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낸다고 끝이 아닌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 볼만하다고 느껴서 주문했다. 실마리만 잡을 수 있어도 좋겠다 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내가 느끼는 모멸감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렇다고 모멸감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것에 다른 이름을 붙여줄 수는 있게 되었다. 다른 이름붙이기는 힘이 세다. 엄청나다.

언어철학자 조지 레이코프와 마크 존슨은 그들의 저서 《삶으로서의 은유》에서 우리의 말과 사고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메타포로 점철되었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두 학자의 분석에서 하나의 중요한 지점은 우리 인간이 굉장히 자주 "비신체적인 것을 신체적인 개념으로 개념화한다"는 사실을 짚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윤곽이 덜 날카로운 것을 좀 더 날카로운 윤곽을 지닌 개념으로 개념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개념화는 각각의 상황에 알맞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그로 인해 여러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비롯해 소통에 심각한 분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럴 경우 "비판적 질문을 통해 자신의 사고 습관에서 한발짝 내적 거리를 두고 스스로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사고의 주도권을 직접 떠맡으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는 자신이 지녀온 언어 습관과 비판적 거리를 두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고하고 또 안다고 자신하는 것의 다수는 우리가 모국어를 그대로 따라하고 되풀이하면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즉, 흔히들 그렇게 부르니까 나도 그냥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사고에 있어서 자주적이고 성숙해진다는 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생각한다고 믿게끔 속이는 맹목적인 언어 습관에 대해 더욱 깨어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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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2-08-01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궁금해서 보관함 쏙 담아두었어요.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책.^^

잘잘라 2022-08-01 20:24   좋아요 1 | URL
저의 심리와 99.89% 같은 사례가 나와요. 그게 뭔지 밝힐 순 없지만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는 하고 싶어요. 난티나무님 댓글 감사합니당~ ^^

그레이스 2022-08-02 1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담아둔 책요
가까운 사람에게서도 이런 감정을 느낄수 있다는 생각!

잘잘라 2022-08-02 21:39   좋아요 1 | URL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책, 이해하기 쉽진 않았어요. 그래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된 점, 아주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