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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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선택을 믿어준다는 것

― 베넷 씨가 돌아본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나는 딸이 다섯이나 되는 집의 가장이오. 아내는 늘 딸들의 결혼 걱정으로 부산했고, 나는 그런 아내를 보며 책이나 읽고 농담이나 하는 편이었지. 좋은 아버지였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소. 집안일을 귀찮아하며 모른 척한 적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결혼만큼은 달랐소. 콜린스가 청혼했을 때 아내는 좋은 조건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야단이었지만, 리지가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했소. 평생 함께 살아야 할 사람을 부모가 골라줄 수는 없는 일이오. 그래서 나는 딸의 편을 들었소. 돈과 집이 아무리 중요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평생 살아야 한다면 그 대가는 너무 크지 않겠소?

그런 리지가 어느 날 다아시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는 나도 놀랐소. 그렇게 싫어하던 남자였으니까. 나는 그저 재산 많은 남편이 생긴다는 이유만으로 허락하고 싶지는 않았소. 정말 그를 사랑하는지 물었지.

리지의 대답을 듣고서야 알았소. 아이가 사람을 잘못 판단했던 것을 스스로 인정했고, 다아시 또한 예전의 오만한 남자에서 달라져 있었다는 것을.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소. 대신 살아주는 것도, 대신 사랑해 주는 것도 아니오. 결국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믿어주는 것 아니겠소.

콜린스를 거절한 것도 리지의 선택이었고, 다아시를 사랑한 것도 리지의 선택이었소. 나는 그 선택을 존중했을 뿐이오. 어쩌면 그 한 가지에서만큼은, 나도 제법 괜찮은 아버지였는지도 모르겠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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