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체격에 중간 키, 짧게 깎은 머리에 윤곽이 뚜렷한 지적인 얼굴. 젊었을 때 흰 정장이라도 입었다면 ‘미청년’처럼 보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설 연휴 때 선생님을 찾아뵈었는데, 그때 느낌으로는 마음이 많이 약해지신 것 같더군요."
미야가키 상에 관해서는 전부터 우타야마도 들었다. 에도가와 란포가 스스로 자기 이름을 붙인 문학상을 만들었듯이(운영 주체는 당시의 일본탐정작가클럽이었지만 기금은 란포가 기부했다) 미야가키 선생 또한 자기 이름을 그런 형태로 남기고 싶다고 거리낌없이 공언했다.
"십 몇 억 엔이라니, 만약에 그런 엄청난 재산을 둘러싸고 상속 다툼이라도 일어나면 그야말로 살인사건이 나는 건 문제도 아니겠네."
"뜻하지 않은 사태가 일어나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검토하느라 이렇게 늦어졌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뜻하지 않은 사태?"
그리고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리더니 이를 악문 듯한 말투로 그 사태를 전했다.
"미야가키 선생님께서 오늘 아침, 자살하셨습니다."
"하하, 하하하……."
이윽고 처음 소리를 낸 사람은 기요무라였다. 그는 문 앞에 선 이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테이블에 한 손을 짚고 일어섰다.
"안 속아요, 이노 씨. 그런 수법은 먹히지 않죠."
기요무라가 익살스러운 말투로 내뱉었다.
"만우절 놀이에는 이제 슬슬 식상할 때가 되었다니까요."
그 말에 실내의 긴장이 단숨에 풀어졌다. 기요무라는 "하마터면 속을 뻔했네"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소파에 앉았다.
"뭐 그래도 모처럼 선생님이 꾸미신 계획을 무시하기도 난처하니 여기서 적당히……."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
"안타깝게도 미야가키 선생님은 정말로 돌아가셨습니다."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이때 초대받은 손님들 각자의 머릿속에는 과연 어떤 생각이 스쳐갔을까.
"그런 문제에 관해서는 절대로 착오가 없을 겁니다. 침실 침대에서 수면제를 많이 드신 모양입니다."
아아…… 하는 긴 탄식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우타야마는 이노에게 걸어가며 물었다.
"유서는?"
"있었습니다."
"원래는 당연히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겠죠.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 하는 매우 특수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말씀하시는 뜻을 잘 모르겠는데요."
"그건…… 여기서 설명드리기가 좀 힘든 문제라서."
"잠깐만요. 분명히 맞는 말씀입니다. 경찰에 알려야 하죠. 하지만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 그러니까, 돌아가신 미야가키 선생님께서 당분간 경찰에 연락해서는 안 된다는 유언을 남기신 겁니다."
불쑥 일어선 시마다는 손에 든 검은 물체를 테이블 위에 내던졌다.
"이거 접는 방법을 가르쳐드리기로 약속했는데."
두 개의 팔에 두 다리, 뾰족한 두 귀에 창처럼 생긴 꼬리, 등에는 날개 두 개가 달려 있는 그것은 검은 종이로 만든, 우타야마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종이접기였다.
아리아드네.
괴물 미노타우로스와 마찬가지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미노스 왕의 딸이면서도 젊은 테세우스에게 반해, 괴물을 쓰러뜨리기 위해 미궁으로 들어가는 그에게 길을 찾을 때 쓸 실꾸리를 건네준 공주…….
이 저택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응접실 이름이 ‘미노타우로스’이고, 방금 나온 넓은 홀은 ‘아리아드네’라고 불린다. 이처럼 이 저택에 있는 열 몇 개의 방에는 각각 미노스 궁전의 에피소드와 관련 있는 신화 속 인물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복도 폭은 1미터도 되지 않는다. 실내나 현관 계단 부분과는 달리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지 않아 적갈색 플라스틱 바닥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높은 천장은 복도 폭을 한 변으로 삼은 정사각형 유닛(철골과 유리로 이루어진 그 납작한 피라미드가 그것이다)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리는 푸른 색이 감도는 두툼한 무늬 유리인데, 그리로 스며드는 자연광은 이미 저녁 어둠에 젖어가고 있었다.
복도는 직선과 직각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혀, 저택 중앙부의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복도가 이 저택 명칭의 유래가 된 ‘미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미궁’ 주인의 너무도 갑작스러운 ‘자살’.
‘이제 와서 장수 기록에 도전할 생각은 전혀 없네.’
석 달 전 담담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던 미야가키…….
그때 이미 그 양반은 오늘 일을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그런데 이상하다…….
이노 미쓰오가 보여주는 기묘한 말과 행동은 무엇일까.
가속도가 붙은 어둠이 더욱 짙어지는 미로 모양의 복도를 오른쪽으로 돌고 왼쪽으로 돌고…… 이윽고 목적지인 미야가키의 서재에 도착했다.
MINOSS.
새겨진 글자를 눈으로 더듬었다.
미노스.
명장名匠 다이달로스에게 명령을 내려 미궁을 만들게 한 크레타 왕의 이름이 제작자의 실수인지 로마자로 표기한 그 철자에는 S가 하나 더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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