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그리기
신호철 지음 / 문이당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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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존재임을 인식한다.

그런 아름다운 원이 우리 삶의 근원으로 자리한다면 지금 우리의 삶은 과연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지 궁금해 지기도 한다.

인간을 넘어 인류의 지속되는 삶은 돌고 도는 원의 그 속성과 닮아 있다.

그런 원의 속성을 쫓아가는 우리의 삶이 때로는 일탈적 모습을 그리는 상황들이 존재한다.

자의든 타의든 그러한 일탈이 원 밖으로의 탈출이라 판단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런 일탈적 삶을 자유로 치부하고 도전과 실패의 반복을 거듭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삶의 루틴처럼 여겨지는 확정적 모습들이 원이라는 궤도, 즉 궤도가 삶이라면 우리는 어떤 발버둥을 쳐도 그 삶의 궤도를 쉽게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지 죽음이 그대를 갈라 놓을 때까지라는 말처럼 원과의 결별, 자유를 얻는 일은 죽음으로써 끝을 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 원그리기를 닮은 삶 그리기를 이야기하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원 그리기"는 9편의 단편 소설들로 구성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달라질 법도 한 껄쩍지껄한 느낌을 전해주는 표현들이 난무하는, 그럼에도 현실 속 우리의 실제 모습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하는 기시감에 빠질 수 있는 저속함이 느껴지는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그런 삶의 이야기들 중 대부분이 병원과 질병에 관련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생명과 질병에 대한 사유가 돋보이기에 병원 생활의 모습들이 진한 크레졸의 역한 냄새처럼 두뇌 뇌리 속에 자리하게 되는 양상이다.

저자는 병원과 질병을 대하는 우리의 병리적 실태를 자의식처럼 내보이고 있다 판단하게 되는 실체를 다양한 인물들의 통각을 통해 포착하고 기술하고 있어 우리의 삶에서 빚어지는 고통에 일그러진 모습과 일체화 하게 되는 느낌을 준다.

인간에게 아픔은 휴식을 뜻하기도 하지만 원래로 돌아가야 한다는 회귀의 원칙을 체감해야 하는 의식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든 아프거나 아프게 될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그것을 피할 수 없음이고 보면 아픔에 대한 의식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현저한 삶의 방식의 변화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삶은 그 아픔에서 출발한다. 아픔 그 자체가 삶이고 보면 원 그리기의 궤도를 따르는 과정 역시 고통속의 일로 주목해야 한다.


저자 자신이 소설을 통해 인간의 아픔과 질병에 대한 앓음을 삶의 고통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러한 현장을 드러내는데 집중한 이유는 삶의 다양성이 빚어내는 소리이자 울음이며 고통이라 할 수 있기에 삶의 내밀한 은어로의 아픔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하고자 함이 아닐까 하는 판단을 해보게 된다.

욕망, 타인의 시선, 자아, 중독, 타락, 아름다움, 죽음 등의 소재는 우리 삶의 일부인 모습들을 그려내는 거울에 해당한다.

그런 거울 속 우리의 모습들을 통해 우리는 오늘을 사는 타자와의 관계 형성에 있어 좀 더 밀착감을 느끼고 공감되는 삶의 여유자리를 확보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의 바램대로 낯설지만 식상하지 않은 소설이자 재미로 읽혀지고 기억될 작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럄을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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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 수많은 식물과 인간의 열망을 싣고 세계를 횡단한 워디언 케이스 이야기
루크 키오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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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역시 지구 상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며 살아 온 것처럼 한 지역의 식물, 동물들의 삶 역시도 인간과 닮은 형태의 '이동'을 통해 그 생명력의 터전을 넓힐 수 있었다.

물론 식물과 동물이 생명력의 터전을 넓힐 수 있었던데는 인간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워디언 케이스' 라는 최초의 식물상자는 너새니얼 워드에 의해 1829년 밀폐된 유리병과 나무로 제작되었으며 흙, 마른 잎, 나방의 번데기 등을 넣어 식물의 이동에 필요한 조건인 물이 없이도 장기간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한 장치이다.

이 케이스를 통해 우리는 식물을 중심으로 하는 환경에 대해 이해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된다.

워디언 케이스로 인해 대륙간 식물의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그 과정의 이야기, 실험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담아 독자들의 식물에 대한, 식물의 이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상자" 는 식물 운반 상자인 워디언 케이스를 단순한 운반 수단이 아니라 전세계 환경이 움직이는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혁신이자 핵심 운반 수단으로 환경의 역사가 만들어 낸 작품으로 인식된다.

워드의 발명 이후 백 년간의 식물의 이동에 활용되며 다양한 식물의 이동에 침입종, 질병, 병원균 등도 함께 전달되어 검역의 발달과 강화를 이루게 되었고 생물종의 다양성 보존에 대한 의식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관련 활동들이 촉발되었다.

전성기라 했던 19세기에는 수 천개의 워디언 케이스가 전세계를 누비며 식물과 그외 인간의 삶에 필요한 먹고 마시고 냄새 맡고 입는 우리의 선택적 기호들이 식물과 함께 이동의 길에 올랐음을 살필 수 있다.

그 변화의 핵심이 바로 한 사람의 끈질긴 실험의 의지에 의해 탄생했고 이 실험은 기대 이상의 성공적인 실험으로 판단할 수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워디언 케이스는 15개로 저자는 역사가이자 큐레이터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복원, 연구했음을 밝힌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궁금증을 가질 수도 있다.

살아 있는 식물이 아닌 종자 상태로 가져 가도 될 텐데 왜 식물을 담아 가려고 했지?

이런 생각도 나름 일리 있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대륙을 건너 이동하는 일은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종자에게도 험난한 이동이라, 기름기 많은 성분들이 부패되어 싹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져 살아 있는 식물 그대로의 이동이 가치 측면에서 월등히 뛰어났기에 식물 그자체로의 이동에 대한 워디언 케이스의 발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워디언 케이스로 인해 전세계 식량과 차문화의 발달이 이뤄졌음은 식물상자로의 워디언 케이스의 또다른 파생 효과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식물의 이동이 꼭 긍정적인 측면만을 가져왔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 재래종 입장에서는 외래종의 침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이루어 지는 등 다양한 문제의 발생도 있었음을 살필 수 있다.

워디언 케이스가 유리와 목재를 사용해 만들어 졌기에 당시에는 유리에 세금을 부과해 유리세가 존재했으며 이러한 영향은 유럽 건축물의 창문의 형식에도 미쳐 창문세와 같은 세금의 부과도 있었음을 알게된다.더불어 인간의 욕망이 자연의 이동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식이 조건부에 그칠 수 밖에 없음을 느끼게 되는 귀중한 깨달음을 얻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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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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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했던 존재들에 다가가고 사랑할 수 있는 ‘지금‘이 최고임을 확인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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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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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나와 타인이 아는 나의 관계에서 진실은 무엇인지 결국 내가 아는 나만이 그걸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보게 된다.

인간에게는 수 많은 페르소나가 존재한다고 한다.

내 안의 또다른 나라는 가면들이 나를 이루는 존재라면 그 중의 어느 하나를 지목해 나라고 지칭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런 수 많은 페르소나를 통해 진정한 나의 모습을 살피는게 올바른 일일까?

뜻하지 않게 내가 나를 납치한다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 같은 소설이 등장했다.

그런데 읽으며 생각해 보니 이게 전혀 얼토당토 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번져간다.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흔히 사건 현장을 파헤치는 형사나 경찰들이 말하는 자작극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 나라는 존재에게는 삶의 이유를 갈망하게 하는 신호가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으로 전해진다.

그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라 치부했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30일의 밤" 은 현실과 SF적 상상을 가미한 꽤나 독특한 작품이다.

아내, 아들과 함께 누구 보아도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 물리학 교수인 '제이슨'은 어느날 누군가로 부터 생각지도 않은 납치를 당하게 되고 가까스로 도망쳐 쫓고 쫓기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부분이 현실적인 모습이라면 경찰의 도움을 받으면 되겠지만 제이슨의 중단된 연구 '거시 물체를 양자 중첩 상태에 놓이게 하는' 결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추리할 수 있게 하는 SF적 의식이 추리의식과 결부되어 나타난다.

양자중첩 상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중우주, 다중 시간이론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맥락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고 보면 그의 연구 중단과 그의 절친한 친구 라이언의 말처럼 되어야 할 결과가 뜻하지 않은 상황의 변동으로 단절된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건 아닌지, 그러한 모든 일들이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혼자만의 일이라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일이 되겠지만 내가 나를 납치해 지금의 내 삶을 빼앗으려 한다면 이걸 과연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소설을 통해 생소하지만 양자역학과 다중우주, 평행이론, 다중시간이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이 만족스럽다.


현실의 나의 존재가 또다른 우주 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과연 그런 우주는 얼마나 있는걸까?

그래서 신은 인간의 모습을 내면 속에 감춰진 페르소나로 드러내게 했는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 보지만 지금의 나, 우리에겐 평행이론의 다중우주, 다중 시간이론 속에 속하는 나 보다는 현실, 지금이 더욱 소중함을, 현실의 나를 진정 나로 인정하는 인식이 간절하게 필요하다.

T.S엘리엇의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은 한쪽 끝을 가리키고, 그 끝은 언제나 현재' 라는 말의 의미가 묵직하게 가슴을 내리 누른다.

그렇다. 우리에겐 평행이론 속의 존재나 미래의 어떤 모습으로의 나의 존재 보다 현실적 존재로의 나의 실존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늘 우리가 그리고 사랑했던 존재들에 다가가고 사랑할 수 있는 삶을 열어가는 지금이 최고의 행복한 순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임을 인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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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눈을 감는 시간에 걷는사람 소설집 5
조영한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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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인간의  자화상은 어떤 의미로 전달될까?

인간의 삶이 투영해 내는 다양성이란 모습을 바라보며 인간이되 인간적이지 못한 존재에대한 거부감이나 불편함은 우리의 자화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모습에서 선과 악의 기운을 보게되는 일은 인간 자체의 모습이라기 보다 인간이 처한 환경의 영향과 결과라 판단할 수 있고 그런 인간 군상의 모습에서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우리의 모습을 찾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인간의 수 많은 선택적 결과로의 삶의 모습들이 처음에 못 먹을 무언가를 먹은것 처럼 거북스럽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하지만 시간의 경과와 반복, 누적되는 경험치의 비이성적 행위의 모습으로 비춰지게 되는 독특한 현상을 경험하게도 된다.

그런 독특한 경험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만 인가된 효력처럼 보이지만 기실 인간이면 누구나 그럴 수 밖에 없는 당위성을 보여준다 할 수 있는 것이다. 

8편의 어디에나 있지만 생각해 보면 모두가 해당될 수도 있는 불편함을 공유하는 작품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 책 "그들이 눈을 감는 시간에" 는 같은 인간 존재이면서도 인간적이라 표현하기 부적절하기도 한 우리의 여덟가지 또다른 모습들을 통해 평범과 독특함의 경계에 선 우리의 자화상, 일그러진 자화상에 대한 비유를 꼬집어 내는 책이다.

저자는 현 시대의 평범한 일용직, 시간강사, 정육점, 노동자, 조교, 성매매업소직원 등의 일상에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적이기 보다 무디어진 칼날처럼 되어버린 우리의 또다른 모습들을 조명해 내고 있다.

제목을 닮은 단편 소설은 인간의 삶을 위해 길러지는 가축들(소, 돼지, 닭, 오리 등)의 살처분 현장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 속에서 횟수가 늘어날 수록 무딘 칼날이 되어가는 인간의 녹슨 감정에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게 한다.

나만 아니면 돼~와 같은 마음이라면 그런 살처분 현장에 대한 아무런 의식이 없을 수도 있다.

생명을 가진 인간으로 생명이 붙어 있는 존재를 아무렇지도 않게 처분하누 일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고통스럽고 불편한 감정을 호소해야 마땅한 일임이 분명하지만 소설 속 인물의 행동에서는 그런 치사를 찾을 수 없다.


마잔가지로 8편의 단편들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모습들의 우리는 인간이라기 보다는 이 세계의 부속품처럼 박제되고 무감정한 모습으로의 일상을 치환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따듯함이 있고 자신의 인간적인 본분을 다하려는 이들도 있고 보면 여전히 인간임이 후회스럽기 보다는 스스로를 자위할 수 있는 기대감을 가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

삶의 이야기이자 우리 삶의 문양이라 생각해 보게 된다면 8편의 이야기가 다가 아닌 더 많은 나와 우리의 자화상이 세상에는 환영받지 못할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기억하게 된다.

저자의 시선과 관점은 무엇일까? 

어쩌면 저자는 아이러니한 삶의 진실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조명하고 그에 반해 보이는 우리의 마음에 투영되는 그 무언가를 터치해 보려하는 의도는 아닐까 하는 판단도 해 보게 된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서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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