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말고 따라와. 우리들은 벌써 10년 이상 아르헨티나의 산을 수도 없이 오르내린 경험이 있으니까 안심해도 돼.
우리가 모두 가우초라고 했지만 나는 사실 수의사이고 루카스는 농기계를 디자인하는 엔지니어, 파블로는 건축가, 아구스틴은 변호사, 그리고 내 동생인 또 다른 루카스가 실제 가우초라고 할 수 있지." 그들 중 가장 수다스러운 하비에르가 내 곁으로다가와 함께 걸으며 말했다. - P241

신이시여, 당신께 오로지 이것만을 빕니다. 메마른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제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 허무함과 외로움으로 가득하게 되지않기를… 신이시여, 당신께 오로지 이것만을 빕니다. 제가 불의에 무관심한 사람이 되지 않기를, 매서운 발톱이 운명을 할퀸 뒤에 또다시 저의 다른 뺨을 치지 않기를……………. - P249

"아, 그렇게 된 거였구나. 그럼 잠은 어디서 자?" 나의 질문에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다시 웃었다. "어, 그냥 아무 데서나잤어. 골목길에 침낭을 펼쳐놓고... 실은 지금도 너희한테 너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씻기는 해야겠는데 난감하더라고. 그래서 주유소에 가서 사정을 하고 세차하는 호스로 샤워를 하고온 거야. 하하하. 우리가 좀 그래………… - P252

‘미나, 어제의 멋진 만남을 우리들은 평생 기억할 거야. 그 시간이 얼마나 특별했는지는 우리의 마음속에만 남게 되겠지.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을 거라고 믿어. 책을 좋아한다고 했지? 어제 산에 올라갔을 때 너하고 레이나에게 주려고 만든 거야. 언제나 행운이 함께하길 빌게. - 아르헨티나 가우초 친구들로부터 - P255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항로 중 하나인 파타고니아의 항로를 개척한주인공이 되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탄생한 책이 바로 <야간 비행>그가 보았던 세상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었겠지. 비행을 나선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어디서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도 모르지만 하늘을 사랑하고 파타고니아를 사랑했던 그의 영혼만큼은 그곳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말하는 사랑, 그런 마음으로 파타고니아를 사랑했던 그이니까. - P257

하비에르의 말대로 어쩌면 모든 일들은 우주의 움직임으로인해 운명 지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고심하던 나는 비행기 일정을 바꾸고 산타페 주의 작은 도시 피르마트로 가는 버스 티켓을 샀다. 파타고니아에서 만난 친구들이 살고 있는 그곳을 거쳐대평원 팜파가 있는 아르헨티나의 심장을 지나 인티와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북쪽까지 가볼 수도 있겠구나! 우주의 움직임으로 ‘세상의 끝‘에서 그 친구들을 만난 것만큼이나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지 못한 채 나는 그렇게 새로운 만남과 경험들에 대한 기대로 부푼 가슴을 안고 피르마트로 가기 전날 밤을 하얗게 지냈다. 과연 어떤 멋진 일들이있을까를 상상하면서……………. - P259

‘새들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물이 없는 세상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책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보르헤스가 어느 책인가에 썼던 말이야. 하루 종일 책을 옆에 끼고 살다시피 하는 하비에르의 어머니는 문학에 조예가 깊었다. - P297

‘인간의 한계는 예술적인 행위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뀐다. 춤은인간의 육체를 이용해 서로가 가장 깊이 소통할 수 있는 길,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는 과정,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영혼의 성장을 경험할 수있는 가장 멋진 방법이다.‘. - P302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어떤 질문을 먼저 받게 될지 궁금해하고 있는데 그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오랜 시간 머물며 여행을 하셨다구요. 여쭤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그나저나 얼마 전 멘도사에서 매우 아르헨티나적인 경험을하셨다면서요? 우리 그 이야기부터 해봅시다." 허걱... 아무리그래도 아르헨티나 온 국민이 보고 있을 토크쇼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좋은 얘기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도둑맞은 얘기부터 하라니. 순간 당황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소매치기와 도둑이 많기로 유명한 그곳에서 아주 제대로 한 경험이니 만큼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이야기였다. - P317

"참 안 된 일이구나. 하지만 미나, 너무 상심하지 마. 어차피처음부터 누군가에게 속해 있는 물건이란 없어. 그것들은 잠시네 것이었던 것뿐이지. 세상 모든 일은 이유가 있다고 해. 분명네가 잃은 것만큼 얻은 것이 있을 거야."
"그래. 나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야. 하지만 여전히 화가나고 억울해. 물건들은 그렇다 치고 내가 찍은 사진과 글들은 어쩌라고. 그것들은 분명 내 것이잖아. 안 그래?" - P321

"물론 그렇지. 하지만 네 모습을 봐. 잃어버린 것은 물건들뿐이고 넌 무사하잖아.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너의 건강한두 팔과 두 다리로 다시 걸으면 되는 거야. 다 잊고 열심히 다시걷는 거야."
그의 말이 옳았다. 처음부터 나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P321

여행은 끝났지만 내 가슴은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었다. 영원한 애증의 대상과도 같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심금을 울리는 탱고 선율처럼 묘한 울렁임을 주는 그곳에서 얻은 추억들은 오래도록 나를 웃게 하고 때로는 눈물짓게 할 것이며,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손을 잡아줄 것이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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