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미술관 -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
김홍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땐 실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은 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새로운 장점을 발견했다. 누구의 영향도 안받고 순전히
내 느낌만으로 고른다는 점이 장점이다. 빌려 온 책을 읽고 마음에 들면
"역시 나야! 내가 참 보는 눈이 있지? 크하하~"
이렇게 자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 빌려 온 다섯 권의 책 중 가장 만족스러운 책은 『하하 미술관』 
그가 선택한 그림도 좋고, 덧붙인 글도 좋다. 하나가 좋으면 전체가 좋아진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도 좋고, 표지도 좋고 심지어 책의 크기와 두께까지
딱 마음에 든다.  

블로그도 있다.
'블로그'도' 있다'는 몰라서 하는 말,  나는 책부터 보고 블로그를 봤지만 거꾸로 그는
'블로그'가' 있어서' 책을 낼 수 있었으니까.

http://blog.daum.net/film-art/13743251  

   
 

스웨터를 제대로 입어본 사람은 압니다. 인간의 체온으로 덥혀진 따스한 공기가
몸의 구석구석을 순환하도록 외부의 아픔과 상처를 차단하는 것은 균일하게
배열된 올들의 힘인 것을. 한 올 한 올이 마치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집을
건축하듯, 오랫 시간을 통해 포개져 만들어진다는 것을. 인간의 몸을 유연하게
감싸며 적당히 늘어난 스웨터엔 삶의 여백이 숨쉬고, 그 속에 상처를 껴안는
따스한 공기가 머문다는 기본적인 생의 진실을 말입니다.  

(...) 

어려움이 닥칠 때는 뜨개코를 풀어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생의 진실을 받아들여보세요.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결국은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가까운 길일 테니까요.
(29~30p.)

 
   

 

어릴땐 엄마가 떠 준 스웨터, 조끼, 목도리, 모자, 장갑 으로 겨울을 났다.
'어릴 때' 라고 해도 실은 20대에도 엄마가 떠 준 털옷을 입었다.
엄마는 꽈배기 무늬 체크 무늬 물결 무늬 등을 자유자재로 넣어가며
가을에서 봄이 오기 직전까지 뜨개질로 옷을 만들어 주셨다. 

그 때 까진 '마른 체형' 이었지. 싱싱하고 젊을 때고.
지금은 솔직히 피부도 푸슬 푸슬 체형도 두리둥실 두둥실~ 하다.
여기에 스웨터까지 입으면? ㅠ.ㅠ 거울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찬바람이 부니 역시 이런 그림에 눈길이 간다.
들여다보자니 자꾸 엄마가 보고싶다.(주말에 보고 왔는뎅~ㅋ) 

스웨터 입어도 맵시 나는 몸매,를 만들때까지(만들 수 있겠지?!) 이 그림 보면서
으쌰 으쌰!!! 

  

오늘 저녁엔 명동에서 열린 조장은의 두 번째 개인전 오프닝에 다녀왔습니다.
늘 전시회 제목을 유쾌하게 짓는 그녀답게 이번에도 만만치 않은 제목을
걸었습니다. '골 때리는 스물다섯'. 갑자기 제 스물다섯 살 때가 기억나더군요.
난 그때 뭘 하고 있었나? 하고 말입니다.(83p.)

하하하하. 『하하 미술관』책 제목이랑 딱 맞는 그림이 나왔다.
'골 때리는 스물다섯' 전시회 제목도 제목이지만
'기억이 안납니다' 그림 제목이 정말이지 "하하하하하하하하!" 

스물 다섯. 난 그때 뭘 하고 있었나? 

"기억이 안납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오겠지~
아무렴. 

 

 

 

  

주정아는 한국화를 유머와 위트의 젊은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촉망받는 작가였습니다.
그녀는 인간의 감정인 질투, 사랑에 대한 목마름, 일상의 권태 등을 해학적으로 그림으로써
보는이드에게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개성과 위트 넘치는 현대 한국화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작가가 첫 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삶을 마감한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102p.)

음... 그림 보고 깔깔거리고 웃다가(산책을 거부하는 저 개 표정 좀 봐봐! ㅋㅋㅋ)
음... 작가가 첫 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삶을 마감한 사실,을 읽고 뚝-. 

 

  

 

...한 손으론 부대찌개 간을 맞추고, 또 다른 손엔 붓을 들었습니다.
작가라고 해서 주부의 삶이 더 로맨틱한 것은 아니겠지요.
산만한 손길엔 자신의 호흡을 가족 구성원의 생활과 동선에
짜 맞추어야 하는 주부의 일상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가족 지킴이로서 삶의 우선순위를 '자신'이 아닌 가족 구성원에게
맞추다 보니, 자신은 생의 리듬을 잃어버린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 땅의 아줌마들이 아픈 이유는 바로 그 리듬의 상실에서 비롯
되는 것이 아닐까요?(166p.) 

으흐흐흐. 이거 참. 웃지도 못하겠고 울지도 못하겠고.
이인청 화가님! 지금 이 순간 제가 느무 느무 어정쩡합니다요.
으짜믄 좋겄습니까요. 저도 리듬을, 잃어버린 리듬을
찾고 싶습니다요!!!  

 

독일 화가 카를 슈피츠베크의 작품을 걸어봤습니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소개하는 서양화 작품이네요.
(...) 

원래 약사였던 슈피츠베크는 아버지가 죽은 후에야 꿈꾸던 화가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가난한 시인>은 독일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그림 2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1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였지요.
(...) 

손가락으로 자신이 지은 시의 운율을 세어보는 시인의 모습이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가난해도 행복한 저 시인의 표정이
내 얼굴에서도 발사되고 있는지, 거울을 찾아 확인해보고 싶네요.
글을 쓰는 일은 행복합니다. 머리칼을 하도 쥐어뜯어서 탈모가 더욱
심해진 걸 빼놓고는, 글을 쓰다 보면 마음이 정리되어 좋습니다.
마음속 밑바닥까지 내려가, 그림을 통해 느꼈던 것들, 당시 나를 둘러싼
어려운 상황들을 기억해내어 남김없이 정리하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243p.)

 

책에 실린 92장의 그림 가운데 하나를 골라
내 마음에 걸었다.   

스웨터를 입어도 맵시 나게 생긴 이 젊은 여자가 우는 모양이 웃긴다.
눈물 펑펑 쏟으면 우는 건 우는 건데 한 손은 머리칼을 쥐어 뜯고
한 손은 주먹을 쥐고 포즈는 마치 "앗싸아~" 하는 것 같고 입꼬리는
확실하게 웃고 있다. 음.. 내가 보이는대로 내가 느끼는대로
내 멋대로 이 여자에게 임무를 준다. 

"나와 같이 펑펑 울어줘요. 내 마음에 걸려 있는 동안 만큼은~"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하셨나요?
여러분 모두 그려셨기를 바랍니다
.(245p.)

"네! 책을 읽는 동안 행복하고, 리뷰 쓰는 동안 행복합니다.
내년 초에 새책 내신다구요? 좋아요. 그럼 새책을 기다리는 동안도
저는 분명 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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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11-0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림들도 이쁘고, 글들도 이뻐요.
전 개인적으로 육심원이란 처자의 '새침떼기 아가씨' 그림들을 쫌 좋아했었거든요.
님 리뷰를 보다가 오랫만에 생각이 나서 이리저리 들추고 앉았어요~^^

잘잘라 2011-11-02 15:01   좋아요 0 | URL
흐흣 육심원이란 처자가 그리면 남자 얼굴 조차 '새침떼기'가 되는 것 같아요.
'새침떼기'라는 별명을 가졌던 저로서는 너무 많은 새침떼기가 양산되는
느낌이라 쫌 거시기~하기도 하여요. ^^

마녀고양이 2011-11-02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그림,,, 아 짱나요.
저 허리 봐, 저 아랫배 봐, 저 엉덩이 봐... 나는 이제 다시는 저렇게 붙는 스웨터를 못 입을거야,
근데 울다니! 몸매 성형 성공해서 너무 기뻐 우는거 아닐까요?

책을 실제 볼 수 있을 때 장점,
손끝으로 느끼고 코로 향기를 맡고 때로 내 책은 볼에 부비부비도 할 수 있다는 거!

잘잘라 2011-11-02 15:04   좋아요 0 | URL
그니깐요, 저런 몸매로 울 일이 뭐라고~ 참.. 그죠? ㅋㅋ

아무래도 '중앙 도서관' 옆으로 이사가야할까봐요.
동네 도서관엔 신간이 '느~무 느무' 가물어요.
신간을 부비부비, 하고 싶다는~~~!!!

순오기 2011-11-03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좋아요~ 2009년에 어머니독서회 토론도서였는데, 다들 열광했더랬어요.ㅋㅋ
그런데 내가 리뷰를 00공원에만 올리고 알라딘엔 안 올렸었네요~ 우째 이런 일이!!
나도 저 아가씨처럼 울어야 할려나~~~~~~ㅋㅋㅋ

이 책 제목도 참 잘 지었어요~ 하하미술관 짱!!

잘잘라 2011-11-03 11:12   좋아요 0 | URL
그렇잖아도 리뷰 쓰고 알라딘 책소개 페이지에서 순오기님 아이디 많이 봤어요.
올리신 페이퍼 읽으면서 '아, 역시 순오기님! 벌써 몇 전에 다 섭렵하셨군~' 이러구
감탄하구 반갑구 그랬다는..^^

내년 초에 신간 낼 준비하고 있데요. 이번엔 대한민국 40대 남자들 생각하면서
응원하는 글 쓰고 있다고, 블로그에서 읽었어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