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글. 2nd
사라진 문명을 찾아서
신의 지문(Fingerprints of God)

1. 초고대 문명?
퀴즈로 시작해보자
- 현재, 지구상에 서있는 단일 건물 중에서 부피를 기준으로하여 제일 큰 건물은 무엇일까?
- 역시 현재, 지구상에 서있는 단일 건축물 중에서(댐, 다리 제외) 가장 무거운 것은 무엇일까?
- 처음 건설된 이후로 사천년간이나 아무도 들어가보지 못했음은 물론 아직도 내부가 다 밝혀지지 않은 건물은?
- 가장 오랫동안 무너지지 않고 서있는 마천루는?
- 가장 정밀한 계산과 공법 하에 지어진 건물은?
- 가장 심플한 외형 디자인을 자랑하는 건물은?

뭐 이걸 어찌 맞추냐 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6문제의 답이 공통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 좀 쉬울지 모르겠다. 이 답은, 이집트 기자에 있는 대피라미드다.

현재 역사의 주류 이론은 지금부터 6000년전인 기원전 4천년을 전후한 청동기시대, 메소포타미아, 나일강, 인도, 황하문명이 출현하여 발달하였고, 이중 특히 나일강을 중심으로 한, 이집트문명이 그리스-로마시대로 이루어지며, 현재로 발전되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론은 피라미드를 비롯한, 유적들의 엄밀성, 과학성, 기술력, 목적을 규명하지 못한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다.

현재 서양문명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그리스문명의 전성기만 해도, BC 3세기 전후인데, 주류역사에서 추정하는 피라미드의 완성시기도 그것보다 무려 3천년전임에도 불구하고, 피라미드는 여전히 인류가 만든 단일 건축물 중 가장 거대할 뿐만 아니라, 가장 정밀하다.

(피라미드의 남북면은 지구의 자오축선상의 정남북을 정확히 일치하고 그 오차는 0.1%에 불과한데, 현대 건축학으로도 1%내 오차를 위해서도 대단히 정밀한 계산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대충 쌓아놓은 것 같은 무게 10톤 석회암 1만5천여개의 접합부 사이가 0.2밀리터에 불과하다.)

또한, 피라미드는 이런 저런 측면에서, 현재 BC 2,500년전 만들어졌다는 주류 이론과 전혀 일치하지 않고, 여전히 ‘그보다 훨씬 전 알지도 못할 시기에 만들어져, 여전히 그 자리에서 인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주장이다. 그렇기에, “인류는 역사를 두려워하지만, 역사는 피라미드를 두려워한다”는 격언이 힘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2. 초고대문명에의 초대, <신의 지문>

“신의 지문”의 저자, 그레이엄 헨콕은 이런 근간에서, ‘인류가 잃어버린 초고대문명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다각적으로 제시한다.

피라미드는 물론이요,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메르카토로 지도공법과 신대륙발견이 이루어지기 전인 1,513년 남극대륙과 남아메리카를 비롯, 대륙간 지형을 정밀히 묘사한 ‘피리레이스 지도’(남극대륙의 퀸 모드랜드 지역의 프린세스 마사 해안과 팔머 반도를 그린 듯한 지도), 남아메리카의 나스카 평원의 거대한 그림, 잉카-마야문명의 정밀성과 거기에 얽힌 전승전설 등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있는 비밀이 존재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헨콕은 정통 연구자라기보다는 전직 기자(이코노미스트) 답게, 풍부한 자료와 현장 답사를 통해, 가설들을 단정하지 않고, 다각적인 가능성들을 암시한다. 첫째 외계문명에의 전승, 둘째 초고대문명이 분명히 존재했고, 파멸적인 천재지변(화산폭발, 대홍수, 빙하기)로 파괴되고, 지금 현재의 문명이 다시 진행되고 있다는 설 등

3. 인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역사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그것이 ‘인류의 개인과 공동체가 어떻게 작동되어 왔는가’에 대한 사례와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고대문명의 가능성은, ‘지금 인류의 지능과 신체발달이 50만년전 완성되었고, 기원전 6000년을 전후 문명으로 발달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다’는 선형발전이 아니라, 이미 한차례(또는 몇차례)의 고도발전이 있었다가, 멸망하였고, 지금 또 반복되고 있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며, 이 역시, 또 하나의 역사적 교훈이 되는 가설은 역사 취미자에겐 끊임없는 호기심의 대상이다.

과연 인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무시무시한 비밀을 담고 있는 그레이엄 헨콕의 추리극은 남극 대륙이 그려진 한 장의 지도로부터 시작된다. 인류에게 19세기에 발견된 남극 대륙이 이미 그 이전 시대 지도에서 보여진다는 것은 상상력 풍부하고 말 잘하는 사람에겐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일 것이다. 기원전 남극 대륙의 빙결 전으로 원본 지도를 추정해 낸 헨콕의 수사는 점점 가속화되면서 남아메리카를 돌아 아프리카까지 긴 추적을 시도한다. 그리고 『신의 지문』이라는 한 편의 거대한 역사 드라마를 탄생시킨다.

『신의 지문』은 초고대 문명의 존재를 찾아 떠나는 역사 탐험서이다. 헨콕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1만 여년 전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있어 이집트와 마야 인 등에게 지식과 기술을 가르쳤고, 그들의 본거지였던 남극이 지각 이동으로 오늘날처럼 얼음으로 뒤덮이게 되었다. 그리고 불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움직이는 지구의 대재해는 또 다시 지구를 덮칠지도 모른다.

결과론적 주장만 놓고 듣는다면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고 가볍게 넘길 법하지만 그가 풀어놓는 치밀한 논리 전개와 흥미로운 논거들을 따라가다 보면 기존에 알고 있던 우리의 역사관이 얼마나 재미없고, 성의 없이 주입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그 사이 헨콕의 논리에 한편 고개를 끄덕이게 됨은 물론이다.

페루의 고대 유산을 마지막으로 계승한 잉카 족 사이에선 잉카 시대 훨씬 이전부터 위대한 문명이 있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키가 크고, 턱수염이 길며 피부색이 하얀 비라코차들이 문명을 창시했고, 사람들을 교화시켰다. 안데스 지역에도 이와 비슷한 전설이 내려져 오는데 이 같은 이야기는 고대 이집트의 오시리스 신화와도 상당 부분 공통점을 지닌다. 문명을 전파한 선구자들이 있었고 마침내 바다 속으로 사라져 갔다는 점 등 타 지역에서 보이는 전설의 유사함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근원적으로 연결된 이야기일까 헨콕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높이가 8미터를 넘고 무게가 400톤에 달하는 돌들을 쌓아 올린 페루의 고대 성채나 거대한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슬그머니 의문을 하나 더 제기한다.

`실제로 보지 않고서는 그 크기를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인디오들이 어떻게 해서 돌을 절단했고, 어떻게 운반했으며, ..어떻게 조각했고, 어떻게 쌓아올릴 수 있었을까? 그들은 쇠와 강철을 몰랐기 때문에 바위를 뚫을 수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돌을 자르거나 다듬는 일도 당연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게다가 운반에 반드시 필요한 마차나 우마차도 그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돌은 아주 컸고, 운반에 필요한 산길은 험했다...‘

거기다가 헨콕은 잉카 제국의 성채 벽을 보고 놀라움의 말을 남긴 선인의 기록을 인용해 가며 돌을 운반하려다 수천명의 인디오들을 깔아 뭉갠 잉카 제국의 대참사까지 소개한다. 과연 그들이 저 우뚝 솟은 성채를 세울 수 있었겠는가. 그렇다면 과연 누가 건설했을까 라고 다시 한 번 확신에 찬 의문을 남겨 놓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좇는다 해서 헨콕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다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만,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고대의 저 빛나는 여러 문명을 이끈 이를 백인의 상으로 그린다는 위험을 지나치지 않더라도, 핸콕의 이야기에는 구미를 당기는 재미와 납득할 만한 설득력이 있다. 신화와 과학 사이에 비스듬히 서서, 초고대 문명의 지문과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꿰어 묶는 것이다.

사라진 초고대 문명의 흔적을 모으려고 많은 고대 유적을 샅샅이 탐사하고 편집한 헨콕의 노고만으로 『신의 지문』이 흥미진진한 미스터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다큐멘터리 구성을 하고 있지만 소설을 내려 읽는 듯한 긴박함은 역사에 대한 도발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지나온 과거를 그 누가 정확히 안다고 장담하겠는가, 고고학자들의 연구 결과 역시 검증된 추론일 수밖에 없다면 상상하는 것은 우리들의 자유이고, 헨콕은 독자들에게 상상할 기회를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의 지문』의 매력이란 추측과 논리를 적절히 구현하며 독자들을 새로운 역사의 장으로 안내하는 헨콕의 입담에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소재라도 밍숭밍숭한 말투와 건조한 표정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라면 별 감흥이 없듯, 재료를 다듬는 요리사의 솜씨가 어떠냐에 따라 음식의 맛은 결정되는 것이다.

긴 여정을 통해 사라진 문명의 지문들을 발견하는 헨콕은 세계의 종말에 대한 예언을 소개하며 `전에 일어난 일이 다시 일어난다. 태양 아래에서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라는 으시시한 말로 끝맺음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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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05 00: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신의 지문. 저도 갖고만 있는 ㅎㅎ 대장정님 글 보니 신의 지문 읽어야하는데 하고 기억이 납니다. 질문으로 시작하는 요약 독특하고 좋아요 *^^*안녕히 주무세요 ~

대장정 2021-12-05 00:22   좋아요 4 | URL
😂 감사합니다^^ 미니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scott 2021-12-05 01: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책 저도 .🖐 읽었습니다 ^^
21세기 문명의 지문은 sns세계에서 찾귀 ^^

대장정 2021-12-05 01:20   좋아요 4 | URL
ㅎㅎ 역쉬 스콧님시네요. sns의 지문이 이제 신의 지문이네요^^~

scott 2021-12-16 15: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대장정님 2021년 서달인 추카 합니다 ^ㅅ^

그레이스 2021-12-16 15:30   좋아요 4 | URL
저두요~~
ㅋㅋ

대장정 2021-12-16 23:27   좋아요 2 | URL
스콧님! 그레이스님! 두분 모두 감사드리고 역시 달인 축하드립니당. 🎉 🎉 🎉

쎄인트saint 2021-12-16 15: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대장정 2021-12-16 23:29   좋아요 1 | URL
세인트님도 축하드리고 🙏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12-16 15: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연말 되세요^^

대장정 2021-12-16 23:31   좋아요 0 | URL
감사드리고 역시 달인되심을 🎉 축하드려요 행복한 연말되세요

mini74 2021-12-16 15: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게바라 하면 이젠 대장정님이 떠올라요 ㅎㅎ 달인 축하드립니다 ~

대장정 2021-12-16 23:35   좋아요 1 | URL
이런 영광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게바라 대장정이라뇨 ㅋㅋ 😂 감사합니다. 미니님도 달인 감축드립니다.^^~

Conan 2021-12-16 17: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대장정 2021-12-16 23:36   좋아요 1 | URL
코난님도 축하드리고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1-12-16 17: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대장정님 페이지엔 고급 몽블랑 만년필들에 황금 엠블렘까지 번쩍.
아주 호사스럽습니다용^^ 농담이고요

대장정님 진심 축하드립니다

대장정 2021-12-16 23:39   좋아요 0 | URL
북사랑님 감사합니다. 👍 달인축하드립니다. 만년필은 👍 몽블랑이죠ㅋ

새파랑 2021-12-16 18: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대장님의 달인을 축하드립니다~!! 실제 대장님 포스가 느껴집니다 👍

대장정 2021-12-16 23:40   좋아요 1 | URL
황감합니다. 대장포스라뇨. 감사드리고 새파랑님의 달인 등극도 축하드려요 🎉

thkang1001 2021-12-16 2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장정님! ‘2021 서재의 달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장정 2021-12-16 23: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리고 역시 달인 등극.축하드립니다

러블리땡 2021-12-17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장정님 21년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 좋은 밤 되세요~

대장정 2021-12-17 06:22   좋아요 0 | URL
러블리땡님도 달인되셨죠^^. 축하드리고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말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