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갔다고 해도 열쇠가 있으면 밖에서 열리는 문은 안채에 세 개 있다. 현관문, 부엌 옆의 통용문, 그리고 서양식 저택으로 이어지는 문 세 개다. 이 문들의 열쇠를 나는 내 열쇠 다발에, 어머니는 어머니의 열쇠 다발에 각각 하나씩 보관하고 있다.
남은 가능성은 두 가지. 자물쇠의 열쇠 구멍을 이용해 여벌열쇠를 만들었거나, 혹은 사건 당일 밤에 내가 잠든 방에 숨어들어 머리맡에 놓아둔 열쇠 다발을 몰래 들고 갔거나.
나는 그제야 겨우 깨달았다. 열쇠가 문제라면 제일 먼저 의심해야 할 사람이 있지 않은가. 말할 것도 없이 미즈지리 씨 부부다.
문은 분명 잠겨 있었다. 자물쇠가 달린 문고리 자체를 문에서 떼어낸 듯한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문을 경첩째로 빼낸 것은 아닐까, 라는 가능성도 고려했다. 하지만 두꺼운 판자에 회반죽을 바른 그 문은 무게가 상당할 것이다. 그렇게 쉽게 빼내기는 불가능하거니와 내가 보기에 그러한 흔적도 없었다.
나도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내 열쇠 다발은 항상 몸에 지니고 있든지 가까운 곳에 놓아두고, 열쇠 다발을 잃어버린 적도 없다. 부엌 찬장 서랍에 넣어둔 여벌열쇠도 살펴보았지만 수상한 점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범인은 어떻게 안채에 들어온 걸까.
‘범인‘은 어떻게 광에 들어갔을까. 그날 이후 되풀이해 그 문제를 풀려고 애써보았지만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안채 안의, 역시 아무도 숨어들 수 없는 흙광. 하지만 실제로는 역시 누가 숨어들었다. 그 전날 밤 내가 마지막으로 광에서 나오고 나서 다음 날 정오가 지나 문을 열기 전에 누가 광에 숨어들어 또 인형에 그런 장난을 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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