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륄레이]
relay
계주
이어달리기
'이어 달리기' 아님. 띄어쓰기 주의.
'띄어 쓰기' 아님, '띄어 쓰기 하다' 아님.
'띄어쓰기' 명사, '띄어쓰기하다' 동사.
'이어달리기' 명사. 「일정한 구간을 나누어 4명이 한 조가 되어 차례로 배턴을 주고받으면서 달리는 육상 경기. 400미터, 800미터, 1600미터와 메들리 릴레이가 있다.」
-일정한 구간
-나누어
-4명이 한 조
-차례로
-배턴
-주고받으면서 달리기
이어달리기를 하려면 일정한 구간, 나누는 작업, 4명이 한 조를 이루는 일, 배턴을 주고받는 기술이 필요하다. 달리기하고 싶은 사람이 한날한시('한 날 한 시' 아님. '한날한시' 명사)에 모여 "우리 같이 달리자." 하는 거랑, "이번에는 우리 좀 색다르게 이어달리기 하자" 하는 거랑, 차원이 다르다. 달라도 너무 너무 너무 다르다. 조금만 더 색다르게, 조금만 더 재미있게 하려고만 해도 즉시 복잡하고 골치아프고 귀찮은 일들이 몰려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달리기를 계속 하는 것을 보면 달리기는 달리기 대로, 이어달리기는 이어달리기 대로 새로운 경험 세계를 이뤘다는 말이 된다.
달리기는 재미있다.
같이 달리기는 더 재미있다.
이어 달리기는 색다른 재미다.
달리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더 재미있기로는 확실히 같이 달리기가 몇 배는 더 재미있고, 색다른 재미로는 이어달리기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해 보고 싶은 것이 당연...한지는 몰라도 아무튼 해 보고 싶다. 목숨을 걸라는 것도 아닌데 뭐. 안 해 볼 이유가 뭔가. 음.
이러고 일을 하나 시작했다. 이어달리기 하는 기분이다. TV가 책을 이어달리기, 책이 사람을 이어달리기, 사람이 나를 이어달리기, 내가 너를 이어달리기, 니가 우리를 이어달리기, 내가 나를 이어달리기, 말이 말을 이어달리기, 책이 책을 이어달리기, 영화가 영화를 이어달리기, 바람이 바람을 이어달리기, 구름이 구름을 이어달리기, 계절이 계절을 이어달리기, 하루가 하루를 이어달리기, 기쁨이 기쁨을 이어달리기, 슬픔이 슬픔을 이어달리기, 오 이토록 풍성한 이어달리기라니!
멋지군.
구간을 나누는 작업은 코로나가 했다.
4명이 한 조를 이루는 일, 배턴을 주고받는 기술은 계속 훈련중이다.
*
주문이 주문을 이어달리기 하는 풍경은 보너스.
떡볶이를 좋아해서 떡볶이 장사를 하려고 가게 자리 보러 갔다가 뜻밖에 커피와 담배, 초코파이를 팔고 있는 내가 『아무튼 떡볶이』라는 책을 그냥 둘 수 없어서 읽었는데 우하하 재밌다, 앞으로 나는 어디가서 떡볶이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게 생겼네, 우하하 우하하, 좋아해도 좋아해도 이렇게나 좋아할 수가? 진짜? 아무튼 재밌구먼, 떡볶이 먹어야겠다 하면서 읽다보니 요조라는 이름을 잊을 수가 없었고, 요조의 신간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에도 물론 떡볶이 얘기가 나오고, 『아무튼 떡볶이』를 내고 난 다음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이어지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에 남은 이야기는 첫번째 이야기, 반 고흐에 대한 이야기고, 나는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찾아보았는데 으아, 책이 어디로 갔냐? 당연히 책장 제일 꼭대기, 제일 안전한 거기에 딱 자리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안 보인다. 으아 으아 으아. 미친다. 미쳐. 미치지 말어야지 하고 오늘 주문하면 내일 올까? 그러고 알라딘에 왔는데, 으아 으아 으아, 이건 또 뭐지? 나 분명 한 권으로 읽었는데? 내가 1권만 읽었던 건가? 으아 으아 진짜 미쳐.
기어이 미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대타 『다시, 그림이다』를 빼들고, 『다시, 그림이다』가 이어준 『예술과 풍경』도 꺼내놓았다. 아이고 숨차.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도 달려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