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만했던 나, 편견에 갇혔던 그녀

― 다아시가 돌아본 오만과 편견

나는 내가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과 재산, 교육을 갖춘 내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 역시 옳다고 믿었다. 엘리자베스를 처음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에게 끌리면서도 그녀의 집안과 친척들을 먼저 보았고, 사랑을 고백하면서조차 내가 얼마나 큰 차이를 감수하고 있는지를 말하고 말았다. 그것이 오만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지 못했다.

그녀는 나의 청혼을 거절했다. 그것도 내가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솔직한 말들로 나를 꾸짖었다. 처음에는 분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 예의 바르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거만했고,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상대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역시 나를 온전히 알고 있지는 않았다. 첫인상과 위컴의 말을 믿고 나를 판단했다. 그녀에게도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을 때 그것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 역시 그녀의 거절 앞에서 비로소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두 번째로 마음을 고백할 때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이 예전과 같다면 물러날 생각이었다.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임을 이제는 알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사랑을 가로막았던 것은 신분도 재산도 아니었다. 나의 오만과 그녀의 편견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가 변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먼저 자기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