눈 딱 감고 홀짝홀짝. 잠이 쏟아졌다. 첨벙!
나는 커다란 항아리에 빠졌다. 자연의 힘에 맡기기로 했다.
나는 죽는다. 죽어서 이 평온을 얻는다. 죽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 기쁘고 기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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