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초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209
조지 버나드 쇼 지음, 이후지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2월
품절


아나 고마워요. 난 행복을 위해서 천국에 가려는 거예요. 현실은 지상에서 겪을 만큼 겪었어요.

돈 후안 그렇다면 당신은 여기 있어야만 해요. 왜냐하면 지옥은 비현실적인 자들과 행복을 구하는 자들의 집이니까. 말했듯이 현실을 지배하는 자들의 집인 천국과, 현실의 노예들의 집인 지상, 그곳들로부터 유일하게 숨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지옥이죠. 지상은 남자들과 여자들이 서로 남녀 주인공이니 성인이니 죄인이니 하며 연극을 하는 보육원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들은 육체 때문에 자기들의 바보 같은 낙원에서 끌어내려졌지. 기아와 추위와 갈증, 노련과 쇠약, 질병 그리고 무엇보다도 죽음이 그들을 육체의 노예로 만드는 겁니다. 하루 세끼 식사를 하고 소화시켜야 하죠. 한 세기에 세 번씩 새로운 세대가 생겨나야 하고. 신앙과 낭만, 그리고 과학의 시대도 결국 모두 〈절 건강한 동물로 만들어 주세요〉라는 단 한 가지의 기도로 내몰리고 맙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육체의 이런 압제에서 도망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여기서 당신은 전혀 동물이 아니니까. 당신은 유령이고, 환영이며, 환상이고, 관습이고, -178-179쪽

죽지도 늙지도 않죠. 한마디로 말해, 육체가 없는 거예요. 여기는 사회적 문제도 없고 정치 문제도, 종교 문제도 없어요. 무엇보다 좋은 건 아마 위생상의 문제도 없다는 사실일 겁니다. 여기서는 겉모습을 아름다움이라 하고, 정서를 사랑이라 하며, 감정을 영웅주의라 하고, 소망을 미덕이라 해요. 지상에서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죠. 그렇지만 이곳에는 당신을 모순에 빠뜨리는 가혹한 사실도 없고 요구와 가식 사이의 아이러니컬한 대조도 없으며 인간 희극도 없이, 오직 영원한 낭만과 우주적 멜로드라마만 있을 뿐이에요. -179쪽

마왕 (돈 우안에게) 내 통치 영역의 이점에 대해 아주 유창하게 설명했으니, 이젠 또 다른 곳인 천국의 결점에 대해서도 똑같이 공정하게 다루어 주시오.

돈 후안 친애하는 부인, 제가 보기에 천국은 놀거나 겉치레나 하는 대신 살고 일하는 곳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물과 대면하며, 마법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피할 수 없고, 확고부동함과 위험이 곧 영예가 되는 곳이죠. 만일 여기서도 지상에서도 연극이 계속되어 전 세계가 하나의 무대가 된다면, 천국은 적어도 무대 뒤에 있는 셈이죠. 그렇지만 천국을 비유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난 당장 그곳으로 갈 겁니다. 그 이유는, 거짓말과 지겹고 비속한 행복의 추구를 피해 내 영겁의 시간을 명상 속에서 보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석상 으악!

돈 후안 사령관 각하. 각하의 혐오를 탓하지는 않습닏. 화랑도 시각장애인에게는 무미건조한 장소니까요. 그렇지만 당신이 아름다움이나 쾌락 같은 낭만적 신기루를 명상하며 즐거워하듯, 나 또한 무엇보다도 내가 관심을 두 것을 명상하며 즐거워 하지요. 즉 삶 말입니다. 그건 삶 자체를 관조하는 더 큰 능력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180-181쪽

힘이지요. 내 두뇌가 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십니까? 다리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아닐 테죠. 내 두뇌의 반밖에 안 되는 쥐도 저처럼 움직이니까요. 단순히 일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알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살고자 하는 맹목적인 노력 속에서 나 자신을 죽이지 않도록 말이지요.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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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6
이문구 지음 / 돌베개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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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하늘과 땅은 어질지가 않다天地不仁는 말이 있다. 온갖 생물을 낳고 기르면서도 그 생물들 가운데 어느 것을 편들거나 어느 것을 떼치거나 하지 않고 자연에게 그대로 맡긴다는 뜻이다. 서양의 한 자연주의 작가 역시 자연은 인간의 운명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 적이 있다. 이를테면 큰 잉어가 어린 붕어를 먹고, 큰 붕어가 어린 피라미를 먹고, 큰 피라미가 어린 송사리를 먹고, 큰 송사리가 어린 생이를 먹고 살더라도 말리지 않으며, 넓고 넓은 바닷가의 오막살이 집에서 늙은 아비가 고기잡이를 하며 철모르는 딸과 함께 살다가 배가 뒤집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모르쇠를 댄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자연스럽다'는 말처럼 매몰스럽고 정나미가 떨어지는 말도 드물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이기주의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은 인간의 힘을 더하지 않은 채 우주 사이에 저절로 된 그대로 그냥 있는 것이 제 본성이기 때문이다.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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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6
이문구 지음 / 돌베개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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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로 오며 일변한편 느낀 것이, "세상은 본디 태평한데 어리석은 것이 시끄럽게 한다" 天下本無事 庸人擾之耳는 옛말의 옳음이었다. 주제넘게 천곡만탄千谷萬灘"을 제 것으로 치려는 욕심에 몹쓸 짓도 마다 않고 바둥거리는 못된 것들만 없다면 모두가 자연스러움을 되찾을 것이 주어진 이치였다.-35쪽

땅 위에 도생倒生하는 것들은 죄다 하늘의 이치를 고이 따르고 있었다. 임자 없는 것들은 제 성질대로 살고, 임자 만난 것들도 제구실을 다하며 살고 있었다. 하찮은 풀꽃도 수채 옆이나 두엄더미 곁에서 핀 것은 한결 이뻐 보이고, 같은 이삭이라도 자갈투성이의 메진 땅에서 맺힌 것들은 훨씬 여물게 영글어 있었다. 물뭍 것을 가리기 전에, 먹고 못 먹는 것을 따지기 전에, 모든 것은 싱싱하고 싱그럽고 소담하게 살고 있었다. 심지어 바위는 늙은 것일수록 듬직한 것 같고 자갈은 어릴수록 야무져 보였으니, 오히려 여리고 가냘프며 풍덩한 것으로는 오로지 사람이 있을 따름이었다.-35~36쪽

그러므로 대뜸 가장 고맙던 것은, 이웃과 마을 사람들이 예사람들에 견줄 만큼 어진 것이었다. 나는 이삿짐을 풀던 자리에서 이웃 사람들을 만나 이튿날부터 서로 벗 삼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니, 실로 교천언심交淺言深의 본보기라고 흰소리해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세상살이에서 되게 어렵기로는 사람 잘 만남과 견줄 것이 없음이 확실할진대, 내 스스로 인덕이 있는 자라고 깨친 것은 문단 선배ㆍ친구들의 이낌을 받아 오면서였지만, 그것을 보다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두 번째 계기는 우리게 이웃 사람들의 관심이었다고 믿는다. 우리게 사람들은 낯선 자를 다룸에 있어 되바라진 도시 사람들과 달리, 상대방의 직업이나 생활 규모를 엿보기 전에 자기 인심을 먼저 쓰며, 상대방의 무심한 정도를 가늠하기보다 자기 관심을 먼저 주는 것이 예사였다. -36쪽

그들은 내가 보아 온 서울 사람들보다 훨씬 헐벗고 못 먹을 분 아니라, 인물을 가꾸고 모양을 찾기는 고사하고 붙여 문 담배마저 태울 겨를이 없게 흙의 노예로 산다. 그러므로 속으로 꾸미는 게 없고 겉으로 여미는 게 없으며, 공연한 흉내나 허드레 군말도 짐짓 시늉할 줄을 모른다. 생긴 대로 안팎을 열어 놓으니, 그들과 죽이 맞아 한가지로 사는 내 마음의 개운하고 후련함을 무엇에 비겨 끄적거릴 것인가. -36쪽

나는 서울에서 얻은 갖은 주접들, 잔뜩 주눅 들어 지르숙은 어깨, 갈수록 지들어 오종종해진 가슴, 해야 할 소리 마음대로 못해 받침이 분명치 않은 말투, 치미는 부아, 끓는 열통, 못 터뜨려 어혈 들었던 오장육부를 말짱 내던지고, 그들의 한패가 되어 장단 맞추며 논다. -37쪽

단추 떨어진 여름살이에 검정 고무신을 꿰면 삼동네를 싸질러 다녀도 남 보매가 없고, 얼김에 들어 이름 없이 성만 아는 집이라도 스스럼 타지 않고 툇마루에 걸터앉아, 가물어 쓰디쓴 오이 한두 개로 몰래 걸러 우물에 채워 둔 농주를 축낸 뒤 하늘을 잡아 내려 멍석 삼아 쓰러져 잠드니, 이 위에 더 바랄 것이 없다.-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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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4-03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이분, 충청도 분이신가요? 마지막 상자안의 글 읽는데 '남 보매가 없고' 라는 구절에서 눈과 입이 멈추었어요. 할머니 생각이 나서요. '남'도 아니고 '넘'이라고 하셨었는데. ^^
청소년들이 읽기에 책장에 휙휙 넘어가지는 않을 글 같기도 하고요. 저는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잘잘라 2013-04-04 00:10   좋아요 0 | URL
딩동댕댕동~~~ 충청도 분 맞습니다요! 흐흐.
hnine님도 분명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이문구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6
이문구 지음 / 돌베개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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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소설을 읽다 보면 썩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해도 그 재미의 내용이, 작가의 출신 지역에 다라 남북간에 두동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재미가 있어도 그 재미가 줄거리에 있는 소설이 있고 말이나 문장에 있는 소설이 있으며, 대개 관북ㆍ관서ㆍ해서 지방 출신의 소설은 전자에, 그 이남 지역 출신의 소설은 후자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한 것이 곧 『태평천하』였다.-19쪽

나는 이 작품을 20세 때 읽었다. 1958년에 낸 민중서관의 『한국문학전집』 가운데의 하나로, 나온 지 3년이나 지나서 헌책방에 낱권으로 돌아다니던 것을 순전히 싼 맛에 사 보게 된 것이었다. -19쪽

나는 이 작품을 어떤 소설이라고 말해야 좋을는지 통 요령부득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세월이 이렇게 흐른 뒤에도 여전하였다. 그러다가 접때서야 최시한 씨의 『가정 소설 연구』에서 "묘사보다 서술이 우세하고 보여 주기보다 말해 주기의 방식을 취하는 채만식 소설 가운데에서도 유독 이 작품은, 서술 대상 이전에 대상에 대한 서술자의 풍자적 서술 행위"(보수 이념의 풍자 구조/태평천하)라는 설명으로 비로소 떠오르는 것이 있게 되었다. 묘사보다 서술이 우세하고 보여 주기보다 말해 주기의 방식을 취했던 것은, 채만식 이전에 이야기책이나 고대 소설의 한 전통이 아니었던가 하고 생각한 것이었다.-19~20쪽

그러나저러나 나는 북도 출신들이 아무리 능라도를 그림같이 그려 내고 을밀대를 중창하듯이 단쳥해놓았더라도, 소설은 그렇게 써야 하는가 보다 하고 예사롭게 넘어간 반면에, 윤직원 일가의 단체 사진을 비롯하여 식구대로 증명사진을 찍어 가면서 '말해 주는' 채만식의 말에는, 그것이 비록 "그렇게 즘잖 놓았다가넌 논 팔어 먹것네"니, "착착 깎아 죽일 놈"이니 하는, 그악스러운 지주 집안의 상스러운 '구습'口習(입버릇)을 근저당해 놓고 쓰다시피 했더라도(『태평천하』에 "이 집안은 싸움을 근저당해 놓고 씁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말해 주는 글'이 아니라 '보여 주는 육성'을 읽은 셈이었다. -20쪽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은 데에는 일찍이 이야기책이나 고대 소설을 낭독하면서 문장의 호흡과 가락의 맛을 느껴 본 장단 외에 두어 가지 이유가 더 있다.-20쪽

......그러므로 말투가 비슷하거나 같이 쓰는 방언이 많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태평천하』에 나오는 애여(아예)ㆍ지천(꾸중)ㆍ워너니(원체)ㆍ시들부들(흐지부지)ㆍ빈들빈들(빙글빙글)ㆍ충그리다(지체하다)ㆍ갱기찮다(괜찮다)ㆍ걸걸하다(자꾸 욕심내다)ㆍ~체껏(~된 몸이)ㆍ~간듸(~는가) 따위, 그러닝개루(그러니까) 외에는 거의가 함께 쓰는 방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족보는 윤직원네와 다르더라도 그 일어서고 자빠지고 한 빌미가 윤직원네와 사돈이나 했으면 십상 좋을 집안이 고향에 여럿이나 있었던 것도, 이 작품에 재미 들리게 된 또 다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윤직원네 권속들의 행실과 행짜를 내가 아는 어느 집안의 누구누구와 비교해 가면서 읽는 것도 남다른 흥미였기 때문이었다.-21쪽

그렇다면 이 작품이 내 글에 미친 것은 무엇일까.
그 역시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리저리 생각해 보는 중에 언젠가 김주영 선배가 나더러 우스갯소리로 "멀쩡한 사람(작중 인물) 병신 만드는 데에 수가 난 사람"이라고 하던 말이 언뜻 떠올랐다.

만약 나에게 작중 인물을 희화하는 데에 약간의 소질이라도 있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그것이 혹 『태평천하』에서 옮은 '구습'이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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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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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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