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갇혔던 나, 오만했던 그― 엘리자베스가 돌아본 오만과 편견나는 사람을 꽤 잘 본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말투와 표정만 보아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챌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처음 만난 다아시 씨가 나를 대수롭지 않게 평가했을 때, 나는 곧 그를 오만하고 불쾌한 사람이라고 단정해 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내 자존심도 꽤 상했던 것 같다.그러던 중 위컴 씨를 만났다. 그는 다정했고 이야기도 재미있었으며, 무엇보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들려주었다. 다아시 씨가 나쁜 사람이라는 그의 이야기는 내가 이미 내린 판단과 너무도 잘 맞았다. 나는 의심하기보다 기꺼이 믿었다. 그때의 나는 그것을 편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판단력이 옳다는 증거라고 여겼다.그리고 다아시 씨가 청혼했다. 사랑을 고백하면서도 우리 집안과 신분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그의 태도는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다.하지만 그가 남긴 편지를 읽고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위컴 씨에게는 나를 좋아해 준다는 이유로 호의를 품었고, 다아시 씨에게는 내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미움을 품었다. 사랑이 나를 눈멀게 한 것이 아니었다. 내 허영심과 편견이 나를 눈멀게 했던 것이다.펨벌리에서 다시 만난 그는 내가 알던 사람과 달랐다. 그리고 말보다 행동으로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그제야 나는 그를 내가 만들어 놓은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두 번째로 그가 마음을 고백했을 때, 나 역시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그의 오만은 겸손으로 변했고, 나의 편견은 이해로 바뀌어 있었다.돌이켜보면 나는 다아시 씨를 알아가는 동안 그보다 먼저 나 자신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사랑이란 완벽한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를 다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