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지식이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
김정호 지음 / 원앤원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이 거창하다.
"세금지식이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
거창하고, 어떤 면에서는 좀 과장된 제목이긴 한데,
아무튼 내 경험으로는,
"세금은 꼭 두드려보고 건너야 하는 돌다리다."
'가나다', 'ABC' 두 마을이 있다.

가나다 마을엔 급여생활자들이 살고, ABC 마을엔 자영업자, 사업가들이 산다. 두 마을 모두 세금 다리가 있지만, 가나다 마을에서는 세금 다리 개수도 많지 않고, 중요한 건 세금 다리를 건너다니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자영업자, 사업가들이 사는 ABC 마을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세금 다리가 훨씬 많기도 하거니와, 세금 다리를 건너다니지 않으면 생활하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그러니까 ABC 마을 주민들은 세금 다리에 엄청 신경을 쓴다.

나는 쭉 가나다 마을에 살다가 8년 전에 ABC 마을로 건너왔다. 여기 와서 보니 두 마을에 다 집이 있어서 왔다갔다 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고, ABC 마을에서 더 가면 123 마을, *♡♬ 마을, ↡←⇔ 마을, ㄲㅄㅉ 마을, 000 마을... 참 별별 마을이 다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 ABC 마을로 이사를 올 때 제일 걱정했던 건 ‘세금 다리’를 건너다니는 일이었다. 선배들에게 물어보는 건 기본이고, 경리업무 관련, 회계ㆍ세무 관려 책을 사서 읽고, 세무사 상담도 받고. 나름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걸 직접 해봤다. 말하자면 세금 다리 건너는 방법에 대한 설명만 듣고 혼자서 열심히 여러 세금 다리를 건너다녔다는 이야기다. 사업자 등록을 내고, 사업용계좌도 만들고, 부가가치세ㆍ종합소득세도 직접 전자신고하고, 각종 영수증ㆍ세금계산서ㆍ거래명세표도 혼자서 다 정리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드디어? 결국!) 일이 터졌다. 많아야 200만원 정도면 되는 세금을 1,600만원이나 신고해버린 것이다. (구구절절한 사연은 생략하겠다.) 그걸 바로잡는데 9개월이 걸렸다. 금액도 600만원 정도... 제대로 신고했으면 200만원으로 충분한 세금을 3배로 내는 것도 그렇고 그간에 들인 노력과 시간도 아깝고... 아무튼 혼자 잘난척하다가 된통 혼이났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책을 읽었다.
[세금지식이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 책은 타겟이 분명하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책의 한계도 확실하다.
예비 창업자들이 챙겨야 할 세금 체크리스트!
(각 항목에 부연설명을 곁들인 체크리스트!)

그래서 이 책 한 권으로 세금 관련 문제가 다 해결되거나 이해되지는 않는다. 어차피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책 한권에 모든 업종 예비 창업자를 위한 세금 지식을 다 담기란 불가능한 일! 그래서 모든 업종 예비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챙겨야 할 항목, 알아두면 절세의 좋은 힌트가 될만한 항목들을 모아서 간단 설명을 곁들여 놓은게 아닌가 싶다.

155쪽 ‘자동차와 관련된 핵심 절세 노하우는 따로 있다’에 보면 자동차와 관련된 세금과 자동차 유지 비용 등에 대해 설명한 뒤에, 결론적으로 이런 말이 나온다.

“개인이 승용차를 구입할 경우에는 많은 세금을 부당해야 하지만 사업등록증이 있는 사업자가 사업용 화물차(트럭, 승합차 등)를 구입한다면 많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업용 자동차를 구입할 경우에는 특별소비세와 교육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사업을 하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도 매입세액 공제받을 수 있으며 취득세는 모두 2%로 동일하지만 등록세는 개인 승용차의 5%가 아닌 3%를 적용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자동차를 사용하면서 들어가는 각종 주유비, 주차료, 통행료, 자동차세 등의 비용이 모두 사업의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라면 사업용 화물차를 구입하는 것이 여러모로 세제혜택면에서 유리하다. 또한 자동차 사용으로 인한 감가상각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자인 경우에는 반드시 승합차 등을 회사 명의로 구입해 다양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절세의 첫걸음이다.(160쪽)”

나는 사업자다. 차가 필요하다. 이 책을 읽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당연히 회사 명의로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승합차를 사라고 하네? 아니면 화물차? 갑자기 헤깔린다.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필요한 차는 그냥 승용찬데? 시작부터 꼬인다. 어쩐다? 어쩌긴! 개뿔 별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혼자 들쑤시고 다니다니가 된통 혼난거 벌써 잊은겨? 모르는 길이걸랑 제발 좀 혼자 다니지 말고 친구를 부르던지 가이드를 고용하든지! 제발 좀! 좋아. 그럼 전화를 걸자. 책을 쓴 김정호 세무사에게 할까, 아님 자동차 영업사원? 음... 아무래도 자동차 영업사원쪽이 쉽겠지. 여기는 울산이니까 아무래도 현대자동차로 해야겠지? 그것도 아닌가? 후후...

보시다시피, 이 책은 ‘해결책’이 아니라 ‘힌트’ 또는 ‘표지판’, ‘안내도’다. 실무에 적용하기 위해선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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