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30일부터 사흘간, 취재팀이 시계관 안에 들어가 기거한다. 거기서 고묘지 미코토를 영매로 해서 본격적인 교령회를 몇 번 열어 저택에 사는 망령과 접촉을 꾀한다."

고가 정계사의 전 회장, 고가 미치노리가 갑자기 회장직에서 물러나 이곳에 저택을 짓고 이사를 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1974년 여름의 일이었다. 나무 숲 너머에 있는 건물이 바로 그 당시에 지은 건물이고, 그 외에는 관리인들이 사는 별채가 한 동 있을 뿐이었다. 이쪽에 있는 서양식 건물과 시계탑은 아직 짓기 이전이었다. 증축이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5년 후, 1979년의 일이었다. 이듬해 1980년 여름에 전체적으로 지금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직후, 미치노리는 돌연 죽음을 맞았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사항을 물어도 고바야가와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씩 웃으며, "그걸 알기 위해서 취재를 하러 가는 것 아닌가"란 말로 얼버무릴 뿐이었다.
"자, 그럼."
소파에 털썩 앉으면서, 고바야가와가 회의를 시작하는 듯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고바야가와는 일어나, "이나미 사요코 씨"라면서 그녀 앞으로 팔을 내밀었다.
"이 집의 관리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분입니다. 오늘부터 사흘 간, 우리들 취재에 협력해 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니이미 씨의 이름은 이 리스트에는 없는데요."
"아 참, 그렇지. 그렇습니다."
고바야가와는 넓은 이마를 손으로 탁탁 두드렸다.
"그 리스트에 있는 후쿠니시 료타 군이 말입니다. 갑자기 오늘 올 수 없는 사정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핀치 히터로 온 겁니다."
"알겠습니다. 니이미 고즈에 씨란 말이죠."

"우선―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는데요, 오늘부터 여러분이 들어갈 ‘구관’에는 선대의 주인어른께서 남기고 가신 시계 수집품이 있습니다. 전부 아주 귀중한 물건입니다. 진열 케이스에 들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것도 절대로 만지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그 밖의 비품―주방이나 거실에 있는 비품에 대해서는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구관’ 제일 안쪽에 잠겨 있는 방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도록 해 주세요."
"‘진자의 방’인가요? 이전에 언뜻 들은 일이 있습니다만."
고바야가와가 말했다.
"어째서 그 방에는 들어가면 안 되는 겁니까?"
"선대 주인 어른의 유언입니다."
"고가 미치노리 씨의?"
"주인 어른은 돌아가시기 전에 저희들에게 여러 가지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그 중 하나죠."

"아시다시피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이 집에 살고 있다고 소문이 무성한 죽은 자의 영혼과 접촉하는 것입니다. 그런 혼이 정말 살고 있는지 어쩐지, 지금은 나로서도 뭐라 말할 수 없습니다. 오늘부터 사흘 동안 시간을 두고, 그 존재를 확인하고 정체를 밝히는 작업. 그 일을 거들기 위해, 이렇게 제가 이 자리에 와 있는 것입니다. 이 중에 지금까지 교령회에 참가한 적이 있으신 분 계십니까?"

"우선 알아두어야 할 것은 혼과의 교신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혼은 말하자면 전파 같은, 기본적으로는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존재입니다. 내가 행하는 교령회에서는 참가자의 육체가 이른바 수신 안테나로 사용될 것입니다. 저 혼자서는 아무리 열심히 애를 써도 불가능합니다.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자신의 육체를 예민한 안테나로 작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알게 된 점인데, 혼은 상당히 흥분하기 쉬운 성질을 갖고 있고 불순물을 아주 싫어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아주 순수한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들은 혼과 교신하는 안테나의 성능을 보다 완전하게 하기 위해 몸을 가능한 한 순수한 상태로 보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혼은 인공물질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합성 섬유라든지 가공한 금속, 플라스틱 같은 불순물로 만든 것을 몸에 지니고만 있어도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새카만, 비교적 두터운 면으로 만든 옷이다. ‘중세의 수도승이 입었음직한’이라고 비유하면 상상하기 쉬울까.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모자와 주머니가 달린 초특대 긴 팔 티셔츠 같은 모양이다. 키가 큰 가와라자키한테도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다. 가와미나미도 키가 큰 편인데, 그래도 옷자락을 질질 끌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다. 아무튼 전원이 그런 옷을 입고 한 곳에 집합한 광경은 괴이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연구회 활동의 일환으로 이 집의 취재를 신청한 것은 작년 가을의 일이었다. 가마쿠라가 고향이라, ‘시계관의 망령’ 소문을 이전부터 들어 알고 있던 와타나베 료스케가 제안한 것이었는데, 그때는 한마디로 거절당한 모양이었다.

"유키야 도련님."
하며 이나미 사요코가 종종걸음으로 황급히 들어왔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유키야라면, 그러니까 아직 1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 미소년이 죽은 고가 미치노리의 아들, 현재 이 저택의 주인이라는 말인가.

하얀 벽에 똑같은 간격으로 걸려 있는 으스스한 가면. 그 가운데 한 자리가 비어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원래 몇 개의 가면이 걸려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없어진 것이 어떤 가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음 복도를 지났을 때는 있었던 하나가 그 자리에서 없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언제?’

아까 식료품을 차에서 내려 옮기느라 왔다 갔다 했을 때인가? 그때는 어땠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는 이 집 사람이 무슨 사정이 있어 떼어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참 내, 노노미야 씨."
사요코는 당황해 노인 옆으로 달려갔다.
"이러시면 안 돼요. 돌아가세요."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사요코를 무시하고 노인은 어리벙벙하게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아홉 명을 향해 기분 나쁠 정도로 쉰 목소리를 던졌다. 야윌 대로 야윈 주름투성이 얼굴 속에서 움푹 들어간 두 눈만 묘한 생기를 띠고 빛나고 있었다.

"이 집에서 나가시오. 불길한 징조가 보여. 파멸할 상이야. 죽은 자들에게 살해당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나가시오."
"노노미야 씨."
사요코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말한다.
"알겠어요. 내가 여러분한테 잘 말할게요. 그러니까 돌아가세요."

그리고 ‘구관’의 문이 닫히자 거의 동시에 계단 아래 검은 철제 문 너머에서 종소리가 마치 서로 경쟁하듯 울리기 시작했다. 시계관에 모여 있는 시계들이 오후 6시를 알리는 소리였다.

버스에서 내리자 후쿠니시 료타는 선명한 저녁 빛이 번져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뱉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오고 만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왠지 그냥 오고 싶어서 왔다고도 할 수 있다. 한편 정체를 알 수 없는 절박함 비슷한 충동에 사로잡혀서 온 듯한 기분도 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지금 평소보다 한결 어두침침하고 이상한 감상적인 기분에 잠겨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약도만 봐서는 이 버스 정거장에서 얼마나 떨어진 장소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물론 걸어서 몇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는 아닐 것이다. 돌아가는 버스는 밤늦게까지 있다. 애써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은 문제의 저택을 보고 싶다.

"옛날에 모두 함께 놀았던 숲 옆에 있는 집말이야. 탑이 있고, 분위기가 좀 으스스했었잖아."

‘역시 그랬군’ 하고 스스로 납득하는 동시에 후쿠니시는 새로운 의문을 품었다. 그 집이 문제의 저택이라면, 그렇다면 거기에 나타난다는 소녀의 망령은 설마 그때의……?

그들은 연구회 이름으로 저택에 취재 신청을 하기로 하고 교섭에 임했지만, 깨끗하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한 달쯤 지나자, 회원 대부분의 관심은 이미 그 일에서 멀어졌다. 그런데 올 봄에, 잡지 《카오스》에서 ‘특별 기획’에 협력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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