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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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절을 연기했으나, 내 욕망의 빚은 감추지 못했다

― 조지 위컴이 돌아본 『오만과 편견』

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법을 일찍 배웠다.

반듯한 군복, 적당한 미소,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 몇 마디. 그것이면 충분했다. 사람들은 진실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에 더 쉽게 마음을 내준다. 특히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말하면 더욱 그랬다.

엘리자베스도 그랬다.

그녀는 영리했고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고 믿었다. 나는 바로 그 확신을 이용했다. 다아시가 나를 부당하게 대했고, 그의 아버지가 내게 약속한 미래를 그가 빼앗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미 다아시를 오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내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나는 다 말하지 않았다.

다아시의 아버지가 나를 아껴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성직자의 길 대신 돈을 선택했고, 그것마저 흩어버린 이야기는 굳이 꺼낼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그의 어린 여동생 조지애나와 달아나려 했던 일까지 말한다면 내가 만든 억울한 피해자의 얼굴은 금세 무너졌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돈이 필요하면 돈을 좇았고,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다가갔다. 상대에게 상처가 남는지는 그다음 문제였다. 리디아와 달아났을 때도 결혼이나 책임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그 순간의 욕망을 따라갔다.

그런데 결국 다시 다아시가 나타났다.

내가 그렇게 헐뜯었던 남자가 내 빚을 정리하고 리디아와의 결혼을 성사시켰다. 내가 저지른 일을 그가 뒤에서 수습했다. 그것을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다아시를 악인으로 만들었고, 그는 아무 말 없이 내가 만든 추문을 거두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도 마침내 나를 알아보았다.

아마 그때 처음으로 내 미소와 군복과 친절한 말들이 힘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너무 거창한 악당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는 세상을 속이겠다는 거대한 계획을 세운 사람이 아니다. 그저 손해 보기는 싫었고, 욕망은 쉽게 포기하지 못했으며, 그때마다 나에게 가장 유리한 이야기를 골라 말했을 뿐이다.

그것이 쌓여 결국 내가 되었다.

붉은 군복은 사람들의 눈을 끌었고, 내 말은 그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그러나 아무리 달콤하게 말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나는 친절을 연기했으나, 내 욕망의 빚은 끝내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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