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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독서감상보고]
<미궁 속 공간 트릭과 액자소설이 빚어낸 추리의 명암>
『미로관의 살인』은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미로관을 무대로 한 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건물 중앙의 복잡한 미궁과 유사한 형태의 객실, 문 앞의 짐승 가면을 사건의 핵심 장치로 활용하였으며, 미노스와 테세우스, 아리아드네, 파시파에 등 그리스 신화의 이름을 주요 공간과 객실에 부여하였다. 미로관은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에 머물지 않고 등장인물의 이동과 판단을 교란하는 거대한 범행 장치로 기능한다.
처음에는 미야가키 요타로가 죽음을 가장한 뒤 비밀통로를 이용하여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관 시리즈의 특성상 숨겨진 공간이나 비밀장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예상하였지만, 이는 관 시리즈를 읽은 독자라면 쉽게 떠올릴 만한 추리이기도 하였다. 이노는 참가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러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으나,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의심받도록 배치된 인물이어서 처음부터 범인으로 보지 않았다. 스자키, 기요무라, 하야시, 후나오카가 차례로 살해되면서 자연스럽게 후보에서 제외되었고, 시마다까지 제외하면 게이코, 우타야마, 사메지마 정도가 남았다. 그러나 작중소설의 해결편에서 미야가키가 범인으로 제시되자 그 동기가 부자연스럽다고 느끼면서도 일단 사건이 끝난 것으로 받아들였다. 작품이 액자소설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경계하지 못한 것이 나의 가장 큰 판단 착오였다.
이 작품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은 기요무라 사건의 공간 트릭이었다. 복잡하게 꺾이는 복도와 유사한 객실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동 경로보다 문 앞의 짐승 가면을 객실을 식별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범인은 이 표식을 바꾸어 기요무라가 다른 방을 자신의 객실로 착각하게 하였고, 미리 설치한 독극물 장치로 살인을 완성하였다. 방 자체를 옮긴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익숙한 표식을 신뢰하는 습관을 이용하여 공간 인식만 바꾼 발상이 인상적이었다. 미로관이라는 건축물이 범행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조건이자 사람의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로 사용된 사건이었다.
반면 최종 범인인 사메지마를 독자가 논리적으로 특정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았다. 사메지마가 남성이라고 직접 쓰이지는 않았지만, 이름과 말투, 행동 묘사 등은 자연스럽게 남성으로 받아들이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첫 번째 사건 현장의 의문의 혈흔과 사건 뒤 늦게 나타나는 모습 등은 결말 이후에는 복선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이를 근거로 사메지마를 진범으로 지목하기에는 부족하였다. 미야가키와의 과거 관계와 범행 동기 역시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제시되었다. 액자소설의 구조를 놓친 것은 독자인 나의 실수이지만, 액자 밖에 또 다른 진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과 사메지마를 범인으로 특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결말 이후에야 의미가 완성되는 후행형 단서가 많았다는 점에서 본격추리의 페어플레이 정신은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느껴졌다.
개별 범행의 물리적 개연성에도 아쉬움이 있었다. 하야시 사건은 사메지마가 성인 남성의 등 뒤에서 칼을 찔러 살해한 것으로 설명되지만, 피해자가 별다른 몸싸움이나 저항 없이 치명상을 입게 된 과정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하야시가 이후 워드프로세서에 다잉메시지를 남길 정도의 시간과 의식이 있었다면 범인을 막거나 탈출하려 한 흔적도 어느 정도 남았어야 자연스럽다. 기습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사메지마가 하야시를 단독으로 제압하고 범행을 마무리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여 작품의 옥에 티로 남았다.
『미로관의 살인』은 미로관의 구조와 짐승 가면을 이용한 공간 트릭, 그리스 신화의 상징, 액자소설의 내용 반전을 결합한 복잡하고 독창적인 작품이다. 특히 건축 공간을 살인수법과 직접 연결한 구성은 관 시리즈 가운데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최종 범인을 추론할 핵심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고 일부 범행의 현실성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미궁은 정교했고 액자소설의 반전은 강렬했지만, 그 놀라움이 곧 공정한 추리를 의미하지는 않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