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
-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사람을 안다.
누구를 안다고 하면 무엇을 아는 것일까.
내가 안다고 생각한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거..
그게 나한테는 정말 중요해.
그래서 술을 많이 마시는건지도 몰라.
그런데 사실 그건 참 불가능해.
누군가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알기는 정말 어려워.
하지만 나한테는 정말 중요한 문제야."
라고 말했을 때,
'내가 아는게 아는게 아니었구나.'고 생각하며
입을 다물었던 기억이 난다.
'다른이의 머릿속을 있는그대로 들여다보고싶다'는 열망을 가진 사람.
'그래서 뭘 어쩔건데?' 이러고 지나쳤던 내가,
지금 책 한 권을 받아놓고 한참 설렌다.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를 쓴 말콤 글래드웰.
(말콤.. 말콩?~ 마르콤, 마알콤~ ^^부르기 편한 이름은 아니군.)
말콤 이야기.
|
|
|
|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러 글쓰기도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기자가 되었다.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내게 심각하고 위압적인 일이었지만, 글쓰기는 재미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나는 6개월간 인디애나에 있는 조그만 잡지사 <아메리칸 스펙테이터>에서 일했다. 그 뒤 워싱턴으로 이사해 몇 년간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워싱턴포스트>에 들어갔다. 나중에 <워싱턴포스트>를 나와 마지막으로 들어간 곳이 <뉴요커>다. 그렇게 직강을 옮기는 중에도 나는 글쓰기의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에서 그 신명을 느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내 글이나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화를 내며 "사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것만큼 실망스러운 일도 없다. 왜 그들은 화가 났을까? 독자를 설득하는 힘이 있어야만 좋은 글일까? 이 책은 독자를 설득하지 않는다. 나는 독자를 끌어들이고 생각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게 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설사 그 사람의 머릿속이 불쾌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글을 읽는 것은 어쩌면 '모험'일 수도 있다. 하긴 내 본래 의도가 그것이니 그냥 모험을 즐기시기 바란다.(11쪽_머리말)
|
|
|
|
|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 책이 '비즈니스' 또는 '자기계발', '성공학', '마케팅' 분야에 해당한다면,
'글쓰기' 또는 더 넓게 '인문학' 분야로 분류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글쓴이가 머리말에서 밝혀둔 내용만 봐도 그렇고,
실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낌은 더욱 그런데,
뭐가 그러냐면, 이 책은 '글쓰기 또는 생각하기를 보여주는 책'이라는 점이다.
말콤 글래드웰이 한 말에 동감한다.
'독자를 끌어들이고 생각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게 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이라고.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좋은 글을 쓰는 작가임을 증명한다. 충분하게.
증명1)
이 책에 들어있는 19개의 이야기 가운데 나는 특히 일곱 개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한 두개만 되어도 고마울텐데 일곱 개라니!)
진정한 색깔(염색제로 본 전후 미국이 숨겨진 역사)
공공연한 비밀(엔론과 첩보, 그리고 정보 과다의 위험)
밀리언 달러 머레이(노숙자 문제의 해법)
실패의 두 얼굴(위축과 당황이 차이)
대기만성형 예술가들(조숙성은 천재성의 필수 조건인가)
성공의 이면(그가 진짜로 잘하는 게 뭐야)
인재경영의 허울(똑똑한 사람들의 가치는 어떻게 과대평가되었는가)
증명2)
이 책을 읽는 일주일동안, 나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했다.
생각을 많이 하니 얘깃거리도 많아져서 훨씬 수다스러운 주말을 보냈다.
예를 들어,
나는 40년만에 처음으로 '도시'에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토요일에 문경에서 대구까지 국도로 운전을 하면서 황홀한 꽃구경을 했다.
벚꽃도 만개하고 개나리, 진달래, 복사꽃, 배꽃, 온갖 나무에 물오른 가지 가지...
문득 문득 차를 세우고싶은 충동에 한참이나 정신이 없었다.
'아.. 이러다 내가 미치겠구나. 그래, 내가 삭막한 도시에 살기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해마다 봄마다 저 꽃에 눈이 멀어 어찌 살았겠는가.' 싶은거다.
'봄엔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안그랬다간 꽃에 바람에 홀려서 바보가 되고말거야.'
이러면서 아주 낯간지러운 편지를 쓴다.
몇 년 만에 쓰는 손글씨 편지를.
'다른이의 머릿속을 있는그대로 들여다보고싶다'는 열망을 가진 그 사람에게.
......
이렇게 당당하게 봄을 탈 수 있는 것도,
몇 년 만에 편지를 쓸 수 있는 것도,
그게 다 이 책 덕분이라면, 어떤가?
한번 읽어볼만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