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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정도 - 윤석철 교수 제4의 10년 주기 작作
윤석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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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자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하게 되면 그와 하룻밤을 지내는 일도 지겹고 싸늘하게 느껴지는 거야... 그런 밤을 보내고 나면 이튿날 아침엔 경멸만 남지" 41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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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젊은 남녀 사이에는 자연의 섧리에 의해 사랑이 싹튼다. 전기의 플러스극(+)과 마이너스극(-) 사이, 자석의 남극(S)과 북극(N) 사이에 인력이 작용하듯, 젊은 남녀 사이에 사랑이 작용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그래서 젊은 남녀들은 외모만 보고도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되어 열렬히 구애하다가 결혼에 이른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내면세계가 있으며 마음씨, 취미와 정서 그리고 더 나아가 인격, 도덕성, 가치관 같은 내면세계의 변수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표출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변수들은 상대방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상대방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결혼했으니까 계속 살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도덕적으로는 좋은 일이지만, 개인의 행복 차원에서는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1924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앙드레 지드는 "사랑을 받는 것(be loved)보다 좋아함을 받는것(be liked)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말에 '사랑받는다'는 표현은 있지만 '좋아함을 받는다'는 표현은 없다. 이는 수동태가 빈약한 한국어의 한계로 볼 수 있다. 언어의 발달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함수일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인은 '사랑받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좋아함을 받는 것'의 중요성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상대방에게서 '좋아함'을 받으려면 나의 교양 수준을 높이고 인격을 도야하며, 높은 도덕성과 고결한 가치관으로 자신의 인간적 매력을 높혀야 한다.
'사랑받기'에는 자연의 섭리(앞에서 설명한 +극과 -극, N극과 S극 사이에 작용하는 힘)에 의한 도움이 따르지만, '좋아함 받기'에는 자연의 섭리에 따른 도움이 없고 오직 인간 개인의 노력이 필요할 따름이다. 42~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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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역학의 대부', 또는 '한국의 피터 드러커'라고 불리는 분에게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차이'를 배우게 될줄이야. 내 어찌 알았겠는가. 더구나 10년에 딱 한 권씩만 책을 내신 분의 신간 도서에서 말이다.
책에 대한 '평'을 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 다만 공손히 듣고 난 느낌을 표현하자면, 버릴것 하나 없이 알뜰하다. 내용과 형식 모두 간결하고 정갈한데 그러면서도 풍성하고 든든하다. 조촐하지만 빠뜨린 것 없이 정성 담아 차린 돐잔치 상을 받은 것만 같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 우와우, 실장님!
- 왜요, 뭐가요?
- 너무 진지한 책을 읽으시는거 아닌가요? 생의 정도, 어우.
- ^^;;
책을 읽을땐 띠지나 표지를 벗기고 읽는다. 이 책은 겉표지를 벗기면 군청색 딱딱한 표지에 '生의 正道'라는 은박 글씨만 박혀있다. '삶의 정도'도 그런데 '生의 正道'라고 한자로 적혔으니 누가 봐도 재밌어 보일리가 없다. 그렇잖아도 누구에게 권하기는 뭔가 부담스러운 제목이라 아쉬웠는데... 그러나,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직접 이 책을 선택해서 읽었다는 사실이 기쁘고 뿌듯한건지도 모른다.
10년 마다 책을 쓰며 '삶의 정도'를 개쳑해가는 저자의 행보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