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몽규에 대한 증언도 있어 조금 길게 인용해 보았다. 영화 <동주> 첫 장면을 보면, 한범(송몽규의 아명)이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장면이 나오고, 창고에서 윤동주와 대화하다가 문익환이 문을 열고 나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우리 익환이와 동주와 한범이는 절친한 친구"라는 증언을 영상화한 것이다. - P-1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윤동주, 「새로운 길」(1938.5.10) 전문 - P-1
일찍이 서산대사가 살았을 듯한 우거진 송림 속, 게다가 덩그러니 살림집은 외따로 한 채뿐 — 윤동주 산문, 「종시」 - P-1
이상하지 않은가. 사실 바람이 불면 나무가 춤을 추고, 바람이 자면 나무가 잠잠해야 하지 않는가. 동주는 거꾸로 생각한다. 원인과 결과가 바뀌어 있다. - P-1
관점의 전환은 다른 시에서도 보인다. 우리 집에는 닭도 없는데, "다만 애기가 젖 달라 울어서 새벽이 된다", 우리 집에는 시계도 없는데 "다만 애기가 젖 달라 보채어 새벽이 된다"(「애기의 새벽」)고 한다. 닭이나 시계 대신 새벽을 끌어오는 이 애기야말로 바람을 춤추게 하고 잠잠케 하는 나무, 곧 강력한 단독자 아닌가. - P-1
1931년 3월 30일 명동학교를 다니던 졸업생 14명은 졸업 선물로 김동환의 서사시집 『국경의 밤』(1925)을 받는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순이’가 윤동주가 만난 첫 번째 순이일 것이다. - P-1
이 서사시에서 ‘순이’는 33회 등장한다. 일제 치하 함경북도 두만강변의 S촌을 배경으로 ‘순이’와 남편인 밀수꾼 병남, 그리고 지난날 ‘순이’의 애인이었던 청년 사이의 사랑의 삼각 관계 이야기다. 밀수출 갔던 남편이 죽어 시체로 돌아오는 이 이야기는 식민지 시절 세 사람의 갈등을 통해 국경에 사는 변두리 사람들의 애절한 사랑과 어두운 현실을 노래한다. 겉으로 읽으면 국경에 사는 ‘순이’에 얽힌 사랑과 비련 이야기 같지만, 속으로 읽으면 식민지의 국경 지대를 통해 나라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드러내는 명작이다. - P-1
결국 윤동주 시에 등장하는 ‘순이’는 실제 이름이라기보다, 당시 여성을 상징하는 기표라고 해야 할 것이다. - P-1
오히려 일본의 도시샤대학은 두 시인의 시비를 모셔서 거대한 정신을 기리고 있건만, ‘지용소공원’이라는 좁은 놀이터 하나로, 노벨문학상 이상의 가치를 지닌 정지용이라는 우주와 윤동주라는 우주가 만난 이 장소를 이렇게 그냥 버려 두어야 쓰겠는가. - P-1
처음에는(「서시」가 되기 전) 시집 이름을 『병원』으로 붙일까 했다면서 표지에 연필로 ‘병원病院’이라고 써넣어 주었다. 그 이유는 지금 세상은 온통 환자투성이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리고 병원이란 앓는 사람을 고치는 곳이기 때문에 혹시 이 시집이 앓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느냐고 겸손하게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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