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각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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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배경 추적] 『십각관의 살인』의 무대를 찾아서
― 오이타현 동쪽 해안의 무인도에서 벳푸 간나와까지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을 읽다 보면 사건의 중심무대인 츠노시마는 가상의 섬이지만, 그 섬으로 향하는 바다와 본토의 풍경에는 실제 오이타현의 지리가 촘촘하게 깔려 있다.

작품 속 배는 “규슈 오이타현 동쪽 해안으로 머리를 내민 S반도 J곶”을 뒤로하고 해안에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섬, 츠노시마로 향한다.

본토에서는 가와미나미가 의문의 편지를 받은 뒤 그 배후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조사를 거듭하면서 1년 전 죽은 나카무라 치오리와 츠노시마 청옥 저택의 주인 나카무라 세이지의 관계를 확인하고, 신문기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세이지의 동생 나카무라 고지로의 존재도 알게 된다.

가와미나미는 가메가와역에서 내린 뒤 치오리의 외가에 전화를 걸어 치오리의 아버지가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어 고지로의 주소까지 알아낸다. 고지로가 사는 곳은 벳푸의 간나와다.

이 과정에서 작품 속 가공의 지명과 현실의 오이타를 연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서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O시에서 네 번째 역이라는 가메가와, 벳푸, 간나와, 쓰루미다케, 국도 10호, 벳푸만까지 실제 지명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품에서 이니셜로 가려놓은 O시, S반도, J곶은 현실의 어디일까.

그리고 츠노시마는 완전히 만들어낸 섬일까, 아니면 오이타현 앞바다의 실제 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간일까.

작품에 흩어진 지명과 거리, 철도와 버스, 해안선과 섬의 형태를 실제 지도와 관련 자료에 하나씩 올려놓아 보았다.


1. O시는 어디인가 ― 의문의 편지에서 가메가와역까지

가와미나미가 의문의 편지를 계기로 나카무라 치오리와 세이지의 관계를 추적하면서 본토의 지리가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작품에서는 K대학 미스터리 연구회가 있는 곳을 오이타현의 ‘O시’라고만 밝힌다.

그러나 가와미나미가 조사를 위해 움직이는 과정에서 상당히 결정적인 철도 단서가 나온다.

츠노시마행 배를 탔던 S해안 쪽에서 O시까지는 버스로 약 30분, 다시 열차를 타고 약 40분이 걸리고, 가와미나미는 그 O시에서 열차를 타고 네 번째 ‘가메가와’라는 역에서 내린다.

가메가와역(亀川駅)은 실제로 존재한다.

현재 JR 규슈 닛포본선(日豊本線)의 역 순서는 오이타에서 북쪽으로 오이타 → 니시오이타 → 히가시벳푸 → 벳푸 → 벳푸다이가쿠 → 가메가와로 이어진다.

현재만 놓고 보면 가메가와는 오이타에서 다섯 번째 역이다.

그러나 『십각관의 살인』의 사건 시점은 1986년이다.

현재 벳푸와 가메가와 사이에 있는 벳푸다이가쿠역(別府大学駅)은 작품의 사건이 벌어진 뒤인 1987년 3월에 개업했다.

따라서 1986년 당시의 역 순서는 오이타 → ① 니시오이타 → ② 히가시벳푸 → ③ 벳푸 → ④ 가메가와가 된다.

작품의 “O시에서 네 번째 ‘가메가와’라는 역”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O라는 첫 글자만 보고 오이타시라고 짐작한 것이 아니라, 작품의 사건 시점인 1986년 당시 실제 철도역의 배열까지 일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 속 O시는 오이타시(大分市)로 사실상 비정할 수 있다.


2. S반도와 J곶 ― 사가노세키반도와 지조자키

O시가 오이타시라면 다음으로 살펴볼 곳은 작품 첫머리에 등장하는 S반도와 J곶이다.

작품에서는 츠노시마로 가는 배가 “오이타현 동쪽 해안으로 머리를 내민 S반도 J곶”을 뒤로하고 바다로 나아간다.

오이타시 동쪽 끝을 지도에서 보면 긴 반도 하나가 분고수도 쪽으로 뻗어 있다.

사가노세키반도(佐賀関半島)다.

그 반도의 동쪽 끝에는 세키자키(関崎)가 있다.

그런데 이곳은 지조자키(地蔵崎)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작품의 이니셜과 실제 지명을 연결하면 S반도 → 사가노세키반도(Saganoseki), J곶 → 지조자키(Jizōzaki)로 자연스럽게 대응한다.

S와 J가 실제 지명의 로마자 첫 글자와 그대로 맞고, 위치 역시 오이타현 동쪽 끝의 반도와 곶이라는 작품의 설명에 부합한다.

따라서 작품 속 S반도와 J곶은 각각 사가노세키반도와 지조자키를 바탕으로 한 지명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3. J곶 앞바다에 정말 섬이 있는가

다음은 가장 중요한 츠노시마다.

작품 속 츠노시마는 J곶에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섬이다.

사가노세키반도 끝 지조자키의 실제 앞바다를 살펴보면 정말 섬 하나가 있다.

다카시마(高島)다.

오이타시 자료에 따르면 다카시마는 세키자키, 즉 지조자키에서 약 3.5킬로미터 앞바다의 호요해협에 위치한 무인도다. 과거 오이타현 자료에서는 사가노세키반도 끝에서 약 4킬로미터 떨어진 섬으로 기록되어 있다.

작품의 약 5킬로미터와 실제의 약 3.5~4킬로미터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

그러나 기본적인 공간구조는 상당히 비슷하다.

사가노세키반도 → 반도 끝의 지조자키 → 그 앞바다 약 3.5~4킬로미터 → 외딴 무인도 다카시마

작품 역시 S반도 → J곶 → 그 앞바다 약 5킬로미터 → 츠노시마라는 구조다.

다카시마는 단순한 암초 수준의 작은 섬도 아니다.

자료에 따라 면적 수치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주위 약 5.5킬로미터, 면적 약 80~94헥타르에 이르고, 섬의 최고점은 약 136미터다. 해안에는 20~40미터 높이의 해식애가 발달해 있지만 섬 안쪽에는 사람이 이용해온 공간도 존재한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호요요새(豊予要塞)의 흔적이다.

일본 육군은 1920년대부터 호요해협 방어를 위해 세키자키와 다카시마, 시코쿠의 사다미사키 일대에 포대를 건설했다. 다카시마에도 제1·제2포대를 비롯한 군사시설이 설치되었고,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증설과 개수가 이어졌다. 현재도 섬에는 포대와 탄약고 등 관련 유구가 남아 있다.

이 사실은 다카시마가 단순히 사람의 접근조차 어려운 바위섬이 아니라 실제로 토목·건축공사가 이루어졌던 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군사시설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작품 속 청옥 저택과 십각관이 들어설 만한 평탄지가 그대로 존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포대와 탄약고는 경사지나 지하를 활용해 건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의 섬이고 실제 군사시설까지 건설되었다는 사실은 츠노시마의 공간적 모델로 다카시마를 생각할 때 또 하나의 근거가 된다.

더구나 다카시마는 현재도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도다.

다카시마와 『십각관의 살인』의 관계를 살펴보다 보면 작가의 개인적인 인연도 눈에 들어온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아내이자 소설가인 오노 후유미는 오이타현 출신이다. 서일본신문의 관련 기사를 소개한 자료에서는 아야츠지가 오노 후유미에게 들은 사가노세키 이야기를 작품 구상의 힌트로 삼았다는 취지의 내용도 확인된다.

이는 교토에서 생활하던 아야츠지가 왜 오이타 동부의 사가노세키와 주변 지형을 작품에 구체적으로 끌어왔는지를 생각할 때 흥미로운 정황이다.

다만 아야츠지가 직접 “다카시마를 츠노시마의 모델로 삼았다”고 밝힌 1차 인터뷰 원문까지는 현재 확인하지 못했다.

따라서 현실의 지도에서 츠노시마에 대응하는 섬을 찾는다면 다카시마가 가장 유력하지만, 공식적인 모델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4. 츠노시마 지도와 다카시마 ― 큰 섬 옆의 작은 섬

작품에는 츠노시마의 전도도 실려 있다.

섬 중앙부에 십각관과 불타버린 청옥부지가 있고, 해안에는 선착장이 있으며 본섬 한쪽에는 ‘고양이섬’이라는 작은 섬 하나가 따로 붙어 있다.

실제 다카시마의 해안선은 작품 속 츠노시마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

따라서 츠노시마의 지도를 다카시마에서 그대로 베껴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두 섬을 비교하다 보면 눈에 띄는 공통점이 하나 나타난다.

오이타현 자료에는 다카시마의 동북단에 접근하면 세 개의 작은 섬이 나란히 나타난다고 기록되어 있다.

즉 실제 다카시마 역시 큰 본섬 한쪽에 작은 섬들이 붙어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품에서는 실제의 세 작은 섬을 하나의 ‘고양이섬’으로 단순화하거나 변형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여기까지는 지형을 대조하면서 얻은 추정이다.

아야츠지 유키토가 다카시마의 세 작은 섬을 합쳐 작품 속 고양이섬으로 만들었다고 직접 밝힌 자료는 현재 확인하지 못했다.


5. ‘고양이섬’이라는 이름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서

다카시마를 조사하다가 지형 못지않게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실제 다카시마는 우미네코(ウミネコ, 괭이갈매기)의 집단 번식지로 유명하다.

특히 다카시마 동북단의 작은 섬들 주변이 번식지로 알려져 있다. 우미네코라는 이름 역시 울음소리가 고양이 울음소리와 비슷한 데서 붙었다.

일본어 ‘우미네코’를 글자 그대로 풀면 ‘바다 고양이’다.

그런데 작품 속 츠노시마 옆 작은 섬의 이름이 바로 ‘고양이섬’이다.

실제 다카시마 동북쪽의 작은 섬들 → 우미네코 집단 번식지 / 작품 속 츠노시마의 작은 섬 → 고양이섬

실제 다카시마의 우미네코에서 작품 속 ‘고양이섬’이라는 이름의 착상을 얻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작가가 직접 확인해준 사실은 아니다.

따라서 다카시마의 지형과 우미네코 번식지라는 현실의 조건을 작품 속 고양이섬과 비교했을 때 발견되는 정황적 유사성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6. S해안에서 O시까지 ― 버스 30분, 열차 40분

작품에서는 K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멤버들이 츠노시마로 가기 위해 배를 탔던 S해안에서 O시까지 버스로 약 30분, 다시 열차를 타고 약 40분이 걸린다고 설명한다.

사가노세키와 오이타 사이의 실제 대중교통을 확인해보면 이 묘사가 현실의 교통체계에서 상당 부분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사가노세키에는 철도가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 철도를 이용하려면 먼저 버스를 타고 서쪽의 고자키역(幸崎駅)으로 나간 뒤 닛포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이 연결방식은 작품이 쓰이던 당시에도 존재했다.

1985년과 1986년의 국철버스 관련 노선자료에는 사가노세키선의 본선으로 고자키―사가노세키 구간이 확인된다.

현재의 실제 소요시간도 확인해보았다.

사가노세키항에서 고자키역까지는 현재 버스로 대략 18~20분 정도가 걸리고, 고자키역에서 오이타역까지는 JR 닛포본선 일반열차로 대략 22~30분 정도가 걸린다.

따라서 작품의 이동방식과 실제 이동방식은 사가노세키 → 버스 → 고자키역 → 닛포본선 → 오이타로 그대로 대응하고, 실제 순수 승차시간 역시 작품에 나온 버스 약 30분, 열차 약 40분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특히 작품이 발표되기 직전인 1985~1986년에도 실제로 고자키와 사가노세키를 잇는 버스 노선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S해안을 사가노세키 일대로 비정하는 데 중요한 교통상의 근거가 된다.

다만 현재의 버스와 열차 소요시간을 그대로 1986년의 운행시간으로 볼 수는 없다.

당시 버스가 실제 몇 분 걸렸고, 고자키에서 오이타까지의 보통열차가 몇 분 걸렸는지는 1986년 당시 시각표를 직접 대조해야 확정할 수 있다.

따라서 작품의 ‘버스 약 30분, 열차 약 40분’이 당시 시간표와 정확히 일치한다고까지 단정하기보다는, 실제 사가노세키―고자키―오이타의 대중교통 구조와 소요시간의 규모를 상당히 현실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

또 작품은 S해안과 O시의 직선거리를 약 40킬로미터라고 설명하는데 실제 사가노세키와 오이타의 거리와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작가는 실제 위치관계와 교통구조를 상당 부분 가져오면서도 거리에는 어느 정도 변형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7. K대학은 실제 어느 대학인가

O시가 오이타시라면 자연스럽게 다음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K대학도 1986년 당시 오이타에 실제로 존재했던 어느 대학을 가리키는 것일까.

작품에서 굳이 ‘K대학’이라고 이니셜을 밝혀놓았으니 먼저 이름부터 찾아보았다.

1986년 당시 오이타현의 4년제 대학 가운데에는 오이타대학, 오이타의과대학, 벳푸대학, 일본문리대학 등이 있었지만 K로 시작하는 대학은 확인되지 않았다.

첫 번째 단서인 대학 이름에서는 대응되는 학교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로 작품 속 K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멤버들의 학부를 살펴보았다.

에러리와 카는 법학부, 르루와 오르치는 문학부, 포는 의학부, 아가사는 약학부, 반은 이학부 학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즉 K대학에는 법학부, 문학부, 의학부, 약학부, 이학부가 한 대학 안에 함께 존재한다.

그러나 당시 오이타대학은 교육학부, 경제학부, 공학부 체제였고, 의학교육을 담당한 오이타의과대학도 별도의 대학이었다. 일본문리대학과 벳푸대학 역시 작품 속 다섯 학부를 한 학교 안에 모두 갖추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학부 구성까지 대조해도 당시 오이타현의 실제 대학 가운데 K대학에 그대로 대응되는 곳은 찾을 수 없다.

여기에서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가 다녔던 교토대학으로 눈을 돌려보았다.

아야츠지는 교토대학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 진학했으며, 재학 중 교토대학 추리소설연구회에서 활동했다. 『십각관의 살인』 역시 대학원 재학 시절에 쓴 작품이다.

1986년 당시 교토대학의 학부 구성을 확인해보니 문학부, 법학부, 이학부, 의학부, 약학부가 모두 존재했다.

작품 속 일곱 학생의 전공을 하나의 대학 안에서 그대로 성립시킬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추리소설연구회다.

1986년 당시 오이타의 각 대학에 작품과 같은 성격의 추리소설연구회가 있었는지는 현재 확인 가능한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반면 교토대학에는 실제 추리소설연구회가 있었고, 무엇보다 아야츠지 자신이 바로 그 연구회에서 활동했다.

결국 K대학을 추적한 과정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K라는 이니셜 확인 → 당시 오이타현에 K로 시작하는 대응 대학 없음 → 작품 속 다섯 학부를 모두 갖춘 대학도 없음 → 작가가 다닌 교토대학을 확인 → K라는 첫 글자가 맞고 다섯 학부가 모두 존재 → 작가 자신이 교토대학 추리소설연구회 출신

이 세 가지를 함께 놓으면 K대학은 오이타에 실제 존재했던 특정 대학을 그대로 옮긴 학교라기보다, 지리적으로는 오이타시에 배치하면서 대학의 구성과 미스터리 연구회의 모습에는 작가 자신이 생활했던 교토대학을 가져온 가상 대학으로 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다만 아야츠지가 직접 “K대학의 모델은 교토대학이다”라고 밝힌 자료는 현재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따라서 교토대학을 공식 모델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K라는 이니셜, 작품 속 학부 구성, 작가의 교토대학 추리소설연구회 경험을 종합했을 때 가장 유력한 모델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8. 다시 만난 벳푸 간나와

가와미나미의 추적은 가메가와를 거쳐 벳푸 간나와로 이어진다.

나카무라 세이지의 동생 고지로가 사는 곳이 바로 간나와다.

작품은 이곳을 광물성 연기와 뜨거운 수증기가 솟아오르는 온천지대로 묘사한다. 길옆 하수도와 인가들 사이에서도 하얀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가까이에는 쓰루미다케가 보인다. 번화가를 빠져나가면 온천치료를 위해 장기간 머무르는 사람들을 위한 하숙과 민박, 임대별장들이 이어진다.

쓰루미다케(鶴見岳)는 실제로 벳푸시 서쪽에 솟아 있는 해발 1,375m의 화산이다. 그 동쪽 기슭으로 벳푸의 온천지대와 시가지가 펼쳐져 있어 간나와에서 산이 가까이 보인다는 작품의 묘사와도 잘 맞는다.

간나와는 내게 소설 속 풍경만은 아니다.

2024년 10월 4일 아내와 함께 바로 그곳을 찾아갔다.

그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 후쿠오카 하카타역으로 향했다. 하카타역에서 JR 규슈 883계 특급 소닉을 타고 벳푸역으로 이동했다. 미키마우스 머리처럼 양쪽이 불쑥 솟아 있는 독특한 좌석 헤드레스트는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벳푸에 도착한 뒤 오전 일정은 지옥온천 순례였다.

우미지옥(海地獄, 해지옥), 오니이시보즈지옥(鬼石坊主地獄, 귀석방주지옥), 가마도지옥(竈地獄, 조지옥), 오니야마지옥(鬼山地獄, 귀산지옥), 시라이케지옥(白池地獄, 백지지옥), 지노이케지옥(血の池地獄, 혈지지옥), 다쓰마키지옥(龍巻地獄, 용권지옥)을 모두 돌아보았다.

간나와에 모여 있는 우미지옥, 오니이시보즈지옥, 가마도지옥, 오니야마지옥, 시라이케지옥은 직접 걸어서 다녔다.

2024년 10월 내가 그 골목을 걸을 때도 작품의 묘사처럼 길옆 하수도와 인가들 사이에서 하얀 김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벳푸에서는 예부터 지옥의 열탕과 온천 증기를 음식 조리에도 이용해왔다. 지옥순례 도중 나도 그 열로 익힌 달걀을 사 먹었다. 뜨거운 온천과 수증기를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그 자리에서 까먹던 갈색 달걀도 그날의 기억 가운데 하나다.

지노이케지옥과 다쓰마키지옥은 간나와의 다른 지옥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 그 구간만 버스를 이용했다.

두 곳까지 둘러본 뒤 다시 버스를 타고 가메가와역으로 이동했고, 가메가와역에서 열차를 타고 벳푸역으로 돌아왔다.

오전의 이동은 벳푸역 → 간나와 지옥온천순례[우미지옥, 오니이시보즈지옥, 가마도지옥, 오니야마지옥, 시라이케지옥] → 버스 → 지노이케지옥, 다쓰마키지옥 → 버스 → 가메가와역 → 열차 → 벳푸역이었다.

점심은 벳푸역에서 바다 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 기타하마에 있는 토요츠네 본점에서 먹었다.

토요츠네는 벳푸에서도 이름난 집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특상텐동을 아내와 함께 먹었는데, 큼직한 새우튀김이 그릇을 넓게 덮고 있는 모습부터 눈길을 잡았다. 오전 내내 간나와와 지옥들을 걸어 다닌 뒤 먹어서인지 더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벳푸를 여행하며 직접 짜놓은 하루 일정이었다.


9. 언덕 아래 국도 10호와 벳푸만

고지로의 집을 나온 가와미나미와 시마다는 언덕을 내려간다.

해안가에 도착한 두 사람은 길가에서 닭 모양 풍향계를 단 붉은 지붕의 ‘MOTHER GOOSE’라는 가게를 발견한다.

가게 창가에 앉으면 넓은 유리창 너머로 국도 10호가 지나고, 그 너머에 벳푸만이 커다랗게 펼쳐진다.

국도 10호는 실제 도로다.

오이타와 벳푸를 연결하며 벳푸만의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간나와는 벳푸 시가지의 산 쪽에 있고 그 뒤로 쓰루미다케가 솟아 있다. 여기에서 해안 방향으로 내려오면 국도 10호와 벳푸만을 만나게 된다.

따라서 작품 속 간나와 → 언덕을 내려감 → 국도 10호 → 벳푸만이라는 공간구조는 실제 벳푸의 지형과 잘 맞는다.

고지로의 집 자체는 가상의 주택이겠지만 그 집을 둘러싼 산, 온천지대, 언덕, 해안, 국도, 벳푸만의 배치는 현실의 벳푸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10. ‘MOTHER GOOSE’는 실제 찻집이었을까

이 지점에서 가장 궁금해지는 곳이 ‘MOTHER GOOSE’다.

붉은 지붕, 닭 모양 풍향계, 마더 구스라는 간판, 넓은 유리창, 국도 10호 너머로 보이는 벳푸만, 가게 안에 흐르는 비틀스 음악, 가와미나미가 주문한 커피와 피자토스트까지 묘사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그래서 실제로 존재했던 찻집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인터넷 자료를 검색한 범위에서는 1986년 당시 벳푸의 국도 10호 주변에 ‘MOTHER GOOSE’라는 이름의 찻집이 실제로 있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존재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작품 시점 전후인 1980년대 중반의 벳푸시 제린 주택지도는 현재 도서관 자료로 남아 있다.

따라서 MOTHER GOOSE의 실재 여부는 현재 단계에서는 미확인으로 남겨두는 것이 맞다.

언젠가 다시 벳푸를 찾는다면 1985~1986년 벳푸시 제린 주택지도를 직접 펼쳐보고 싶다.

국도 10호 주변의 당시 상점명을 하나씩 확인하다 ‘MOTHER GOOSE’라는 이름이 발견된다면 작품 배경 추적에서 또 하나의 퍼즐이 맞춰지는 셈이다.


11.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작품 속 지리

① O시 → 오이타시(大分市) : 1986년 당시 가메가와가 네 번째 역이라는 철도 단서까지 일치하므로 사실상 확정 수준

② K대학 → 당시 오이타현에 K로 시작하는 대응 대학이 확인되지 않고 작품 속 다섯 학부를 모두 갖춘 대학도 없음. 반면 교토대학은 K라는 첫 글자가 맞고 다섯 학부가 모두 존재했으며 아야츠지 자신이 교토대학 추리소설연구회에서 활동했으므로 가장 유력한 대학 설정의 모델

③ S반도 → 사가노세키반도(佐賀関半島) : 실제 위치와 Saganoseki라는 지명의 첫 글자가 일치하므로 매우 유력

④ J곶 → 지조자키(地蔵崎), 현재의 세키자키(関崎) : 실제 위치와 Jizōzaki라는 지명의 첫 글자가 일치하므로 매우 유력

⑤ 츠노시마 → 다카시마(高島) : 지조자키 앞바다 약 3.5~4킬로미터에 위치한 실제 무인도로 가장 유력한 지리적 모델

⑥ 고양이섬 → 다카시마 동북단의 작은 섬들과 우미네코 번식지를 변형했을 가능성 : 추정

⑦ 가메가와 → 실제 가메가와역(亀川駅)

⑧ 벳푸 → 실제 벳푸시(別府市)

⑨ 간나와 → 실제 간나와(鉄輪) 온천지대

⑩ 쓰루미다케 → 벳푸시 서쪽 배후의 실제 쓰루미다케(鶴見岳)

⑪ 국도 10호 → 실제 국도 10호

⑫ MOTHER GOOSE → 1986년 실재 여부 미확인


12. 다시 답사한다면 ― 이번에는 사가노세키와 다카시마까지

벳푸, 간나와와 가메가와는 이미 직접 가본 곳이다.

『십각관의 살인』의 무대를 따라 다시 오이타현을 찾는다면 이번에는 아직 가보지 못한 동쪽 끝으로 향하고 싶다.

목적지는 S반도의 모델로 비정한 사가노세키반도, J곶의 모델로 보는 지조자키, 그리고 그 앞바다에 떠 있는 다카시마다.

현재 다카시마는 무인도지만 출입할 수 없는 섬은 아니다. 오이타시는 정비를 마치고 2026년 5월부터 이용을 재개했으며, 고노우라어항에서 사전에 예약한 세토시선을 이용하면 약 20분 만에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작품 배경을 따라간다면 오이타 → 고자키 → 사가노세키 → 세키자키·지조자키 → 고노우라어항 → 다카시마라는 동선을 잡아보고 싶다.

무엇보다 지조자키 끝에 서서 몇 킬로미터 앞바다에 떠 있는 다카시마를 직접 바라보고 싶다.

작품 첫머리에서 배가 뒤로 하고 떠나는 J곶이 실제 지조자키를 바탕으로 했다면, 그곳에서 바라보는 다카시마는 현실의 풍경 속에서 츠노시마를 가장 가까이 떠올려볼 수 있는 장면일 것이다.

가능하다면 직접 배를 타고 다카시마로 건너가보고 싶다.

츠노시마와 실제 다카시마의 형태는 다르지만 동북단의 작은 섬들이 본섬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우미네코가 모이는 곳은 어디인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

벳푸와 간나와, 가메가와는 이미 내 발로 걸어보고 열차와 버스로 지나왔다.

이번 작품 배경 추적에서 새로 찾아가야 할 곳은 그보다 더 동쪽에 있다.

S반도와 J곶이라는 이니셜 뒤에서 찾아낸 사가노세키반도와 지조자키, 그리고 그 앞바다의 무인도 다카시마다.

언젠가 지조자키 끝에 서서 다카시마를 바라보고, 가능하다면 직접 그 섬까지 건너간다면 『십각관의 살인』에서 시작한 이 공간 추적도 그 자리에서 한 번 더 이어질 것이다.


자료 조사·정리 :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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