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엊그제 밤, 갑자기 부음을 받았다. 후지사와에 사는 사촌 동생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다는 것이었다.
후쿠니시의 부모님은 5년 전, 그가 고등학교에 진학한 해에 이혼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데리고 아버지가 사는 집을 떠났다. 따라서 아버지 친척의 장례에 어머니가 참석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후쿠니시는 혼자서 후지사와로 갔다. 죽은 그의 사촌 동생과는 어릴 적 함께 놀던 사이다.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요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한 아버지를 거기서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은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역시 아버지는 와 있었다.
듣자니, 사촌 동생은 도로 끝에 나 있던 구멍에 오토바이가 처박혀 뒤집어지는 바람에 목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비 때문에 지반이 물러졌든지, 아무튼 노면의 일부가 함몰되어 있었다고 한다.
‘함몰된 도로.’
그 말, ‘함몰된……’이, 그 이미지 ‘구멍에 처박혀……’가 마음속 어딘가에서 미묘한 파문을 일으켰다. 사고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벌써 몇 번째다. 대체 무슨 일인지, 그 자신도 잘 알 수 없었다. 특별히 염두에 둘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주택가를 빠져 나오자 갑자기 풍경이 쓸쓸해졌다. 좁다란 오르막길이 울창한 숲으로 이어져 있다. 외등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일몰이 가까워 사방은 벌써 어두컴컴했다.
이 이상 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참에, 후쿠니시는 앞길을 막는 꼴로 서 있는 차 한 대를 발견했다. 파란 폭스바겐 골프였다.
과연 지독하게 오래된 차인 듯했다. 여기저기 색이 벗겨져 있기도 하고 녹슨 부분이 드러나 있기도 하다. 지저분한 번호판에는 시나가와 번호가 적혀 있었다.
"도쿄에서 오셨습니까?"
후쿠니시가 물었다. 이런 상황을 만나면 잠자코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 그의 성품이다.
"요 앞에 ‘시계관’이란 건물이 있는데, 자네 아나? 거기에 가는 길이야."
"네에?"
후쿠니시는 놀라 상대방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목적지’라는 표현이나 번호판으로 봐서, 그가 저택에 사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 거기로 간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미스터리 연구회의 학생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만, 어떻게……?" "이것 참 기연이로군."
추리 작가 시시야 가도미 명함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문 너머에는 널찍한 홀이 있었다. 문제의 현관 홀인 셈이다. 그리고 창문 하나 없는 그 홀의 양 벽면을 가득 메우듯 수많은 시계가 줄줄이 걸려 있었다. 대충 삼, 사십 개는 족히 될 듯하다.
"대단하군."
"이전에 이나미 씨한테 들었는데, 이것도 역시 고가 미치노리 씨의 유지라는군. 자신이 죽은 후에도 ‘구관’의 시계는 정확하게 시간을 맞추어 놓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움직이게 하라고 말이야."
"고가 미치노리가 수집한 진짜 골동품은 전부 자료실의 진열 케이스 안에 보관되어 있는 모양이야. 먼지가 들어가면 기계가 손상을 입으니까 그런 거겠지. 그러니까 밖에서 움직이는 것은 그가 제작하게 한 정교한 이미테이션이란 말이지."
"그럼, 그 문까지 잠근다는 말입니까?"
고바야가와가 입구 철문에 열쇠를 끼우는 것을 보고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려던 우츠미가 말했다. 그 문은 안쪽에서도 열쇠로 열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구조다. 그 점은 계단 위의 문과 마찬가지였다.
"막상 유령이 나오면 모두들 도망가고 싶어질 테니까. 그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거야."
우츠미는 면목 없다는 듯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실은 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금방 꿈에 나타나는 성격이라서요. 《카오스》 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무래도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거든요."
"학교에서는 이래봬도 건축이 전공이니까요. 그러니까 이 정도야……." "이 녀석, 옛날부터 징그러울 정도로 뭐든 잘했거든요." 가와라자키가 익살맞은 말투로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기면 사양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침실 세 개, 이 방들은 사용해도 좋다는 이나미 씨의 허락을 받았어. 여자 세 명은 거기를 사용하기로 하고, 나와 나머지 다섯 명은 자료실에 담요를 깔고 자야 될 것 같은데. 사람 하나 잘 정도 공간은 비어 있겠지?"
"저기에서 한 명씩 나뉘어 잔단 말입니까?"
"고묘지 씨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장식장 앞에 놓여 있는 스툴에 앉아, 줄곧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말했다.
"이 집에 살고 있는 혼이 겁을 내고 있는 것 같아요."
"아까부터 혼의 파동을 찾고 있는데. 그래요, 이 집에 누군가의 혼이 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군요. 그리고 그것은 그다지 위험한 것은 아닌 듯해요. 우리들에게 적의는 갖고 있지 않아요. 오히려 우리에게 겁을 먹고 있는 그런 파동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한 군데 모여 있기보다는, 한 명씩 나뉘어 시간을 갖는 편이 좋겠어요. 혼과 제대로 교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저쪽의 경계심을 풀어 줄 필요가 있으니까."
‘거주 블록’에 나란한 세 개의 침실은 여자 세 명이 사용하게 되었다. 동쪽으로부터 차례로 고묘지 미코토, 가타기 사키코, 니이미 고즈에. ‘수집 블록’에 나란한 열두 개의 작은 방 중 북쪽의 I, II, III호실은 우류, 와타나베, 가와라자키 등 학생 세 명이, 남쪽의 VII, VIII, IX호실을 고바야가와, 가와미나미, 우츠미 세 명이 각기 사용하기로 결정되었다. 방들의 배당표는 우류가 그린 평면도와 함께 홀 벽에 붙여 놓기로 했다.
"그럼, 여러분." 고묘지 미코토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부터 영과의 교신을 시도하겠습니다."
가와미나미가 앉은 자리는 미코토의 왼쪽 옆이었다. 앉은 순서는 그녀 자신이 지정한 것으로 가와미나미의 왼쪽 옆에는 니이미 고즈에, 이하 시계 방향으로, 우류 미사오, 와타나베 료스케, 고바야가와 시게오, 우츠미 아츠시, 가와라자키 준이치, 가타기 사키코 순으로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교령회 도중의 사진 촬영은 당연히 금지되었다.
가와미나미는 오른손을 뻗어, 미코토의 왼 손목을 잡았다. 막연하게 예감하고 있었던 대로 부드럽지만, 그러나 아주 차가운 감촉이었다. 그에 비하면 왼쪽에서 가와미나미의 왼 손목을 잡은 니이미 고즈에의 손은 뜨겁고 조금 땀이 배어 있었다.
"나는 여기에……, 있어요." 가늘고 갈라진 흐느낌 같은 목소리로 끊일 듯 끊일 듯 말한다. 방금 전까지의 말투에 비하면 전혀 다른 사람 같다. 혼이 그녀의 몸으로 들어왔다는 말인가. "나는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고바야가와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다. 테이블 위에 놓인 촛불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휘리릭 꺼졌다.
조그만 비명 소리가 몇 명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갑작스런 그 사건에 가와미나미 또한 몹시 낭패한 기분이었다. 왜 갑자기 촛불이 꺼졌는지……. 누군가가 불어 끈 것 같지는 않았다.
"열쇠가, 있어요." 아까의 흐느끼는 듯한 가녀린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고묘지 미코토의 원래 목소리다. "내 정면에 있는 선반입니다. 그 뒤에 열쇠가……." "달그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고, 말이 끊어졌다. 잠시 기다리다가 그 다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을 확인한 고바야가와가 말했다.
"혹시……. 아니,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이 열쇠는 일단 내가 맡기로 하죠. 이 열쇠를 통해서 무언가 보일지도 모르니까."
"나는 심령현상이라든가 그런 것에는 회의적인 인간인데 말이야. 아까 교령회도 내 눈으로 직접 보기는 했지만, 그만큼 이상한 현상은 처음이야."
"왠지 불만스러운 표정인데." "어, 조금." 우류 미사오는 말꼬리를 흐린다. "그럼 우류 선배는 의심하고 있는 거예요?" 고즈에가 의외라는 듯 소리를 질렀다. "치, 정말 늘 저 모양이라니까."
가와라자키 준이치가 싱긋 웃었다. "나도 미사오랑 같은 생각이야. 아무래도 납득이 안 가."
테이블에 턱을 괴고 우류가 고개를 끄덕인다. "빈틈이 없어. 마치 정해진 각본대로란 느낌 안 들었어?"
갑자기 꺼진 촛불. 누군가 몰래 훅 불어 꺼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바람이 원인이 되어 꺼졌다면 불꽃이 흔들렸을 것이다. 내내 관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치 누군가 보이지 않는 사람이 심지를 꼭 집어 꺼버린 것 같은 식이었다.
"우선은 ‘물리형’과 ‘심리형’, 이 두 가지로 크게 구분되지. 물리형 영매는 죽은 자의 사념을 초자연적인 물리 현상으로 표현하지. 예를 들면 가구가 저절로 움직인다거나, 이상한 소리가 나거나, 심령체가 흘러나오거나, 그런 현상 말이야. 심리형은 죽은 자의 사념을 말로 전달하는 경우지. 그 전달 방식은 다양하지만 자동기술을 행하는 자도 있고 ‘직접형 영매’라고 해서 혼의 말을 직접 뇌까리는 자도 있어. 고묘지 씨는 명백하게 심리형, 직접형 영매에 해당하는 셈인데, 한편 촛불이 꺼지고 랩 소리가 나기도 하고, 그런 물리현상도 일어났잖아. 그러니까 만약 진짜라면 그녀의 초능력자로서의 ‘힘’은 굉장하다는 말이 되는데."
"그렇지만 속단은 금물이야. 과거,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영매가 많았지만, 그 대부분이 사기극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돼. 예를 들어……."
"그래. 그녀들의 활약상이 자극제가 되어 19세기 후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심령주의 붐이 일어났었지. 그 자매가 행한 것은 랩 소리를 통해서 죽은 자의 혼과 접촉을 하는 거였어. 아까 고묘지 씨의 교령회 후반부와 똑같은 방법으로 말이야. 토독 토독 하고 물건을 두드리는 듯한 이상한 소리로 혼에게서 들은 말을 전하는 거지. 그런데 나중에 그녀들 중 한 명이 그건 전부 트릭이었다고 고백을 했거든."
‘연구회’란 이름이 붙어 있는 만큼, 우류도 와타나베도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의 양은 상당한데 각자의 입장은 아무래도 다른 모양이었다. 우류가 끝까지 회의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데 비해, 와타나베는 비교적 옹호하는 입장에 서고 싶어 한다. 어느 쪽이 이 연구회의 추세를 리드하는 의견인지 가와미나미는 흥미로웠다.
"‘과학적 증명’이라는 개념 자체가 수상한 것이라고 말이에요. 초자연·초과학적인 현상을 기성의 자연과학으로 증명하는 것에 대체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느냐는 거죠."
"그게 ‘훌로팅 빌Floating bill’이라는 교묘한 마술이란 것을 동아리에 들어가고 한 달쯤 지나 알게 되었죠. 약삭빠른 권유 공작에 그대로 말려든 거죠. 하기야 뭐, 우리 네 명은 원래부터 오컬트에는 관심이 많은 편이니까, 화가 난다고 탈퇴를 하지는 않았지만요."
"10년 전 여름, 학원에서 합숙이 있었다. 이 근처 숲에서 놀다가 여자 아이를 만났다. 그래서 어쨌다는 건지, 어떻게 그 여자 아이가 도와라는 고가 씨의 딸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때는 시계탑도 없었고, 이 건물뿐이었지만……. 숲에서 만난 그 아이를 우리가 이 집까지 데리고 왔어요." "같이 이 집으로 왔단 말이야?" "네."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그 남자 아이예요." "남자 아이? 아아." ‘신관’ 홀에 있었던 그 소년―고가 유키야가 나타난 다음, 사키코와 우류 등이 나눈 대화를 가와미나미는 상기했다.
"누나는 어딨냐고 물었잖아요. 누나라면, 도와를 말하는 거겠죠. 옛날에 죽은 누나를 그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말했어요. 이나미 씨 역시 그 말에 맞춰 응수를 했고."
"여기가 조금 안 좋은 모양이야, 그 남자애." "여기라뇨?" 가와미나미는 놀라 되물었다. "머리가 이상한가요?" "응, 그런 얘기지."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된 거죠? 태어났을 때부터?" "자세한 것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정신 지체아나 뭐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야. 원래는 고가 미치노리 사촌의 아들이었다는데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고가 가문에서 맡게 됐대." "그럼 양자입니까?"
"14세기 중엽, 프랑스에 샤를 5세란 왕이 있었는데, 파리의 궁전 탑에 시계를 설치하라고 명령을 내렸지. 마침 유럽의 각지에서 탑시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초창기의 일이었어. 그 시계의 문자판에 처음에는 정확하게 로마 숫자로 <IV>가 사용되었는데 그것을 본 왕은 언짢아했어."
"로마 숫자의 <IV>는 <V>에서 <I>을 뺀다는 의미잖아. 그러니까 그렇지. ‘5세의 5에서 1을 빼다니 무슨 짓이냐’라고 말이야. 그래서 억지로 <IIII>로 바꾸게 했다는 거야."
취기가 돌자, 마음 한구석이 현재를 떠나 과거로 과거로 뻗어간다. 그리하여 거기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3년 전 사건에 대한 기억이 가로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와미나미는 저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지금 시각이 3시 5분이란 것을 확인하고, 가와미나미는 훌쩍 방에서 나왔다.
복도에는 어슴푸레하게 전등이 켜져 있었다. 깔려 있는 빨간 카펫 위로 걷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잠이 완전히 깨지 않아 머리 속은 여전히 몽롱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이 꼬였다.
화장실은 홀에서 북쪽 통로로 나가 오른쪽으로 꺾어진 곳에 있었다. 볼일을 보고 여전히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복도로 나왔을 때, 가와미나미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시계 소리와는 다른 무슨 희미한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순간,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가와미나미는 그림자를 쫓아 걷기 시작했다. 뒤를 미행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졸리고 다리가 휘청거리기는 마찬가지고, 게다가 마비된 의식의 대부분을 자신 이외의 무언가에 점령당한 듯한 그런 기묘한 기분마저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