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2024-11-09(토) ~ 2025-04-06(일)
원앤제이
〈두번째 피부〉: 이동기
2025. 3. 20. – 4. 30

1. 청담에 있는 원앤제이 갤러리.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바로 앞에 있다. 걸어 올라간다면 꽤 경사.
2. 전시장까지 다다르기까지 경사가 있는 다른 곳을 문득 생각해보니
1) 효창공원의 시청각
2) 경리단길의 ERD, 인가희, P21
3) 한남의 바톤, 타데우스로팍, 그라프
4) 남산의 화이트스톤, 눈, uhm
5) 성북의 우손서울, 제이슨함,LKate
6) 평창의 가나아트,자인,누크,
7) 광화문의 헬렌에이,떼아트
물론 그 경사의 최고봉은 자하와 목석원이다. 하이힐은 금물. 등산화는 OK. 전기자전거 같은 전동식 개인형 이동수단으로도 힘들다.
3. 생각해본 김에 경사가 있지만 버스편이 존재해서 걸어가지 않는 경우를 지도에서 살펴보았더니
1) 서울대/신림/낙성대 세 곳에서 접근 가능한 서울대미술관
2) 서초의 예술의 전당
3) 장충 신라호텔 셔틀버스 타고 가는 조현화랑서울
4) 성북02타고 가는 우리옛돌/뮤지엄웨이브
5) 삼성역의 S2A가
있는 것 같다.
4. 돌아와서 원앤제이. 단체전인데 들어가자마자 이동기 작가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이동기, <A의 머리를 들고 있는 A>, 2012, 캔버스에 아크릴.
물론 이는 누가봐도 카라바죠의 작품을 현대 카툰식으로 오마쥬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대 서울에서 카라바죠의 바로 그 작품을 볼 수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Caravaggio, David with the Head of Goliath, c. 1600-1601, Oil on wood,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5. 이동기 작가의 팝컬쳐스러운 작화를 보니
작년에 판교에서 했던 전시가 생각난다. 그라픽스 작가.
판교 더 스탠, Alter Ego Era 대체자아의 시대
2024.08.30-12.08
그라픽스 작가의 작품도 저런 해맑은 컨셉의 캐릭터를 주제로 삼았다.


위는 그라픽스, 아래는 김세동(sambypen)작가다.

6. 정통과 변주
바로크 회화의 정점 중 하나로 평가받는 카라바조의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의 구도를 귀여운 비주얼 스타일의 현대 팝 컬처 캐릭터로 오마주한 이동기 작가의 작품을 보니
정통과 변주가 감각적으로 충돌하는 데서 발생하는 효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카라바조가 극적인 테네브리즘(명암대비)으로 표현한 잔혹하면서도 깊은 심리적 긴장감을
현대 팝 컬처의 언어로 쾌활하고 발랄하게 바꾸어 놓는 순간
귀여움과 잔혹함이 강한 언밸런스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인다.
원작의 심오하고 어두운 분위기는 사라지지만 여전히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구도에서 시각적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역설적이다. 이 시각디자인과 내용의 인지적 부조화는 예를 들어 한국 웹툰 FFF급 용사나 일본 애니메이션 마법진 구루구루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FFF급 용사는 전형적인 RPG 판타지 세계관을 차용하면서도 주인공이 영웅서사를 따라가지 않아서 판타지아의 교직원들에게 FFF성적을 받아 유급해 다시 모험을 반복하는 이야기다. 귀여운 그림체에 행동은 마왕처럼 악독하고 반항적이다.

마법진 구루구루는 아기자기한 캐릭터 디자인과 동화적인 분위기가 일품이지만 실제로는 비틀린 유머와 예상을 깨는 전개를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귀여운 외형과 그에 반하는 이질적인 내용이 결합될 때 우리는 일종의 인지적 충격을 경험한다.
이러한 불일치는 외관과 내면을 구별하여 이해하도록 돕는다. 아울러 이러한 불일치는 새로운 해석을 상상하도록 유도하며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던 감각을 세분화하여 보다 정교하게 탐색할 수 있게 한다.

https://namu.wiki/w/%EB%A7%88%EB%B2%95%EC%A7%84%20%EA%B5%AC%EB%A3%A8%EA%B5%AC%EB%A3%A8
러버덕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있다.
보통 귀여움은 조그맣고 아기자기한 대상에 대한 감정이다. 그러나 2014년 한강에 전시된 노란색 러버덕은 거대함과 귀여움을 조립해 인지적 부조화를 통해 낯설게 하는 효과를 촉진했다. 보통 하나의 개념으로 여겨지던 감정을 분리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https://namu.wiki/w/%EB%9F%AC%EB%B2%84%EB%8D%95%20%ED%94%84%EB%A1%9C%EC%A0%9D%ED%8A%B8
귀여운데 거대하다. 낯선 감정이다. 보통 귀여우면 작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면 이 개념미술의 의도를 이해하는 첫 번째 단초다.
보통 귀엽다고 한다면 웹툰 <토끼와 흑표범의 공생 관계>의 비비나 웹툰 <던전리셋>의 뽀뀨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작은 대상을 귀엽게 여기는 감성은 포유류의 새끼들이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특성에서 비롯된 본능적 반응이다. 유전적으로 형성된 DNA적, 모성애적 기제라고 볼 수도 있다. 귀여움은 곧 작은 존재에 대한 귀여움이다.

거대함은 공포와 두려움과 연관되어 있다. 왜냐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보다 훨씬 큰 대상에 위압감을 느끼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거대한 존재는 생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때론 거대함은 숭고함과도 연결된다. 사람들은 광활한 대자연이나 압도적인 규모의 구조물 앞에서 먹먹함과 경외감을 느낀다. 그러니 거대함+두려움, 거대함+숭고함이 결합되어 있고, 작음+귀여움이 결합되어 있는데 러버덕은 이 두 조합에 균열을 내고 크로스해서 거대함+귀여움으로 재구축했다. 그 결과 평소 깊이 고민하지 않던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우리의 뇌를 말랑말랑하게 하고 사고를 유연하게 하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도록 이끌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카라바조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은 기존 바로크 유화에 있던 어두움+잔인함을 잘라내어 밝음+잔인함으로 재구성해 작품뿐 아니라 감정마저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현대적 패러디는 카라바조의 원작을 단순히 베낀 것이 아니라 원작과의 대화를 통해 맥락을 다시 조명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창의적인 변주는 원작의 가벼운 차용이나 일방적 계승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동적 과정이다. 단순한 시각적 충격이 아니라 원작과 패러디 사이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게 만드는 적극적인 미학적 전략인 것이다.
8. 이외에도 미학과 심리학에서 귀여운 스타일과 잔혹한 내용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설명하는 개념이 있는지 챗지피티에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정리해주었다. 참고삼아 복붙한다.
1) 인지적 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제시한 개념으로, 서로 상충하는 정보나 기대와 다른 요소들이 결합될 때 인간이 느끼는 심리적 불편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귀엽고 친숙한 팝 컬처 스타일이 잔혹한 주제를 담고 있을 때, 관객은 이에 대한 인지적 충격을 받고 이를 해석하려는 심리적 노력을 하게 됩니다.
2) 낯설게 하기 (Defamiliarization, остранение)
러시아 형식주의자 빅토르 시클로프스키(Viktor Shklovsky)가 제안한 개념으로,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재구성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기법입니다. 카라바조의 어두운 회화를 밝은 팝 컬처 스타일로 변형하는 것은, 원래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보도록 하는 ‘낯설게 하기’의 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3) 불협화음적 미학 (Aesthetic Dissonance)
미학에서 조화로운 형태나 구성이 미적 쾌감을 준다면, 불협화음적 미학은 의도적으로 조화를 깨트려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감각을 유발하는 방법론입니다. 귀여운 그림체와 잔혹한 주제의 조합은 미적 불협화음을 형성하며, 관객에게 예상치 못한 정서적 반응을 끌어냅니다.
4) 바디 호러 (Body Horror)와 귀여운 공포 (Cute Horror, Kawaii Grotesque)
일본의 ‘기묘한 귀여움’(Kimo-kawaii, キモかわいい) 개념처럼, 귀엽고 익숙한 것과 불쾌하고 무서운 것이 결합될 때 느껴지는 양가적 정서를 설명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Madoka Magica나 Happy Tree Friends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며, ‘귀여운 공포’라는 미학적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5) 아이러니적 거리 (Ironic Distance)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으로, 작품이 스스로를 풍자하거나 기존의 미적 규범을 전복할 때 생기는 거리감입니다. 귀여운 스타일로 심각한 장면을 표현하는 것은 아이러니를 만들어내고, 관객은 이를 해석하며 기존의 규범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