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전쟁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0
서석영 지음, 이시정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고1때 담임선생님 별명이 '바야바'였다. (으이크. 담임선생님이셨는데 정작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죄송ㅜㅜ) 체육선생님이셨고 키 크고 덩치 크고 피부가 검은데다 두상이 길고 눈썹이 진했다. 게다가 처음엔 머리 마저 장발이었다. '바야바'라는 별명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겉모양은 영락없는 바야바, 야생 그 자체였으나 성격은 그렇게 온순할 수가 없어서 우리는 대놓고 "바야바 선생님 바밤바 사주세요!" 하면서 조르기도 많이 졸랐더랬다.  

반면, 중학교때 체육선생님 별명은 '조칼'. 콧날이 날카롭고 눈매가 매서웠는데 잘 웃지도 않고 그래서 처음엔 선생님 성을 따서 '조카리스마'로 부르다가 금방 줄여서 '조칼'이라고 불렀다. 카리스마란, 일단 누군가에게 '카리스마'가 있다는 정평이 나기 시작하면 유행처럼 번지고 고정사실이 된다. 워낙 조칼을 짝사랑하는 애들이 많기도 했지만 나처럼  별 관심 없는 애들도 '조칼 떴다' 하면 긴장하고 옷매무새를 고쳐 앉곤 했으니까. 

『욕 전쟁』여기에 바야바와 조칼을 합체한듯한 선생님이 등장한다.  

이름하야 김.판.돌. 

책에 나온대로 

"김판돌? 별명보다 이름이 더 웃긴다. 킥킥." (11p.) 

별명은 '성난 야수' 

「드르륵, 교실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오는데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덩치는 소처럼 큰 데다 괴짜이고 성격이 괴팍한, 그래서 '성난 야수'로 불리는 선생님이 우리 담임 선생님이 된 거다.(9p.)」

(참. 내 주변엔 유달리 이름에 컴플렉스 느끼는 사람이 많다. 정식 법 절차를 밟아 이름을 바꾼 사람만 해도 세 명이나 된다. 나도 내 이름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어떤 이름은 '원래 이름이 더 나은것 같은데 왜 바꿨을까' 갸우뚱하기도 했다. '컴플렉스'란 그야말로 자기가 자기에게 덧씌우는 굴레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욕 전쟁』에서 김판돌 선생님은 '욕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역할이다.  '성난 야수'라는 별명을 가진 김판돌 선생님. 얼굴에 송충이 두 마리를 키우는 김판돌 선생님. 푸우 푸우. 폭발을 막으려면 어떻게든 입김을 내뿜어야 하는 성난 야수 김판돌 선생님. 

 

 

 

 

 

 

   
 

머리 위에서 갑자기 호루라기 소리와 고함이 터졌다.  

"그만두지 못해!" 

언제 왔는지 담임 선생님이 사나운 눈초리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싸움이 벌어지자 누가 선생님을 불러온 거다. 선생님 얼굴에 사는 송충이 두 마리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왜 그랬어?" 

"3반 애들이 우리한테 욕해서 싸움이 붙었어요." 

그러자 3반 아이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었다. 

"욕은 너희들이 먼저 했잖아." 

"아니야, 너희가 먼저 했어." 

서로 핑계를 대며 오라가왈부 고성이 오가자, 선생님은 '성난 야수'가 되어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세게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만! 이 녀석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먼." 

'성난 야수'는 푸우, 푸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폭발을 막으려면 어떻게든 입김을 내뿜어야 했나 보다. 

"자 지금부터 뛴다. 운동장 열 바퀴!" 

 

벌을 받고 교실로 들어가자 '성난 야수'는 다시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피구를 입으로 하나! 그것도 욕으로 말이야. 어떻게 학생이 그렇게 심한 욕을 내뱉을 수가 있어? 너희들, 평상시에도 그렇게 욕해?" 

송충이들이 다시 꿈틀거렸다. '성난 야수'로 변신 중이라는 신호였다.  

'성난 야수'는 참을 수 없는지 이를 갈며 말했다. 

"이제부터 욕과의 전생을 시작한다! 이번 기회에 욕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알겠나?" 

선생님은 아이들이 욕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나 보다. 하지만 우리는 늘 욕을 하면서 지내 왔다. 그걸 몰랐다니. 물론 오늘은 피구 경기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내가 봐도 좀 심하긴 했다.  

'성난 야수'는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했다. 

"오늘부터 한 마디라도 욕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욕과의 전쟁을 선포한 거다. (27~30p.)

 
   

 

김판돌 선생님의 심정이 이해된다. 『욕 전쟁』에서 화자로 나오는 '나' 김지수는 '선생님은 아이들이 욕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나 보다. 하지만 우리는 늘 욕을 하면서 지내 왔다. 그걸 몰랐다니.' 라고 했는데 나도 길을 가다가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씨발', '존나'를 접두사 접미사 감탄사로 아무렇지 않게 붙여가며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처음엔 몰라서 놀랐지만 알고 나서도 막상 들으면 놀라지 않을 수 없는게 바로 그 '씨바, 씨발, 존나'다.   

나는 '아? 요즘 애들 왜 이렇게 욕을 잘하지? 여학생들이 아무렇지 않게 욕을 하네? 씨발 존나 없이는 말이 안되나? 이거참. 참. 참.' 이러구 지나가는 [행인1]이었다가, 오늘부로 '아, 욕이 중요한게 아니구나. 애들이 욕을 하는 이유, 그 분위기를 이해하는게 먼저다. 욕은 단순한 욕이 아니구나. 욕 하나 하나에 요즘 아이들 고민이 들어있구나. 우리 아이들은 '씨바', '존나' 없이도 얼마든지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욕과의 전쟁, 이런 전쟁이라면 얼마든지!!!' 이러구 리뷰를 쓰는 [어른1]이 된다.  

내가 느낀 『욕 전쟁』의 재미는
첫째, '요즘 애들' 분위기 파악하는 재미.
둘째, 으쌰 으쌰 김판돌 선생님 응원하는 재미.
셋째, 엉뚱이 김지수의 관찰 일기 보는 재미다.  

애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재미있게 한 판 붙어보자. 욕과의 전쟁!!! 

 

 

 

 

* 부작용이 있는 책이다.
읽으면서 은연중 배운 욕이
뉴스를 보면서,
신문을 보면서,
서재글 읽으면서
불쑥 불쑥 튀어나온다.
아-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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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11-24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판돈! 이게 더 웃길텐데, 푸하하하. (아무리 참으려 해도 나오는 웃음)

잘잘라 2011-11-24 16:23   좋아요 0 | URL
크크크크크 찌찌뽕- (근데 혹시 진짜 이런 이름 가진 분이 보시면.. 죄송합니당~ㅡ.ㅡ;;)

아이리시스 2011-11-25 15:33   좋아요 0 | URL
저도 죄송합니다..(먼 산..)

pjy 2011-11-2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전화번호부 노란책이 두꺼웠을때 말입니다요~~~ 재미난 이야기 재료 책이었더랬죠 ㅋㅋㅋ
욕으로 표현 할 수 밖에 없는 게 갑갑하네요-_-; 책은 굉장히 기대됩니다^^

잘잘라 2011-11-24 17:01   좋아요 0 | URL
(실명자에게 거듭 죄송합니다.)오원,백원,오백원.. 발견하고 뒤집어졌던.. 네. 그 전화번호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