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처럼 하나님은
도널드 밀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복있는사람 / 2005년 10월
구판절판


13. 로맨스_ 여자들을 만나기는 쉽다

내 친구 커트는 아내를 얻는 일이 비율게임이라고 말했었다. 두세 명과의 관계를 동시에 진행하되 그중 누구에게든 다른 여자들 얘기는 절대 하지 말고 항상 "결론을 좁혀 가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그중 하나는 잘되게 마련이고 설령 하나를 잃어도 다른 여자를 고르면 된다. 커트는 스무 명쯤은 데이트를 해봐야 결혼할 여자를 만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도 그 모두와의 데이트를 동시에 진행한느 쪽이 더 쉽다고 생각했다. 커트는 결국 달라스 출신의 어느 여자와 결혼했는데, 모두들 그가 그녀의 돈을 보고 결혼했다고 말한다. 그는 아주 행복하다. -165쪽

내가 아는 것은 데이트중에 여자를 놀려서는 안된다는 것, 그리고 스파게티를 먹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말고는 일자무식이다.
내가 한 번도 써먹어 보지 않은 요령이 있다. 내가 알기로 「오만과 편견」을 읽으면 여자들의 세계를 많이 배울 수 있다는데, 나도 그 책이 있지만 읽은 적은 없다. 시도는 해보았다. 한 여자가 "이 책에 나오는 것이 여자의 마음이다"는 쪽지를 안에 끼워 내게 준 책이다. 나는 여자의 마음이 순수하고 사랑스럽다고 믿지만 이 여심의 첫 장은 대책없이 지루하다. 도무지 아무도 죽지 않는다.

(밑줄 찐하게: '대책 없이 지루하다. 도무지 아무도 죽지 않는다.' ..헉- 이해 불가 남자의 뇌. 이해할 수 없어서 사랑하는 거라지. 개뼉다귀..)-166쪽

나는 그 책을 책꽂이에 꽂아 두었는데 내 방에 들어오는 여자들이 소파에 앉아 옆 책꽂이의 책들을 훑어보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당신 집에 「오만과 편견」이 있네요."라며 옅은 한숨과 미소로 탄성을 발한다. 그럼 나는 "그럼요, 있지요"라고 말한다.

(밑줄 찐하게: '여자들은' ..여자들,이라면 몇 명을 말하는걸까? 하는 생각. 그만큼 여자를 만나는 동안 대체 뭘한거야, 하는 생각..)-167쪽

얼마 전 나는 내 캐나다인 친구 줄리와 함께 요세미티에 갔다. 나는 캐나다 여자들한테 약하다. 이유는 모르지만, 캐나다 여자가 특유의 악센트로 내게 뭐라고 물으면 나는 그만 이성을 잃는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줄리에게 홀딱 반했으나 줄리는 서핑과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남자, 스노보드를 타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남자들을 좋아한다. 나는 그 기준에 한참 미달이다. 나는 송장 옆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이다. 그게 내 정체다.

(밑줄 찐하게: '나는 송장 옆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이다.' ..과장법일까? 비유? 경험? 추억?.. 뭐라니..ㅜㅜ)-167쪽

우리는 바라는 배우자상, 결혼에 대한 기대 따위에 대해 잡담을 나누었다. 마음 같아서는, 글쎄, 나는 노래하고 기타 치는 그러나 가수 알라니스 모리세트는 아닌 키 큰 캐나다 여인을 원한다고 말하고만 싶었다. 그러나 줄리가 내 속셈을 간파할 것 같아 나는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여자, 영적으로 깊고 진지하게 나와 통할 여자, 침대에서 잘해 주는 여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상투적인 얘기, 예로부터 내려온 정답만 죽 늘어놓은 것이다. -167~168쪽

그러다 내 방정맞은 주둥이가 열리면서 솔직히 나는 참 사랑 같은건 아예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할 때 나는 피곤했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나도 모른다.

(밑줄 찐하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나도 모른다.' ..나는 알겠는데. 피곤해서 그렇지. 남자들은 이상하게 피곤할 때 본심을 털어놓더군. 피곤해서 방심하는걸까? 피곤해서 이해받기 바라는걸지도..)-168쪽

내 방정맞은 입은 계속 떠들어 댔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 내지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다분히 팀워크일 뿐이며, 나는 결혼하고 조금 지나면 딴 여자한테 홀딱 반할 소지가 높다고 말해다. 내 아내도 딴 남자한테 끌릴지 모른다는 말도 했다. 우리가 남들한테 끌리는 그 면은 단지 결혼식을 치렀다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나는 말했다. 나는 소위 현실론자가 되어 그런 식으로 일관했는데, 그런 생각들이 여자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아닌 거로 밝혀졌으니 아무래도 내가 그런 망발을 한 것은 「오만과 편견」을 읽지 않아서인 모양이다. -168쪽

나는 당장 결혼할 마음은 없다. 여자를 만난 후에도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는 독신생활이 좋다.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나는 그중 하나다. 함꼐 있어도 나 혼자인 듯 느껴지는 그런 여자랑 나는 결혼하고 싶다. 그러니까 내 말은, 완전히 편하게 느껴지는 여자, 나답게 있어도 편하게 느껴지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 나는 순간순간 아주 미숙하고 거북해질 수 있는데, 나는 결혼한 후에도 그럴 수 있기를 그래도 여자가 도망가거나 당황하지 않기를 원한다. -169쪽

내가 친밀함을 두려워한다고 나한테 말해 준 사람들이 50명쯤 된다. 사실이다. 나는 사람드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두렵고, 그래서 별로 데이트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나를 조금만 알 때는 정말 나를 무척 좋아하지만, 나는 혹 그들이 나를 많이 알게 되면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봐 못내 두렵다. 이게 바로 내가 결혼을 겁내는 첫째 이유인데, 나와 결혼하려면 아내가 나를 아주 잘 알아야 할 것이고 나를 아주 잘 알게 되면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69~170쪽

나는 그 어마어마한 저택의 다락에 살았다. 폴과 다니엘르가 살던 안방은 집 한 채를 들여도 될 만큼 넓었다. 가끔 폴이 다락으로 올라오면 우리는 창문으로 기어나가 지붕에서 도시를 내다보며 파이프를 피우곤 했다.
"결혼생활은 어떤가?" 한번은 내가 물었다.
"좋네. 힘들지만 좋아."
"어떤 점이 힘든데?" 나는 물었다.
폴은 내가 아는 이들 중에 철저히 편하게 속내를 내보이는, 철저히 진실을 말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소위 말하는 진실한 사람이다. "이보게, 돈. 결혼이란 밑지지 않는 거래야. 내 자유를 다 잃지만 친구를 얻거든. 놀라운 친구를."-171쪽

나는 그의 말을 생각해 보았다. 자유의 상실, 바로 그것 때문에 나는 결혼을 생각하면 잔뜩 겁부터 난다. 나는 곁에 늘 누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외로울 때가 많지 않다. 내가 공동체로 사는 것은 그것이 건강하기 때문이고 사람이 너무 오래 혼자 살면 자칫 이상해지기 쉽기 때문일 뿐, 날마다 여자한테로 퇴근하여 같은 집에 살고 같은 욕실과 침대를 쓰며 바닥에 널려 있는 분홍색 실크 옷들을 본다고 생각하면 나는 마치 옥문이 쾅하고 닫히듯 가슴이 콱 조여 온다. 화장실에서 화장을 지우는 아내를 서서 지켜보며 "자기 살림살이가 조다 여기 있으니 이 여자 정말 안 가겠구나" 생각하는 내 모습이 눈에 선하다.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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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만과 편견>을 읽으면 여자의 마음을 알 수 있나요? 저 정말로 오스틴의 소설 한 번도
안 읽어봤거든요..^^;;

잘잘라 2011-01-22 01:57   좋아요 0 | URL
여자도 모르는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어요.
다만,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건 괜챦은데,
여자의 마음을 못받으면.. 그건 쫌. 재미없겠지요. ㅎㅎㅎ

아이리시스 2011-01-21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랏, 송장 옆에서.. 송장 옆에서.. 헉;
<오만과 편견>을 읽는 남자는 멋질 것 같아요.(시루스님 포함)
근데 저는 <폭풍의 언덕>이 좋아요. 히스클리프 같은 남자 좋아요.
어디가 좋냐고 꼭집어 묻지는 마세요,ㅋ

잘잘라 2011-01-22 01:59   좋아요 0 | URL
히스클리프 어디가, 아니, 어느 부위가요..? ㅎㅎㅎ
(난 이상하게 하지 말래면 그걸 꼭 그렇게 하구 싶더라~)

아이리시스 2011-01-23 16:52   좋아요 0 | URL
악당이고, 짐승남이고, 미친 정신을 갖고 있어요.
부위는 음, 잠시만요, 다시 한 번 더 읽고나서 말해줄게요, 아하하.

잘잘라 2011-01-25 00:53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나쁜남자 좋아하시는구나아..
저는.. 다아시 95프로 히스클리프 1프로 김주원 1프로!
(나머지 2프로 정도는.. 냅두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