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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3 -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리스본, 뽀르투 편 ㅣ 유럽 도시 기행 3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6년 7월
평점 :
『유럽 도시 기행 3』 ― 도시를 걸으며, 역사와 사람을 생각하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리스본, 뽀르투를 지나며
『유럽 도시 기행 3』을 따라 마드리드·바르셀로나·리스본·뽀르투를 걸었다. 실제로 그 거리를 걸은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네 도시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저마다의 역사와 기억을 품은 공간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길에서 나는 유시민의 안내를 따라가기도 하고, 때로는 멈춰 서서 다른 방향을 바라보기도 했다.
마드리드에서는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 그리고 민주화의 역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왕궁과 미술관 뒤에는 권력을 둘러싼 오랜 갈등과 상처가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가우디의 건축보다 더 깊은 곳에 카탈루냐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구엘공원의 아름다움만 보고 지나가기에는 이 도시가 겪은 정치적·역사적 굴곡이 너무 컸다.
포르투갈로 넘어가면서 생각은 이베리아반도 전체로 넓어졌다. 한때 세계의 바다를 양분하다시피 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영광은 누구에게나 영광이었을까. ‘대항해시대’라는 이름 뒤에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벌어진 침략과 수탈, 노예무역이 있었다. 한쪽의 발견과 기적이 다른 쪽에는 재앙일 수 있다는 사실을 빼놓고 그 시대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리스본에서는 폼발 후작이 가장 많은 생각거리를 던졌다. 대지진으로 무너진 도시를 다시 일으킨 유능한 개혁가였지만 권력을 집중시키고 반대세력을 가혹하게 탄압한 인물이기도 했다. 유시민은 그를 ‘시대를 앞서간 인문주의자’로 평가하고 그의 동상 앞에서 국가의 기능과 리더의 역할을 생각한다. 나는 여기서 박정희를 떠올렸다. 두 사람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지만, 역사적 인물의 공과 과를 어떻게 함께 평가할 것인가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사라마구와 페소아를 통해서는 한 도시가 작가를 어떻게 기억하는지도 생각했다.
뽀르투에서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상벤투역의 아줄레주와 이슬람 건축을 떠올리게 한 아랍 홀, 도루강과 히베이라의 풍경은 작은 도시가 지닌 매력을 보여주었다. 책과 서점은 더 이상 지성의 상징이 아니라는 유시민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려웠고, 제국의 실패를 경험한 포르투갈 사람들이 그 때문에 여유와 환대의 태도를 갖게 되었다는 해석에는 지나치게 낭만적인 설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와 제법 자주 티격태격한 셈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얻은 것은 네 도시의 여행정보만이 아니었다. 좋은 여행기는 어디를 가야 하는지만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그곳에서 무엇을 생각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생각에 모두 동의할 필요도 없다. 공감하고, 의심하고, 따져보고, 때로는 다른 답을 찾는 과정까지가 독서다.
나는 네 도시를 아직 직접 걷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곳에 간다면 건물과 풍경만 보고 돌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 아름다운 것 뒤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 누가 그것을 만들었고 그 시대의 영광 뒤에서 누가 대가를 치렀는지 찾아볼 것이다.
결국 내가 여행에서 알고 싶은 것은 늘 그 질문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