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욕심이 생겼어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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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일부를 원해. 전부는 필요 없어."


(110p.)너의 일부를 원해. 전부는 필요 없어.

이거, 욕하는 거 아닙니다.

  일에 적용하자면, 삽화가에게 원하는 것은 그림이지 삽화가 자신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위의 그림으로 설명하자면, 참치가 먹고 싶을 때는 참치 머리를 원하는 게 아니라 참치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원한다는 말이에요. 커다란 물고기가 먹고 싶다고 물고기 한 마리를 통째로 다 먹는 사람은 없으며, 결국 먹고 싶은 건 물고기의 일부분이라는 말입니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인데 표현하고 나니 새삼스레 누군가를 욕하는 것처럼 이상하게 느껴지는군요.(110p.)


너무 너무 와닿는 표현이라고 밑줄 빡빡 그었다가

다음 대목 읽고 물음표 그려넣었다.


(111p.)사귀는 사람이 생겼을 때도 처음에는 상대방의 전부를 원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교제를 하다보면 원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면서, 처음에는 원하지 않거나 관심도 없었던 다른 부분까지도 차츰 좋아지죠. 그러다가 결혼을 하기도 하고요.

  프로 사진 작가가 찍은 사진을 잡지나 책에 실을 때 트리밍을 합니다. 사진에서 꼭 필요한 부분만 잡지에 싣고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냅니다.

  누군가와 사귀다가 결혼을 하고, 그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다보면 트리밍의 틀이 점점 넓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옛날에 한 적이 있어요.


  제게 사귀자고 프러포즈한 아내를 당시에는 썩 좋아하지 않았지만 점점 트리밍의 틀이 넓어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말했죠. "지금 나는 당신의 극히 일부분만 보이지만, 그 틀이 점점 넓어져서 언젠가는 당신의 사진 한 장을 통째로 방에 걸어둘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 틀이 좁지만."

  하지만 그런 제 마음은 단 1밀리미터만큼도 전달되지 않았답니다(웃음).


  일할 때도 그래요. 어떤 사람은 일로 만나는 상대와 전인격적인 교제를 바라더군요. 애초에 일을 목적으로 만난 관계이기에 일에 있어서만 교제하면 되고, 일만 원활히 잘된다면 그 사람의 다른 면은 어떻든 상관없지 않을까요? 그가 주정뱅이든 도박꾼이든 일이 잘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봐요. 하지만 더 나아가 전인격적으로 교제하려니까 관계가 틀어지고, 싸움까지 벌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나죠.

  그래서 이런 규칙을 사전에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112p.)


상대방의 전부를 원하지 않는다고? 어째서지? 와우.

아내가 먼저 사귀자고 했다고? 당시에는 아내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고? 그런데 사귀었다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와우.

일을 목적으로 만난 관계에서는 일만 돌아가면 그 사람의 다른 면은 어떻든 상관없지 않겠냐고? 그가 주정뱅이든 도박꾼이든 일이 잘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리얼리? 진짜 그래? 그럴 수 있어? 그게 돼?

그러다 다음 대목 읽고 오케이, 좋았어! 나도 그래. 너의 일부가 필요해, 전부는 필요 없어.


(112p.)어떤 사람이든 다른 누군가가 그 사람을 필요로 하는 건 일부뿐입니다. 그 일부분이 노동력일 수도 있고, 얼굴일 수도 또 신체이거나 두뇌일 수도 있겠죠. 필요로 하는 부분은 저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일부만이라도 필요로 한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앞으로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너의 일부가 필요해, 전부는 필요 없어. 이 말은 곧, 너의 전부가 필요 없는 게 아니다, 너의 일부는 필요하다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일부를 전부마냥 한 명의 사람을 뭉뚱그려서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죠.

  이런 전제를 무시하고 일을 추진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일부만이라도 좋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을 일부만이라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거야,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113p.)


단, 이것은 일 할 때 얘기고, 사랑할 때는 아니야. 

난 너의 전부를 원해. 전부 다 필요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다른 얘기란 말이야.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시작하잔 말이야.

지금 당장!!!!!

참치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은 가장 맛있는 부분만 원하지, 머리와 꼬리까지 원하지 않는다. 이건 중요 이야기입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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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10 1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뭔가 결혼은 반대같아요. 참치뱃살을 원했는데 참치 한 마리가 통째로 온 거 같아요 ㅋㅋㅋ 남편도 그렇겠죠. 보들보들 갈기만 봤다가 알고보니 사자 한 마리가 턱 ㅋㅋ 신스케 그림 글 넘 재미있어요 잘잘라님 *^^*

잘잘라 2022-02-10 21:01   좋아요 2 | URL
오오~ 알쏭달쏭 결혼 이야기!! ㅋㅎ
이 책도 그래요. 그림만 기대했는데 글도 많고 재밌어요.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배우고 싶은 점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그리고 쓰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태도입니다.

자목련 2022-02-11 1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의 일부를 원해, 전부는 필요 없어.
이 말 꼭 써보고 싶어요. ㅎ

잘잘라 2022-02-11 12:10   좋아요 2 | URL
‘너의‘ 뒤에 시간을 붙이면 더 그래요.
˝너의 시간 일부를 원해. 전부는 필요 없어.˝
˝나의 시간 일부를 줄께. 전부는 택도 없어.˝
ㅎㅎㅎ(셀프 개그.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