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정원만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니다. 헛간 안마당도 분주해진다. 어린 염소 새끼들은 늘어진 귀를 출렁대면서 풀밭을 짓밟고, 나무 그루터기에 올라가 산의 왕 노릇을 한다. - P69

한편 닭장에는 작은 병아리떼가 종종대며 어미 닭들을 쫓아다닌다. 정원사들은 화초뿐 아니라 가금류에도 관심이 많은 듯싶다. 타샤는 깃털 달린동물을 귀여워한다. 늘 밴텀닭과 뿔닭을 키운다. - P70

한번은 불청객을 쫓으려 거위떼를 키웠는데, 앵초를 짓밟고 수련을 못쓰게 만들자 없애버렸다. 요즘은 흰 공작비둘기떼가 뒷문 위쪽의 새집에산다. 비둘기들은 시간마다 침실 창문 앞을 오가며 유리에 비친 제 모습에찬탄한다. 닭장에는 밀 플레어‘와 알을 많이 낳는 코친 밴텀닭이 있다. 알이 워낙 작아 보통 계란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타샤의 여름 샐러드감 재료가 된다. - P70

말할 것도 없이 ‘그 녀석들‘은 사방에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되면 꽃밭 근처에 얼씬도 못한다. 집 앞에 줄지어피는 앵초를 보호하려고, 타샤의 손자인 윈슬로는 몇 년마다 묘목 수백 그루를 모아서 옷가지 울타리를 엮는다. 타샤가 어렸을 때 그녀의 할머니가그랬듯, 윈슬로는 못을 쓰지 않는다. - P71

타샤 정원의 으뜸은 반복이다. 수선화 무리가 테라스의 여기저기 무리지어 피어 있다. 더 워크스‘와는 달리 이것들의 유래는 타샤가 잘 안다. 그녀는 수선화를 손짓해가면서, 카나리아처럼 노란 ‘킹 알프레드‘와 늦게 꽃을피우는 겹꽃인 ‘치어풀, 향기가 그윽한 ‘킬라 수선, 난쟁이인 민노우나 ‘테트아테트‘의 사연을 말하곤 한다. 아끼던 아이리시 울프하운드(아일랜드 산이리 사냥개 : 옮긴이) 종인 우나가 죽자 슬픈 마음으로 무덤 위에 ‘아이리시문‘을 심었고, 그 후 매년 거기 수선화가 핀다. - P73

돌능금나무 아래 수선화가 무리지어 피어서, 타샤는 쉽게 꽃다발을 만들 수 있다. 이 수선화가 더 워크스‘다. 뒤의 초상화는 타샤의 손녀인 루이스 튜더의 여덟 살 때 모습. - P75

튤립도 수선화처럼 풍성하게 심지만, 주로 돌담에서 멀찍이 떨어진 위쪽 꽃밭의 가장자리에 구근을 뿌린다. 욕심 사나운 다람쥐를 피하려는 목적도 일부 있다. 동물들은 수선화 구근은 감히 먹을 엄두도 못 낸다.
식탐 많은 염소들조차 그렇다. 하지만 조류들은 튤립 구근을 보면 결코 참지를 못한다. - P78

친구들, 특히 어린 친구들이 오면 타샤는 다락방으로 사라졌다가.맞을만한 골동품 드레스를 들고 나타난다. 봄에 튤립 화병이 환상을 더해준다. - P81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정원에서 금낭화도 큰 몫을 한다. 타샤는 금낭화자랑이 대단하고, 사실 그럴 만하다. 오솔길에서 달랑달랑 매달린 금낭화를 본 손님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니까. 한창일때의 금낭화는 키가 1미터 20센티미터쯤 되고 둘레도 그만해서, 엄청난 꽃송이를 선사한다. - P82

봄에는 바이올렛, 알리섬, 물망초, ‘애프리코트뷰티‘ 튤립, 돌능금나무가 화사하게 피어 색의 향연을 이룬다. - P85

타샤의 왕관초는 그녀가 정원에 들여놓은 얼마 안 되는 오렌지색 꽃이다.
하지만 팬지의 경우, 요즘 유행인 오렌지와 보라색이 섞인 ‘졸리 조커‘는 발을 들이지 못한다.타샤는 원숭이 얼굴 모양의 팬지 종류를 더 좋아한다. - P86

타샤는 제비꽃을 ‘조니 점프업‘이나 ‘숙녀의 기쁨‘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십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어딜 가나 갖고 다녔지요. 원래는 스코틀랜드에서 왔을 거예요."
이 꽃들은 그녀가 아끼는 물망초와 기막히게 어울린다. - P89

5월이 되면 타샤는 헛간으로 달려가서 염소새끼들을 보살핀다. - P93

타샤는 꽃잎을 찬찬히 살피면서 말한다.
"이 돌능금나무가 정확히 무슨 종인지 잊어버렸어요.
허프헨시스일 거예요. 아마도." 옆쪽 돌담에나래지치가 피어 있다. 염소는 날씨 때문에 식욕이 없을 때면곧 나래치 이파리로 배를 채운다. - P94

정원의 중심이 돌 테라스 같지만, 실은 곳곳에 여러 종류의 정원이 많이 있다. 사실 타샤는 늘 독창적인 개선을 꿈꾼다. 이걸 없애고, 저걸거기 심고, 어떤 것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옮기고, 그렇게 새로운 정원이꾸준히 생겨난다. 계절마다 움푹 들어간 곳을 꾸밀 계획들이 세워진다. 타샤는 찬 서리를 맞기 직전에 관목을 흙으로 덮는다든가, 꽃심을 시기가 지나 화초가 도착하는 바람에 곡괭이로 땅을 판 일을 수없이 겪었다. 그녀는이리저리 손대기를 좋아해서, 장미를 반쯤 파내서 전보다 더 빛나 보일 만한 곳으로 옮겨 심는다. 또 조경 과정을 기록해서, 엉뚱한 시도를 단번에잠재운다. 하지만 타샤가 가장 즐기는 여가는 딱히 어디까지랄 것도 없는화려한 오솔길을 조성하는 일인 듯싶다. 오솔길을 꾸밀 아이디어가 먼저떠오르면, 어디까지 길을 만들지 정해지는 것 같다. - P98

더할 나위 없이 황홀한 길이고, 여기저기서 전에 가보지 못한 구석들이 나타나면서 길을 잃고 만다. 계속 헤매느라 집까지 가는 길을 찾지 못한다. 부엌에서 빵 굽는 구수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영영 헤맬 것이다. - P99

비밀의 정원도 있어서 잠깐이지만 유혹적인 물망초가 줄지어 핀 길이 나 있다. 온실에서 언덕으로 내려가는 길은 진달래의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염소 우리로 내려가는 길, 이웃으로 이어지는 길, 초원으로 나가는 길등등, 사실 단지 어디에나 샛길과 옆길, 순환길이 있지만 타샤가 유독 좋아하는 산책길들이 있고 그 길들을 공들여 꽃으로 장식해놓았다. - P99

타샤는 부엌일이 바쁠 때면 손님들을 파스텔빛 진달래 꽃밭으로 내보낸다.
멀지 않은 곳에 흐드러진 진달래 무리가 있고 벌들이 분주하게 날아다닌다. - P101

엑스버리 진달래는 새로 심은 꽃이다. 그 품종을 심기 오래 전,타샤는 꽃이 피는 관목들을 심었다. "이곳에서 맞은 첫 봄, 진달래와 벌통 세 개를 날랐어요.진달래나 꿀 없이 어떻게 살겠어요. 안 그래요?" - P102

염소들이 층층이부채꽃의 바다를 지나 새로운초지로 향하고 있다. 염소들의 여왕인 아만다는딴 데로 가지 않도록 목줄을 매었을 것이다. - P107

타샤는 소만큼 건강하지만, 42, 3킬로그램밖에 안 되는 몸이라 한계가 많다. 오래 전 그녀는 손님들이 잡초를 뽑도록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양귀비와 물망초를 발견하고는 무자비하게솎아내곤 했다. 타샤는 잡초라는 판단은 스스로 해야 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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