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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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배경 추적] 『시계관의 살인』의 무대를 찾아서
― 도쿄에서 오후나역을 거쳐 가마쿠라 이마이즈미까지


아야츠지 유키토의 『시계관의 살인』을 읽다 보면 사건의 무대가 되는 저택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실제 지명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7월 30일 일요일 오후, 취재반은 JR 오후나역(大船駅)에 모인 뒤 택시 두 대와 왜건 한 대에 나누어 타고 시계관으로 향한다. 이번 취재는 당일 일정이 아니다. 취재팀은 7월 30일부터 사흘 동안 시계관 안에 머물면서 고묘지 미코토를 영매로 여러 차례 교령회를 열고, 저택에 나타난다는 망령과의 접촉을 시도할 계획이었다.

저택의 위치는 가마쿠라시(鎌倉市) 북동부 이마이즈미(今泉)의 외곽으로 설명된다. 작품에는 하쿠산신사(白山神社)와 ‘산자이가이케 연못’이라는 실제 지명도 등장한다. 이 연못이 현재의 산자가이케(散在ガ池)다.

시계관 자체는 가공의 건물이지만 오후나역·이마이즈미·하쿠산신사·산자가이케는 모두 현실의 장소다. 그렇다면 작품 속 지명과 이동과정을 현재 지도와 위성사진, 과거 항공사진에 하나씩 올려놓으면 시계관은 과연 어디쯤에 자리하고 있었을까.


1. 도쿄에서 오후나역까지 ― 가와미나미가 향한 곳

작품에서 가와미나미는 도쿄(東京)에서 내려와 오후나역에서 취재반과 합류한다.

오후나역은 가나가와현(神奈川県) 가마쿠라시 북쪽의 주요 철도역이다. 도쿄역(東京駅)에서 JR 도카이도선(東海道線) 기준 철도 영업거리는 약 46.5km이며, 현재는 도카이도선이나 요코스카선(横須賀線)을 이용하면 환승 없이 갈 수 있다.

도카이도선은 대략 40분대 초반, 요코스카선은 50분 안팎이 걸린다.

오후나역에는 도카이도 신칸센(東海道新幹線)이 정차하지 않는다. 도카이도 신칸센은 도쿄·시나가와(品川)에서 신요코하마(新横浜) 방면으로 이어지며 오후나는 정차역이 아니다. 따라서 도쿄에서 오후나까지 환승 없이 가려면 재래선 직통열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오후나역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가마쿠라 관광의 중심인 가마쿠라역(鎌倉駅)보다 북쪽에 있고, 작품의 목적지인 이마이즈미에도 훨씬 가깝다. 취재반의 집결지가 가마쿠라역이 아니라 오후나역으로 설정된 것은 실제 지리를 놓고 보아도 자연스럽다.


2. 오후나역에서 이마이즈미로

현재 오후나역 동쪽 출구에서는 이마이즈미다이(今泉台)와 산자가이케 방면으로 버스가 운행된다.

가마쿠라시 안내에 따르면 오후나역에서 버스를 타고 이마이즈미후도(今泉不動)에서 내린 뒤 산자가이케 삼림공원까지는 걸어서 약 3분이다. 이마이즈미다이 일대에는 가마쿠라코한(鎌倉湖畔)과 한조보시타(半僧坊下) 등의 버스정류장도 있어 산자가이케와 주변 주택지·산림으로 걸어서 접근할 수 있다.

이 사실은 후쿠니시가 혼자 시계관을 찾아가는 장면과 연결하면 더욱 흥미롭다.

후쿠니시는 약도만 보고 버스정류장에서 저택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걸어서 몇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는 아닐 것이라고 판단한다. 돌아가는 버스도 밤늦게까지 있다고 생각한 그는 직접 저택을 보러 가기로 하고, 지도를 한 손에 든 채 버스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서 동쪽 산기슭으로 접어드는 길을 걷기 시작한다.

후쿠니시가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는지는 작품에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의 특정 버스정류장을 작품 속 정류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장면을 통해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시계관은 버스정류장에서 몇 시간씩 산행해야 하는 깊은 산속이 아니었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접근할 수 있으면서, 버스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서 산기슭으로 갈라져 들어가는 위치였던 것이다.


3. ‘산자이가이케’인가, ‘산자가이케’인가

한국어판 『시계관의 살인』에는 ‘산자이가이케 연못’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실제 장소인 산자가이케는 현재 지도와 관광안내 등에서 ‘산자가이케’에 해당하는 Sanzagaike로 표기되고 있다. 현지에서 ‘산자이가이케’에 가까운 독음이 사용된 사례도 있어 한국어판 표기를 단순한 오류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글에서는 현재 지도와 현행 안내 표기에 맞추어 산자가이케로 통일한다.

산자가이케는 현지에서 가마쿠라호(鎌倉湖)라는 별칭으로도 불리지만, 내가 읽은 한국어판의 해당 대목에는 이 명칭이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작품 배경을 추적하는 이 글에서는 별칭보다 작품에 직접 등장하는 산자가이케라는 지명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4. 산자가이케의 형성과 현재 모습

산자가이케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호수가 아니라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조성된 저수지다.

가마쿠라시 자료에 따르면 안세이 연간(安政年間)에는 이 일대를 ‘우라이마이즈미’라 불렀으며, 메이지 2년(明治2年, 1869) 이와세(岩瀬)와 이마이즈미 주민들의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계곡을 막아 저수지를 조성하였다.

1957년부터 다시 개수공사가 진행되어 1959년 높이 13.3m, 길이 56.5m의 흙 제방을 갖춘 현재 계통의 저수지가 완성되었다. 이후 1967~1968년 주변에 주택지가 조성되면서 조정지 기능도 정비되었다.

현재 산자가이케의 수면적은 약 9,495㎡, 호안 길이는 772m, 최대 수심은 7.6m다. 연못을 둘러싼 산자가이케 삼림공원(散在ガ池森林公園)에는 약 2.4km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작품에서 산자가이케는 시계관이 바로 연못가에 있다는 단서라기보다, 저택이 자리한 이마이즈미 일대를 독자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지리적 기준점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5. 작품이 남긴 결정적인 단서 ― 버스정류장, 주택가, 외등 없는 숲길

시계관의 위치를 좁히는 데에는 작품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이동 묘사가 매우 중요하다.

후쿠니시는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저택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약도만으로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었지만 몇 시간씩 걸릴 거리는 아니라고 판단했고, 버스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서 동쪽 산기슭으로 접어드는 길을 따라간다.

그가 계속 걸어가자 주택가를 빠져나오는 순간 풍경이 갑자기 달라진다.

좁은 오르막길이 울창한 숲으로 이어지고 외등은 하나도 없다. 일몰이 가까워지면서 사방은 금세 어두워진다.

이 대목은 시계관의 위치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단서다.

저택은 분명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주택가 안에 있다는 뜻은 아니다. 버스와 주택지라는 생활권에 가까우면서도, 그 끝을 벗어나는 순간 외등 하나 없는 좁은 산길과 숲으로 바뀌는 경계부에 놓여 있었다.

길의 폭에 관한 단서도 있다.

후쿠니시가 더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려 할 즈음 파란 폭스바겐 골프 한 대가 그의 앞길을 막는 듯 서 있다. 자동차 한 대가 길에 서 있는 모습이 ‘앞길을 막는 꼴’로 보였다는 것은 길이 넓은 일반도로라기보다 상당히 좁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후 취재반이 자동차로 시계관으로 향하는 장면에서도 한적한 주택가를 벗어나 몇 번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풍경이 변하고, 울창한 숲과 급경사의 비포장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저택에 더욱 가까워지면서 길의 폭은 계속 좁아진다. 자동차가 더 이상 다닐 수 있을지를 걱정할 즈음 진행 방향 왼쪽에 높은 문이 나타나고, 왜건과 택시 두 대가 모두 그 문 안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작품에 흩어진 단서를 합치면 시계관 주변은 다음과 같은 공간이 된다.

· 가마쿠라시 북동부 이마이즈미의 외곽
· 하쿠산신사와 산자가이케가 주변의 지리적 기준점
· 버스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가까이에 있음
· 버스정류장에서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거리
· 버스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서 동쪽 산기슭으로 접어듦
· 한적한 주택가를 지나감
· 주택가가 끝나자 갑자기 외등 하나 없는 숲으로 바뀜
· 좁은 오르막길이 울창한 산림으로 이어짐
· 자동차 한 대가 서 있으면 길이 막힌 듯 보일 정도로 길이 좁음
· 비포장 급경사길이 이어짐
· 자동차는 저택의 대문까지 들어갈 수 있음
· 갈수록 길의 폭이 더욱 좁아짐
· 진행 방향 왼쪽에 높은 대문이 나타남
· 저택의 탑이 나무 사이로 보임

또 택시기사는 이마이즈미에 사는 여동생 부부를 통해 이 저택에 관한 유령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시계관은 누구도 존재를 모르는 깊은 산속의 비밀 저택이라기보다, 이마이즈미 주민들에게 존재와 소문은 알려져 있고 버스정류장에서 걸어서도 접근할 수 있지만, 주택지를 벗어나 외등 없는 좁은 산길을 따라 들어가야 하는 외딴 저택이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6. 현재 지도와 위성사진에서 시작한 후보지 추적

처음에는 작품에 산자가이케가 직접 등장한다는 점 때문에 저택도 자연스럽게 산자가이케 삼림공원 가까이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도를 넓혀 이마이즈미 주변 전체를 살펴보니 단순히 연못 가까운 곳만 볼 수는 없었다. 작품은 저택이 ‘산자가이케 부근’에 있다고 하지 않고, ‘하쿠산신사와 산자이가이케 연못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마이즈미의 외곽’이라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도에서도 산자가이케 주변에는 대규모 주택지가 형성되어 있고, 그 바깥으로 산림 구역들이 남아 있다.

처음에는 산자가이케 동쪽과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넓은 녹지대를 유력하게 보았다. 그러나 위성사진을 확대하면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확인했다.

그 넓은 녹지의 상당 부분이 가마쿠라 컨트리클럽(鎌倉カントリークラブ)이었다.

가마쿠라 컨트리클럽은 1968년 이미 문을 열었고, 조성 과정에서도 산을 깎고 골짜기를 만들며 대규모 토공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작품의 사건 시점인 1989년에도 이곳은 이미 골프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현재 위성사진에서 녹색으로 보인다고 해서 모두 1989년 당시의 숲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처음 유력하게 보았던 골프장 부지는 후보에서 제외하였다.


7. 1989년의 지형을 확인하다 ― 국토지리원 과거 항공사진과의 교차검증

현재의 위성사진만으로 1989년 당시의 지형을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숲으로 보이는 곳이 그때도 숲이었는지, 현재 주택지로 바뀐 곳이 당시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골프장과 같은 시설이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그래서 일본 국토지리원(国土地理院)이 제공하는 과거 항공사진도 확인하였다.

국토지리원은 여러 시기의 항공사진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1987~1990년 촬영 항공사진은 작품의 사건 시점인 1989년을 포함하는 가장 가까운 시기의 자료다.

이를 현재 지도와 위성사진, 골프장의 개장 연혁 등과 대조하면서 이마이즈미 주변의 토지이용을 다시 검토하였다.

검토 기준은 단순했다.

현재 녹지인가가 아니라 1989년 전후에도 산림이었는가, 당시 이미 주택지나 골프장으로 개발된 곳은 아닌가, 그리고 작품에 나온 이마이즈미 외곽·버스 접근·주택가·산기슭이라는 조건을 함께 만족하는가를 보는 것이다.

그 결과 골프장 부지는 작품 당시 이미 골프장이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이마이즈미 외곽에는 당시에도 산림이 남아 있던 구역들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시계관 후보지는 현재 지도만 보고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라 작품의 지명과 이동 묘사, 현재 지도와 위성사진, 1987~1990년 과거 항공사진, 당시 토지이용 기록을 서로 대조하면서 범위를 좁힌 것이다.

다만 국토지리원의 자료는 ‘1987~1990년’이라는 촬영기간으로 묶여 있어 각 지점의 사진이 반드시 1989년에 촬영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작품의 사건 시점과 겹치는 가장 가까운 시기의 국가기관 항공사진이라는 점에서 당시 지형을 검토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8. 이마이즈미 외곽에서 남은 세 후보지

현재 지도와 위성사진, 과거 항공사진, 작품 속 버스와 도보 이동까지 함께 놓고 보니 세 곳의 산림대가 최종 후보로 남았다.

세 후보 모두 주택가와 인접한 외곽 산림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고, 현재의 교통망에서도 주변 주택지에 버스정류장이 존재한다. 따라서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걸어서 저택으로 향했다’는 후쿠니시의 이동조건은 세 후보 모두 어느 정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현재의 버스정류장이 1989년에도 같은 위치와 노선으로 존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버스 접근성은 후보를 탈락시키는 결정적 기준이라기보다 작품의 공간구조와 양립하는지를 확인하는 보조조건으로 사용하였다.

최종 순위는 산자가이케와 하쿠산신사라는 실제 지명과의 관계, 주택지에서 산림으로 바뀌는 지형, 당시의 토지이용, 가마쿠라시라는 위치조건을 함께 고려하여 정하였다.


가. 1순위 ― 산자가이케에 가장 가까운 이마이즈미 외곽 산림

현재 가장 유력하게 보는 곳은 산자가이케와 가장 가까우면서 주택지의 바깥쪽에 남아 있는 이마이즈미 외곽 산림대다.

무엇보다 작품에 직접 등장하는 산자가이케와 가장 가깝다는 점이 크다.

작가는 이마이즈미를 설명하면서 하쿠산신사와 산자가이케를 함께 언급한다. 그렇다면 두 장소는 단순한 배경 장식이 아니라 저택의 대략적인 위치를 독자에게 알려주는 현실의 기준점으로 볼 수 있다.

이 지역은 현재도 주택지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그곳에서 산림 가장자리까지 걸어서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후쿠니시가 버스에서 내려 저택을 향해 걸었다는 조건도 충분히 성립한다.

특히 주택지와 산림이 가까이 맞붙어 있어

버스정류장
→ 버스가 다닐 수 있는 도로
→ 한적한 주택가
→ 동쪽 산기슭으로 접어드는 길
→ 외등 없는 좁은 오르막길
→ 울창한 산림

이라는 작품 속 공간 전환을 상정하기 좋다.

물론 현재의 특정 정류장을 후쿠니시가 내린 정류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버스가 다니는 주택지에서 걸어서 산림에 접근할 수 있는 공간구조 자체다.

산자가이케라는 작품 속 명시적 지명과 주택지·산림의 배치, 도보 접근조건을 함께 만족한다는 점에서 1순위 후보지로 비정한다.


나. 2순위 ― 이마이즈미 외곽에서 시시마이가야쓰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림

두 번째 후보는 이마이즈미 외곽에서 시시마이가야쓰(獅子舞ヶ谷)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림대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지형이다.

현재 지도에서도 상당한 산림과 계곡·능선이 이어져 있어 작품의 좁은 오르막길과 급경사 비포장도로, 외등 없는 울창한 숲, 외딴 저택을 설정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세 후보 가운데 지형의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시계관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버스 접근조건도 후보에서 제외할 이유는 없다. 이 일대 역시 주변 주택지까지 버스가 들어오고,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서 산림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지형이다. 따라서 후쿠니시가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몇 시간씩 걷지 않고 저택을 찾아갔다는 묘사와도 크게 충돌하지 않는다.

즉 버스정류장과 도보 접근이라는 조건은 이 후보 역시 어느 정도 충족한다.

다만 산자가이케와 하쿠산신사라는 작품 속 실제 기준점에서는 첫 번째 후보보다 멀어진다.

또 시시마이가야쓰 자체는 니카이도(二階堂) 쪽으로 이어지므로, 후보지는 계곡 자체라기보다 이마이즈미 외곽에서 그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림대로 한정해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버스 접근성에는 큰 문제가 없고 숲과 지형의 조건은 매우 강하지만, 작품에 직접 등장하는 실제 지명과의 연결성에서 1순위보다 한 단계 낮아 2순위 후보지로 본다.


다. 3순위 ― 하쿠산신사 북동쪽, 요코하마시 경계에 접한 이마이즈미 외곽 산림

세 번째 후보는 하쿠산신사에서 북쪽·북동쪽으로 이어지는 산림 가운데 가마쿠라시 이마이즈미 쪽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작품에 직접 등장하는 하쿠산신사와 매우 가깝고, ‘이마이즈미의 외곽’이라는 표현과도 잘 맞는다는 점이다.

버스 접근조건 역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하쿠산신사와 이마이즈미 북부의 주택지에도 버스가 다니는 도로와 정류장이 있고, 주택지에서 주변 산림까지 걸어서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후쿠니시가 버스에서 내려 주택가를 지나 산기슭으로 걸어 들어갔다는 조건만 놓고 보면 이 후보 역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하쿠산신사라는 작품 속 실제 지명과 버스교통 생활권의 관계만 보면 상당히 유력한 곳이다.

그러나 현재 지도에서 하쿠산신사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산림의 일부는 요코하마시(横浜市)에 들어간다. 작품은 시계관이 가마쿠라시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요코하마시 안쪽의 산림을 그대로 후보로 삼을 수는 없다.

따라서 실제 후보지는 그 산림대를 따라 조금 남쪽으로 내려와 요코하마시와 맞닿는 경계 안쪽, 가마쿠라시 이마이즈미에 해당하는 산림으로 조정해서 보아야 한다.

또 산자가이케와는 첫 번째 후보보다 거리가 더 벌어진다.

따라서 버스 접근성과 하쿠산신사와의 연결성은 충분히 강하지만, 가마쿠라시라는 위치조건과 산자가이케와의 관계까지 종합하여 3순위 후보지로 본다.


9. 현재의 최종 비정

지금까지의 추적 결과를 종합하면 후보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순위 : 산자가이케에 가장 가까운 이마이즈미 외곽 산림

산자가이케와 가장 가깝고, 주택지에서 산림으로 갑자기 바뀌는 지형과 도보 접근조건을 균형 있게 만족한다.


2순위 : 이마이즈미 외곽에서 시시마이가야쓰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림

급경사·좁은 길·울창한 숲이라는 지형조건은 매우 뛰어나고 버스정류장에서의 도보 접근도 가능하지만, 산자가이케와 하쿠산신사라는 작품 속 실제 지명과의 연결성은 1순위보다 약하다.


3순위 : 하쿠산신사 북동쪽, 요코하마시와 맞닿는 경계 안쪽의 이마이즈미 산림

하쿠산신사와 가깝고 버스 접근조건과 ‘이마이즈미 외곽’이라는 조건도 잘 맞지만, 북쪽 산림 일부가 요코하마시에 걸쳐 있어 후보지를 가마쿠라시 안쪽으로 조정해야 하며 산자가이케와는 거리가 더 벌어진다.


세 후보 모두 버스정류장에서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주택지 외곽의 산림이라는 조건은 어느 정도 충족한다.

따라서 버스정류장의 존재만으로 세 후보의 우열을 가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번 추적에서 버스 관련 묘사가 알려주는 핵심은 저택의 정확한 정류장이 어디였느냐보다, 시계관이 어떤 공간에 있었느냐는 점이다.

후쿠니시는 버스를 타고 와서 직접 걸었다. 몇 시간씩 걸어야 하는 거리는 아니었다. 버스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서 동쪽 산기슭으로 접어들었고, 주택가를 빠져나온 뒤에는 외등 하나 없는 좁은 오르막 숲길을 걸었다.

즉 시계관은

‘버스정류장과 주택지가 있는 생활권에서 걸어서 닿을 수 있으면서도, 그 생활권의 끝을 벗어나는 순간 외등 없는 산림으로 바뀌는 경계부’

에 자리한 저택이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이 조건은 세 후보 모두 어느 정도 만족하지만, 산자가이케라는 작품 속 실제 지명과 가장 가깝다는 점까지 더하면 현재로서는 산자가이케에 가장 가까운 이마이즈미 외곽 산림이 가장 유력하다.

반면 산자가이케 동쪽·북동쪽의 가마쿠라 컨트리클럽 부지는 작품의 사건 시점인 1989년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미 골프장으로 이용되고 있었으므로 후보에서 제외한다.


10. 실제로 답사한다면

현재 산자가이케 삼림공원에는 약 2.4km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구글지도에 올라온 사진을 살펴보면 작은 연못 주위로 숲이 둘러서 있고, 수면 가까이 이어지는 길과 나무 사이로 들어가는 오솔길이 함께 보인다. 계절에 따라 단풍이 물든 숲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현지 표지에는 관리사무소와 화장실 방향이 표시되어 있고, 별도의 산책길에는 ‘느긋하게 걷는 오솔길(のんびり小径) 약 800m’이라는 안내도 있다. 연못 주변에는 낚시 금지 표지판도 세워져 있다.

현재의 산자가이케는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잘 관리된 삼림공원이지만, 이 모습을 그대로 1989년 작품 속 시계관 진입로의 모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실제 답사의 핵심은 오히려 공원 자체보다 산자가이케 주변에서 주택지가 어디까지 이어지고, 어디에서 산기슭과 숲으로 바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후쿠니시의 이동 장면까지 고려한다면 답사 동선은 다음과 같이 잡아보고 싶다.

도쿄역
→ JR 도카이도선
→ JR 오후나역
→ 이마이즈미 방면 버스
→ 산자가이케와 이마이즈미 주변 주택지
→ 산자가이케 삼림공원
→ 버스가 다닐 수 있는 도로와 산기슭이 만나는 곳
→ 이마이즈미 주택지의 끝
→ 1순위로 비정한 산림 일대

현재의 특정 버스정류장이 작품 속 정류장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작품에는 정류장 이름이 나오지 않으므로 현재의 정류장들은 작품 속 이동과 현실의 지형을 비교하기 위한 기준점일 뿐이다.

현장에서 가장 확인해보고 싶은 것은 ‘버스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서 동쪽 산기슭으로 접어드는 길’이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면서 한적한 주택가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주택가를 빠져나온 뒤 실제로 풍경이 갑자기 숲으로 바뀌는 곳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

또 외등이 없는 좁은 오르막길, 자동차 한 대가 서 있으면 길이 막힌 듯 보일 만한 폭의 도로, 차량이 통행할 수 있으면서 점차 좁아지는 산길, 그리고 진행 방향 왼쪽에 저택의 높은 대문을 놓을 수 있을 법한 지형이 남아 있는지도 확인해보고 싶다.

1순위 후보뿐 아니라 시간이 허락한다면 시시마이가야쓰 방향 산림과 하쿠산신사 북동쪽의 이마이즈미 외곽 산림도 함께 살펴보고 싶다. 세 후보를 직접 걸어보면 지도와 위성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경사와 도로폭, 주택지와 산림의 거리, 외등의 유무 등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가마쿠라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언젠가 가마쿠라를 찾게 된다면 유명한 사찰과 관광지만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오후나역에서 이마이즈미로 들어가 이 길을 직접 걸어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요코하마와 가마쿠라를 하나의 일정으로 묶어 이 주변까지 천천히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11. 몇 줄의 지명에서 시작된 작품 배경 추적

처음에는 작품에 등장한 오후나역과 산자가이케라는 실제 지명을 지도에서 찾아본 것이 시작이었다.

산자가이케 주변을 살펴보고, 지도를 넓혀 이마이즈미 전체를 확인하고, 위성사진에서 산림과 주택지·골프장을 구분했다.

처음 유력하게 보았던 넓은 녹지 가운데 상당 부분이 가마쿠라 컨트리클럽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후보지를 다시 검토했고, 골프장의 개장 시기를 확인해 작품 시점인 1989년에도 이미 골프장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현재의 위성사진만으로 당시 지형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일본 국토지리원의 1987~1990년 항공사진도 대조했다.

그리고 작품을 더 읽으면서 후쿠니시가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직접 걸어서 저택을 찾아갔다는 사실, 버스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서 동쪽 산기슭으로 접어들었다는 묘사, 주택가를 빠져나오자 외등 하나 없는 좁은 오르막 숲길이 시작됐다는 단서까지 하나씩 더해졌다.

버스정류장의 조건을 세 후보에 다시 대입해보니 세 곳 모두 주택가의 버스정류장에서 산림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공간구조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다.

결국 버스정류장의 존재 자체보다는 산자가이케와 하쿠산신사라는 작품 속 실제 지명, 주택지가 끝나면서 갑자기 산림으로 바뀌는 지형, 1989년 당시의 토지이용, 가마쿠라시 북동부 이마이즈미 외곽이라는 조건을 종합하여 후보 순위를 정하였다.

그 결과 현재 가장 유력하게 비정하는 곳은 산자가이케에 가장 가까우면서 주택지와 산림이 맞닿는 이마이즈미 외곽의 산림대다.

두 번째는 이마이즈미 외곽에서 시시마이가야쓰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림, 세 번째는 하쿠산신사 북동쪽에서 요코하마시와 맞닿는 경계 안쪽의 이마이즈미 산림이다.

정확한 필지를 특정할 수는 없다.

시계관은 애초에 허구의 저택이며 작가가 실제 모델의 위치를 밝혀놓은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작업은 현실에 존재했던 ‘시계관 터’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남겨진 실제 지명과 이동 묘사를 현실의 지형 위에 하나씩 겹쳐보면서 작가가 시계관을 배치했을 법한 공간을 비정해보는 과정이다.

시계관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 줄의 지명과 길에 대한 묘사를 따라가면서 현재 지도와 위성사진, 1989년 전후의 항공사진, 버스와 도보 이동까지 하나씩 맞춰보고 작품 속 허구의 저택이 현실의 가마쿠라 어느 공간쯤에 놓여 있었을지를 좁혀가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독서가 되었다.


[주]

① 작품의 한국어판에는 ‘산자이가이케 연못’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이 글에서는 현재 지도와 현행 안내 표기에 따라 실제 지명을 ‘산자가이케’로 표기함.

② ‘가마쿠라호’는 산자가이케의 현지 별칭으로, 이 글에서 확인한 작품 대목에는 해당 명칭이 등장하지 않음.

③ 작품에는 후쿠니시가 내린 버스정류장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지 않음. 현재의 각 버스정류장은 작품 속 이동과 현실의 지형을 비교하기 위한 기준점으로 사용함.

④ 세 후보 모두 현재의 주택지와 버스정류장에서 주변 산림으로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공간구조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으므로, 버스 접근성 자체를 후보 순위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음.

⑤ 현재의 버스노선·정류장과 도로 형태는 작품의 사건 시점인 1989년과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당시의 교통망과 동일한 것으로 단정하지 않음.

⑥ 시계관의 공식 모델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본문의 후보지는 작품에 제시된 실제 지명과 이동 묘사, 현재 지도와 위성사진, 일본 국토지리원의 과거 항공사진 및 확인 가능한 토지이용 기록을 서로 대조하여 비정한 것임.

⑦ 1989년 전후의 토지이용 검토에는 일본 국토지리원이 제공하는 1987~1990년 촬영 항공사진을 활용함. 해당 자료는 촬영기간으로 분류된 자료이므로 개별 지점의 촬영연도가 반드시 1989년이라는 의미는 아님.


자료 조사·정리 :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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