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본격추리!
지금 밝혀지는 ‘미로관 살인사건‘의 충격적인 진상!

이 작품을 이렇게 ‘소설‘로 발표하기가 아직 조금은 망설여진다. ‘미로관의 살인‘이라는 제목을 보고 이미 눈치챈 독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작품은 실제로 일어났던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은 글이기 때문이다.
그 살인사건은 이 소설 속에서 밝힌 대로 1987년 4월에 일어났다. 유명 작가가 사는 기묘한 저택에서 일어난 괴사건으로, 당시 일부 매스컴이 상당히 센세이셔널하게 보도하려고 했다.

미로관의 살인시시야 가도미표지 하단에는 짙은 녹색 띠지가 둘러져 있다. ‘기단샤稀譚社 노블스 이달의 신간‘이라는 글 아래 하얀색 고딕체로 인쇄된 광고 문구.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 쓴 책이라면 당연히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도 지은이가 직접 보내온 증정본이다. 읽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책 내용이 그 유명한 미로관 살인사건이라면.......

앞표지 중앙에 네모난 연보라색 슬라이드필름용 프레임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상태로 놓여 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사진 한 장. 피바다를 떠오르게 만드는 새빨간 배경에서 불쑥 솟아오른 물소 머리....... 프레임 오른쪽 위의 연보라색 바탕에 책 제목이 돋을새김으로 박혀 있다. 프레임 왼쪽에는 역시 돋을새김으로 지은이 이름이있다.

1988년 9월 2일 금요일.
여름감기에 걸려 집에서 누워 있던 시마다 앞으로 책 한 권이 도착했다.

복잡한 미로를 품고 있는 지하 저택 미로관迷路館. 이곳에 모인 추리작가 네 명이 미로관을 무대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순간 참극의 막이 오른다. 밀실로 변한 저택안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 과연 진범은 누구인가. (......) 전율할 엄청난 트릭! 경악할 결말! 비교할 수 없는 추리의 매혹!

시마다는 그 사건 내용을 상세하게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매우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그 사건이 결국 어떤 해결‘을 맞이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의 추리소설적 재현이라.......

소설에 등장하는 인명 지명 등의 고유명사는 이런저런 사정에 비추어 거의 가명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도 시치미 뚝 떼고 소설 속에등장하지만 나 역시 ‘시시야 가도미‘라는 필명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그들‘ 중 몇 명은 분명히 추리소설이라는 기형적인 문학을 각별히 사랑하고 추리문학에 열정을 바친 사람들이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그 사건을 소재로 이렇게추리소설적 재현을 시도하는 일이 죽은 이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건의 전말을 이런 식으로 발표하겠다고 마음먹은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편집자인 모씨가 적극 권유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그 사건으로 죽어간 ‘그들‘에 대한 추모의 뜻이라고나 할까.

고백하겠다.
나는 실제로 그 사건을 목격하고 온 사람이다. 나 시시야 가도미는 1987년 4월에 미로관에서 일어난 그 연쇄살인사건의 관계자 가운데 한 명이다.

주요 등장
인물괄호 안 숫자는 1987년 4월에 만으로 셈한 나이
미야가키요타로(60) 일본 추리소설계의 원로 대가, 미로관 주인기요무라 준이치(30) ㅡ 추리작가
스자키 쇼스케(41) ㅡ추리작가후
나오카 마도카(30) ㅡ 추리작가
하야시 히로야(27) ㅡ 추리작가
사메지마 도모오(38) 평론가
우탸야마 히데유키(40) 편집자
우타야마 게이코(33) 우타야마 히데유키의 아내
이노 미쓰오(36) 미야가키의 비서
가도마쓰 후미에(63) 가사 도우미
시마다 기요시(37) 추리소설 마니아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우타야마 히데유키는 그가 권한 소파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아, 정말 건강하신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우타야마가 마주하고 있는 그는 작년 봄에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와 별다를 바 없는 노신사, 미야가키 요타로宮垣葉太郞다.
하지만, 그렇다. 분명히 안색이 좋지 않다. 얼굴이 전보다 더 야윈 것도 같고, 움푹 팬 두 눈은 예전의 날카로운 빛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듯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미야가키를 따라 웃음으로 얼버무려보았지만 우타야마는 이때 살짝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건강에 관해 이야기하는 미야가키의 말투가 왠지 전보다 더 자조 섞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 이야기는 빼고 오래간만에 선생님을 뵙고 싶습니다. 마침 설날에 고향에 들를 예정이기도 해서요."
"아, 그러고 보니 자네 고향이 미야즈였던가?"
우타야마의 본가는 교토 부 미야즈 시. 명승지인 아마노하시다테 근처에서 여관을 운영한다.

미야가키 요타로.
대형 출판사인 기단샤 문예편집부에 근무하는 우타야마가 담당 편집자로서, 그리고 작품의 열렬한 독자로서 오랜 세월 함께 해온 탐정소설 작가다.

추리 문단 ‘배후의 대가‘라고나 불러야 할 존재!
우타야마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대중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한, 이른바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시대의 유행을 넘어서 미야가키만큼 열렬한 ‘신봉자‘를 거느린 추리작가도 드물지 않을까.

"끈덕지군, 자네도. 난 원래 마음이 아주 약한 사람일세. 예를 들면 말이야, 내겐 소년 시절부터 간절히 바라던 소망이 하나 있었지. 한번 내 손으로 사람을 죽여보고싶다는 소망이. 하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네. 몇 십 년씩 살인 이야기만 써온 건 말하자면 그 보상 행위겠지."

‘미로관迷路館‘이라고 불리는 그 저택은 미야가키 요타로가 십여 년 전에 별장으로 지은 집이다. 원래 목적에 걸맞게 여름 한철을 지내는 데 쓰던 시절에는 우타야마도 몇 차례 초대받은 적이 있다. 그 이름대로 집 안 복도가 복잡한 미로 모양을 한 기상천외한 건물이라 처음 방문했을 때는 상당히 당황했다. 미야가키는 장난꾸러기아이 같은 얼굴로, 놀라는 방문객들의 반응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곤 했다.

"날 과대평가하는군. 그 유명한 밴 다인 씨가 한 말이 옳아. 한 작가가 뛰어난 탐정소설을 여섯 편 이상은 쓸 수 없다는. 내가 사십 년 가까이 대체 몇 작품이나 썼는지아나? 장편만 해도 그 한계치를 곱절이나 넘어섰네."

"연말에 우연히 알게 됐는데, 규슈에 있는 무슨 절집 셋째아들이라고....... 아, 만나면 알 걸세. 자네도 분명히 관심을 갖게 될 거네."

염려하던 미야가키의 컨디션이 ‘건강한 건지 어떤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미야가키가 아직도 내심 창작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확인할 수있었다. 그것만 해도 오늘 먼 걸음을 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물론 이때 우타야마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설마 이것이 살아 있는 미야가키 요타로와 이야기를 나눈 마지막 기회가 될 줄은.

"조만간 초대장을 보낼 테니 시간 내서 들러주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야가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의 안색을 살피며 우타야마가 물었다.
"저 외에는 어떤 분들을 부르실 예정이신가요?"

젊은 시절 미야가키는 눈길을 끌 만한 미남이었다고 한다. 중년을 넘기고도 그가 마음만 먹으면 섹스 상대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요 몇 해동안은 그런 소문도 돌지 않았다.

부인과 함께 오라는 권유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내는 미야가키가 도쿄에 살 때 인사를 시켜 서로 아는 사이였고, 임신 경과도 순조롭고 안전한 시기이기도했다.

조수석에 앉은 게이코가 말했다. 아내의 밝고 소녀 같은 말투에 우타야마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내는 우타야마보다 일곱 살 아래다. 그래도 올해로 벌써 서른세살이 된다.

고독한 노인. 아무리 생각해도 미야가키의 지금 모습에는 그런 표현이 걸맞다. 도쿄에서 지낼 때 본 미야가키한테서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미지였다.

미야가키 요타로의 비서 이노 미쓰오가 보낸 편지를 받은 것이 딱 2주 전이다. 환갑 기념 파티를 한다는 안내장이었다.

스자키 쇼스케. 기요무라 준이치. 하야시 히로야. 후나오카 마도카. 사메지마 도모오. 아까 우타야마가 입에 올린 이 이름들은 모두 그들 다섯 사람의 본명이다. 다섯사람은 모두 미야가키가 발행하는 잡지 『기상의 신인상 출신자인데 집필 활동을 할 때는 다들 본명이 아닌 필명을 쓰고 있다.

그런 까닭에 미야가키 요타로의 ‘제자‘들은 모두 ‘스승‘ 앞에서는 결코 필명으로 부르지 않는다. 담당 편집자도 예외가 아니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하나의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저어,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우타야마는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좀 문제가 생겨서요."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시마다 기요시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어느 절엔가 계시는 스님이시죠? 전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군요."
우타야마가 왠지 유쾌한 기분이 들어 슬쩍 농담을 던졌다.

나카무라 세이지.
우타야마도 신문이나 주간지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이미 세상을 떠난 괴상한 건축가. 그가 지은 기묘한 건물들.

폭은 대략 4미터에 1층 높이. 높이가 3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바위로 지은 자그마한 사당 같은 모습이다. 양쪽으로 이어지는 야트막한 돌담 너머는 조금 떨어진위치에서 보면 살풍경한 평지가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여서 게이코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저게 현관이야? 왠지 무서워. 으스스한 느낌이 드네."
"선생님이 무척 좋아하는 분위기잖아."
"음, 그런데 생각보다 작네. 저 안에 미로가 있어?"
분명히 얼핏 보기에는 작은 건물이다.

"원래 제가 미야가키 요타로의 팬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작년에 선생님을 알게 된 건...... 뭐랄까, 그렇군요, 건물이 맺어준 인연이라고나 할까요?"
"건물이? 미로관 말입니까?"

격자 바로 앞 오른쪽에는 어른 가슴 높이까지 오는 대리석상이 놓여 있었다. 하반신은 네 발 달린 짐승, 상반신은 사람 모습을 하고 있다. 우두인신牛頭人身이 아니라우신인두牛身人頭다. 이것 또한 미노타우로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그 괴물의 형상을 단테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잘못 해석한 결과 이런 기형의 기형이 생겨났다고한다.

"저 건물은 말이야, 여기서는 현관 부분만 보이는 거야."

나이가 들어 보이지만 어쩌면 할머니라고 부를 정도로 많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통통하고 키가 작았다. 게이코도 체격이 꽤 작은 편인데 할머니는 더 작았다. 그런 몸으로 아장아장 지하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큰 실례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우타야마는 노트르담의 꼽추를 떠올렸다.

할머니가 무뚝뚝하고 쉰 목소리로 세 사람을 맞아들였다.

나온 사람은 세 달 전에 방문했을 때도 보았던 가사 도우미 할머니였다.

"그러니까, 미로관 본체는 저 아래, 지하에 있다는 이야기지."

거무스름한 얼굴을 찡그리고 쓰러져 있는 남자, 기요무라 준이치가 다시 신음소리를 냈다.

사메지마 도모오.
후나오카 마도카.
스자키 쇼스케.
나머지 한 사람, 하야시 히로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때만 해도 우타야마는 그런 사실을 깨달을 여유조차 없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가 손을 댔다는 기묘한 건물들의 이름. ‘십각관‘ 그리고 ‘수차관이었던가? 그리고 그런 저택에서 일어났다는 사건들.......
나나

미야가키 요타로.
대형 출판사인 기단샤 문예편집부에 근무하는 우타야마가 담당 편집자로서, 그리고 작품의 열렬한 독자로서 오랜 세월 함께 해온 탐정소설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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