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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셀프 트래블 - 2023-2024 최신판 ㅣ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김미정.백진수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5월
평점 :
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도쿄 여행기
여행 1일차, 2025.12.24.(수요일)
비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 푸른빛의 도쿄
1. 새벽 2시 46분, 크리스마스 도쿄를 향해
크리스마스이브 새벽 2시 46분.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깊이 잠들어 있을 시간, 우리 가족은 대전을 출발했다.
목적지는 인천공항.
그리고 그 너머의 도쿄였다.
이번 여행은 12월 24일부터 28일까지 4박 5일.
크리스마스를 도쿄에서 보내기로 했다.
깜깜한 새벽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은 언제나 묘한 기분이 든다.
몸은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는데 마음은 벌써 여행지에 가 있다.
램블러 기록상 대전에서 인천공항까지의 거리는 207.9km.
소요시간은 2시간 10분 4초였다.
중간에 쉬지 않고 그대로 달렸다.
새벽길을 꼬박 두 시간 넘게 달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2. 인천공항 쉐이크쉑에서 시작한 크리스마스이브
오늘 우리가 탈 비행기는 진에어 LJ0201편.
인천국제공항을 오전 7시 25분 출발해 나리타국제공항에 오전 9시 55분 도착하는 일정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새벽 2시 46분부터 움직였으니 당연했다.
출국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아침부터 먹기로 했다.
인천공항 쉐이크쉑(Shake Shack).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펼쳐놓고 가족 넷이 이른 아침부터 제대로 칼로리를 채웠다.
마님이 먹는 햄버거에서는 치즈가 길게 늘어났고, 딸래미도 햄버거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평소라면 아침부터 햄버거를 먹을 일도 별로 없겠지만 여행 가는 날 공항에서는 이런 것도 모두 특별해진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서야 출국수속을 시작했다.
공항 안에는 크리스마스이브답게 눈사람 장식도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떠나면서 우리 가족이 은근히 준비한 것이 하나 있었다.
네 사람이 똑같이 맞춰 신은 회색 뉴발란스 운동화.
출국을 기다리며 네 켤레의 운동화를 가운데로 모아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아빠, 엄마, 아들, 딸.
신발 크기도 다르고 발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오늘만큼은 같은 신발을 신고 같은 곳을 향한다.
별것 아닌 운동화 한 켤레지만 넷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순간에는 그게 제법 의미 있게 느껴졌다.
‘우리는 한 가족.’
말로 굳이 하지 않아도 네 켤레의 회색 운동화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4박 5일 동안 이 신발을 신고 도쿄의 거리를 함께 걸을 것이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탑승구로 향했다.
비행기는 예정시각보다 조금 늦어 오전 8시가 넘어서야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창밖 활주로에는 빗방울이 보였다.
도쿄의 날씨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간다.
크리스마스 도쿄로.
3. 비 내리는 나리타, 그리고 N‘EX
오전 10시 무렵 나리타공항(成田国際空港)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쿄의 첫인상은 파란 겨울 하늘이 아니었다.
비였다.
하필 크리스마스이브에 비라니.
입국 절차를 마치고 시부야까지는 나리타 익스프레스(Narita Express, N‘EX)를 이용하기로 했다.
승차권은 나리타공항 제1터미널 11시 44분 출발, 시부야 13시 04분 도착.
NARITA EXPRESS 18호, 8호차였다.
유선 자물쇠가 달린 N‘EX 전용 수하물 보관대에 캐리어를 넣어두고 자리에 앉았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좌석에 아들과 나란히 앉아 사진도 한 장 남겼다.
열차가 나리타를 벗어나자 창밖으로 일본의 겨울 들판과 낮은 주택들이 지나갔다.
하지만 비는 그칠 생각이 없었다.
창문에는 계속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12시 17분 무렵 지바를 지나고, 오후 1시가 가까워지자 차내 전광판에 드디어
‘잠시후 시부야’
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 일본어: まもなく 渋谷
* 영어: Arriving at Shibuya
* 한국어: 잠시후 시부야
* 중국어: 即將到達 渋谷
차내 전광판은 4개국어를 함께 안내하고 있었다.
이제 오늘부터 4박 동안 머물 도쿄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4. 시부야 도착, 그런데 호텔이 어디 있는 거야?
오후 1시 무렵 시부야(渋谷)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에서 4박을 모두 책임질 숙소는
JR EAST HOTEL METS SHIBUYA
(JR東日本ホテルメッツ 渋谷).
시부야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교통 하나만큼은 정말 편리할 것 같았다.
그런데 첫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시부야역 주변이 대대적인 공사 중이었다.
JR선, 긴자선, 한조몬선, 후쿠토신선, 도요코선에 하치코광장과 동쪽 출구,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방면까지 각종 안내판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분명 역과 연결된 호텔이라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캐리어를 끌고 시부야역 안팎을 한참 헤맸다.
밖으로 나가면 비까지 맞았다.
“아니, 지하철하고 바로 연결된다더니 호텔 찾다가 사람 잡겄네.”
그렇게 헤맨 끝에 겨우 호텔을 찾아냈다.
첫날부터 시부야가 만만치 않다.
체크인 시간까지는 아직 일렀다.
캐리어만 호텔에 맡겨놓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5. 시부야로 진격의 거인
드디어 짐에서 해방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부야로 진격한다.
진격의 거인이다.
그런데 아무리 거인이라도 배가 고프면 허당이다.
새벽 2시 46분부터 움직였고 인천공항에서 먹은 햄버거 이후 제대로 먹은 것이 없었다.
일단 밥부터 먹어야 했다.
호텔에서 나와 걷다가 근처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멘한쇼쿠도 나카지마(麺飯食堂 なかじま).
딱히 맛집을 찾아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그냥 배고프니 눈에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메뉴에는 탄탄멘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면과 볶음밥, 중화요리가 있었다.
아이들은 붉은 국물의 면을 주문했고, 우리는 목이버섯과 달걀, 돼지고기가 들어간 볶음요리에 밥을 먹었다.
그런데,
“오?”
생각보다 맛있다.
아무 기대 없이 들어왔는데 첫 끼부터 성공이다.
유명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것도 여행의 재미지만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집에서 뜻밖에 맛있는 음식을 만날 때가 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니 다시 힘이 났다.
진격의 거인 부활이다.
6. 포켓몬센터, 전 세계 사람들이 여그 다 모였나
아들이 이번 도쿄여행에서 가고 싶어 했던 곳 가운데 하나가 포켓몬센터였다.
시부야 PARCO(渋谷PARCO) 6층에 있는 포켓몬센터 시부야(ポケモンセンターシブヤ)로 향했다.
그런데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입이 벌어졌다.
“워매, 전 세계 사람은 여그 다 모아놨나?”
정말 사람이 많았다.
크리스마스이브라 그런지 일본 사람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매장을 꽉 채우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사람에 밀려 들어가야 할 정도였다.
피카츄 인형이며 각종 캐릭터 상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정작 아들이 관심 있어 하는 포켓몬카드는 상황이 달랐다.
종류도 별로 없고 상당수가 품절이었다.
그야말로 포켓몬카드 품절 대란.
계산대 줄은 더 기가 막혔다.
무언가 하나 사더라도 계산하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우리는 사람 구경, 포켓몬 구경만 실컷 하고 그냥 나왔다.
7. 루피도 만나고, 닌텐도도 구경하고
포켓몬센터와 같은 층에는 볼거리가 많았다.
이번에는 양팔을 번쩍 치켜든 『원피스』의 루피가 나타났다.
익살스럽게 웃으며 서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근처에는 닌텐도 도쿄(Nintendo TOKYO)도 있었다.
붉은색 닌텐도 간판 아래로 온갖 캐릭터 상품이 진열돼 있었고 『스플래툰』의 잉클링 캐릭터 대형 조형물도 자리 잡고 있었다.
도쿄에 오면 이런 재미가 있다.
한국에서는 화면 속에서만 보던 게임과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거리와 상점 곳곳에서 실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아들은 포켓몬을 찾아다니고, 딸래미는 또 사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시부야 PARCO 안을 다시 돌아다녔다.
각종 패션매장과 캐릭터숍이 층층이 들어서 있고 서점에는 일본 만화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가족여행이라는 것이 그렇다.
내가 보고 싶은 곳만 돌아다닐 수도 없고, 마님이 좋아하는 곳만 갈 수도 없다.
아들이 원하는 곳도 가고,
딸이 사고 싶은 것도 구경하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8. 비 오는 시부야,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파르코를 나왔지만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거리에는 온통 우산이다.
우산을 쓰고 시부야 공원거리 쪽으로 걷다가 스타벅스 시부야 공원거리점
(スターバックス コーヒー 渋谷公園通り店)에 들어갔다.
청의동굴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스타벅스다.
새벽부터 계속 움직였고 비까지 맞으며 시부야를 돌아다녔으니 잠깐 쉬어갈 시간이 필요했다.
따뜻한 실내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 한 잔의 여유.
아들도 자리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쉬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계속 거리를 오갔다.
여행에서는 이런 시간이 좋다.
무엇을 반드시 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 몇 시에 가야 하는 것도 아닌 시간.
그냥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아, 지금 우리가 도쿄에 와 있구나.’
하고 느끼는 시간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9. 요요기공원,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켓
다음 목적지는 요요기공원(代々木公園).
시부야구청을 지나 겨울 나무들이 늘어선 길을 따라 걸었다.
비를 맞은 나무들은 대부분 잎을 떨어뜨린 채 앙상했고, 산책로 곳곳에는 물웅덩이가 남아 있었다.
도쿄 한복판의 화려한 시부야에서 조금만 걸어 들어왔을 뿐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공원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뜻밖의 크리스마스 풍경이 나타났다.
커다란
‘SHIBUYA Christmas’
간판이 세워진 입구.
그 안으로 붉은색과 흰색 천막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2025 시부야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음식과 음료를 파는 부스들이 이어지고, 곳곳에 크리스마스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오늘이 12월 24일.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이브 한복판에 들어와 있었다.
공원 한편에는 아직도 옛날식 공중전화 부스가 남아 있었다.
도쿄처럼 거대한 현대도시 한복판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니 또 묘하다.
조금 더 걸어가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밤 가장 보고 싶었던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10. 청의동굴(青の洞窟 SHIBUYA 2025)
청의동굴(青の洞窟 SHIBUYA 2025).
요요기공원 느티나무길과 시부야 공원거리 일대를 푸른 LED 조명으로 뒤덮는 겨울 일루미네이션이다.
길 양쪽 나무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더니 어느 순간 거리 전체가 푸른색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나무에 파란 조명을 달아놓은 행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 느낌이 전혀 달랐다.
머리 위도 파랗고,
옆도 파랗고,
비에 젖은 길바닥까지 파랗다.
나무와 거리 전체가 푸른빛 속에 잠겼다.
청의동굴이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올해 행사장에는 거대한 눈사람도 세워져 있었다.
‘청의동굴 THE SNOWMAN(青の洞窟 THE SNOWMAN)’.
커다란 눈사람 표면으로 빛과 영상이 투사됐다.
처음에는 푸른 별빛이 흐르다가 하얀 눈사람으로 변하고, 얼굴이 나타나기도 했다.
몸통에는 글과 영상이 흘렀다.
단순히 조형물 하나를 세워놓은 것이 아니라 눈사람 전체가 하나의 스크린이자 빛의 공연장이었다.
그 뒤로는 푸른 LED를 뒤집어쓴 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푸른색의 오묘한 조화.
참 묘한 색이다.
화려한데 요란하지 않고,
차가운 색인데 이상하게 사람을 끌어당긴다.
그리고 오늘은 비까지 내린다.
처음에는 하필 여행 첫날부터 비냐고 투덜거렸는데 청의동굴에서는 그 비가 오히려 한몫했다.
젖은 도로 위로 푸른빛이 그대로 반사됐다.
위에는 파란 나무,
아래에는 파란 길.
그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걸었다.
비가 와도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이니 당연할 수도 있다.
우산을 쓴 사람들의 행렬과 푸른 불빛이 한데 섞였다.
빛이 변할 때마다 거리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마치 도시 한복판이 아니라 잠시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가족과 함께 도쿄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이브.
오늘 하루 가운데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을 장면이다.
11. 다시 시부야로, 사람에 치여 죽겄다
청의동굴(青の洞窟)을 보고 다시 시부야 쪽으로 걸었다.
길가의 가로수에도 푸른 조명이 이어졌다.
비에 젖은 도로 위로 자동차의 붉은 후미등과 파란 조명이 뒤섞여 번졌다.
밤이 깊어질수록 시부야에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시부야 PARCO를 지나 스크램블 교차로 쪽으로 들어서자 아예 우산의 바다다.
검은 우산,
투명 우산,
하얀 우산.
수많은 우산이 교차로를 꽉 채웠다.
건물의 대형 전광판과 네온사인은 정신없이 번쩍이고, 그 아래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다녔다.
저녁도 먹었다.
그런데 희한하게 오늘 하루 중 저녁 메뉴는 벌써 기억이 희미하다.
확실한 것은 음식보다 사람이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시부야.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아이고, 사람에 치여 죽겄다.”
진짜 그 말이 절로 나온다.
비가 와도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모두 우산을 펼쳐 들고 있으니 거리는 더 좁아졌다.
램블러 기록으로 오늘 오후 시부야와 요요기공원을 돌아다닌 거리는 6.8km.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간 46분 넘게 돌아다녔다.
새벽 2시 46분부터 움직인 몸에는 이제 피로가 차곡차곡 쌓였다.
일단 호텔로 돌아왔다.
12. 마님은 그로기, 우리는 다시 시부야 스카이로
호텔에서 잠시 쉬었다.
새벽 2시 46분 대전 출발.
인천공항.
비행기.
나리타공항.
N‘EX.
시부야.
그리고 비를 맞으며 오후 내내 걸었다.
결국 마님은 그로기 상태다.
오늘은 더 이상 못 움직이겠다고 한다.
마님은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하지만 나와 아들, 딸은 아직 마지막 일정이 남아 있었다.
시부야 스카이(SHIBUYA SKY).
밤 8시가 조금 넘어서 셋이 다시 호텔을 나섰다.
램블러 기록상 오후 8시 02분 출발.
오늘 밤 마지막 출격이다.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渋谷スクランブルスクエア)로 향했다.
건물 주변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특히 분홍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에 띄었다.
아들과 나,
딸과 나.
트리 앞에서 번갈아 사진도 남겼다.
이제 시부야 스카이에 올라가 도쿄의 크리스마스 야경을 내려다볼 차례다.
오늘 하루 종일 비 맞으며 돌아다닌 마지막 보상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또 그놈의 비가 문제였다.
입구에 도착해 전광판을 보니 딱 적혀 있었다.
ROOFTOP CLOSE ×
INDOOR OPEN ○
옥상 폐쇄.
실내 전망공간은 열려 있었지만 우리가 보러 온 것은 옥상에서 바라보는 도쿄의 밤이었다.
옆에는 한국어로도
‘옥상 폐쇄 시 무료 취소 서비스’
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아이고.
여기까지 왔는디.
결국 관람을 포기하고 환불받기로 했다.
“젠장…….”
하루 종일 비가 따라다니더니 마지막 일정까지 제대로 발목을 잡았다.
멋진 도쿄 야경을 보고 첫날을 마무리하려 했는데 이렇게 끝나다니 조금 허무했다.
그래도 스크램블 스퀘어 주변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조금 더 구경했다.
비에 젖은 시부야 고층빌딩과 거리는 여전히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한계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13. 비와 푸른빛의 크리스마스이브
그렇게 도쿄에서의 첫날이 끝났다.
하루 종일 비가 따라다녔고, 사람 많은 시부야에서는 몇 번이나 지쳤다.
마지막 시부야 스카이까지 비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청의동굴(青の洞窟)에서 가족과 함께 걸었던 푸른빛의 길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비에 젖은 길 위로 번지던 푸른빛과 그 사이를 함께 걷던 우리 네 사람.
새벽 인천공항에서 나란히 모았던 네 켤레의 회색 뉴발란스 운동화는 오늘 하루 종일 도쿄의 같은 길을 걸었다.
2025년 크리스마스이브.
우리 가족의 도쿄여행 첫날은 그렇게 저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