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형시 하이쿠는 5-7-5음, 총17음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센류는 하이쿠와 같은 음은 유지하면서도

계절어 등의 규칙을 제외했다. 사설시조 느낌의 센류.


1행 5음: 토시우에가

2행 7음: 타이뿌다께레도

3행 5음: 모우이나이 (모우는 모-장음인데 2음처리, 라틴어시의 a,e,i,o,u 장음이 이중모음으로 카운트되는 것과 마찬가지)


그런데 사실상 4버째 약력 야마다 님 지음 (92세)의 약력까지 읽어야 전체 웃픈 느낌이 사는

4행짜리 시이다.


아침에 동양은 출신, 맥락, 관계 중심 사고를 한다고 했는데

시인의 나이 배경까지 고려해야 작품이 읽히는 좋은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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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gallerycrane.com/current/4



평창 갤러리 크레인에 다녀왔다. 가나아트 바로 앞에 있다. 오픈 두 번째 전시로 오경훈전을 하고 있다.


북촌의 페레스가 방을 빼더니 그 윗집 디아, 레이지 마이크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압구정 일본계 SH 등의 해외화랑 뿐 아니라 10년 이상 유지해 온 지역의 강자 합정지구와 인미공도 없어지는 가운데 또 어디에선 갤러리 크레인, 실버팁 등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지는 갤러리도 있다. 팬데믹 이후 굵직한 국제정세 변동 가운데 시장도 발맞춰 새로운 메이크업을 선보인다. 새로 런칭한 곳에는 포부가 느껴진다. 뉴노멀이 될지는 지켜봐야할 일이지만, FSC→LCC의 기조변화와 마찬가지로, 빙하기에는 잦은 트렌드에 적응 가능한 기동성있는 젊은 감각이 지속가능성에 이바지하는 듯 하다. 즉, 위기에는 공룡이 아니라 작고 잽싼 포유류가 살아남는다는 뜻.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분절해 팔고 있는 대기업의 최근 행보도 이와 같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나 커스터마이징, 가성비까지 왔고 이제 익숙한 것의 소분까지 왔다.


오경훈 작가의 작품은 대형연작과 그 측면의 벽에서 보이는 팝아트적 작품과, 대형연작의 맞은 편에 있는 기묘하고 실험적인 작품 2개로 나누어볼 수 있다. viva la ddu ddu ddi va는 약 2m x 3m의 대형인데 외젠 들라쿠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마리안느 같은 인물을 가운데 두고 좌우측이 구분된다. 나무 아래 대각선방향으로 중심점을 향해 바라보는 인물들과, 오른쪽의 구름에 가린 산 아래 수박 먹는 녹아내리는 비인간 형상들은 시선이 산란되어 있다. 핑크빛 파스텔톤이 동화적이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으스스한 언캐니한 느낌이 든다. 형식과 기법은 판타지스러운데 내용은 전통구도를 따랐다. 그 측면의 벽들도 영웅적인 한 인물을 드라마틱하게 조명하는 팝아트판 그리스로마인물이다. 손기정이 기증한 국중박의 그리스투구 같은 것을 쓰고 고추를 덜렁인채 뛰어 올라가는 아이 영웅을 측면 하단에서 올려다 보는 구도로 영웅적인 모습을 강조한 그림이나 키쓰네멘을 머리에 쓴 채 물동이를 따르는 어여쁘고 조신한 사람까지 속알맹이는 유럽전통회화의 구도다. 배경의 선 표현은 James Jean을 닮았다. 그만큼 화려하거나 과장되지는 않았지만.


한편 그 앞을 마주보고 있는 작품군은 전혀 다른 감성으로 톤앤매너에서 부각된다. 파스텔톤으로 종말과 신화적 각성의 순간을 그리면서 그 중심축을 

눈으로 설정해 인물의 심리적 폭발이 시작되는 기점으로 삼는다.

눈을 크게 뜨고 중심을 향해 내지르는 듯한 표정은 감정이 폭발하는 임계점, 혹은 정신적 전환이나 비극의 순간처럼 느껴진다. 외부로 방사되는 에너지의 흐름를 표현한 기하학적 번개 스트로크와 함께 눈에서 내면의 힘이 외부로 방출되며 감정도 발산된다.


거친 회화적 질감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진 세계, 또는 기억의 마모된 장면처럼 느껴지고, 빛줄기가 눈을 원점으로 하여 터져 나가는 듯한 모습은 내면의 방사이자 외부의 계시같은 인상이다. 세 명의 인물이 숨겨져 있다.


캔버스별로, 테마별로 눈이 다 다른 기법으로 표현되었음에 주목해야한다. 어떤 눈은 민트나 붉은색으로 가득하고 어떤 눈은 감겨있고 어떤 눈은 세밀하다. 인물의 눈 표현과 시선처리를 기반으로 중심 테마가 정갈하게 정렬된다. 눈 주변의 붉은기와 노랑기의 색 대비는 감정의 과열, 정신적 고양 또는 분노를 나타내는 것 같고, 채도 낮은 녹색 이끼가 덮인 배경의 그림의 말똥말똥한 검은 눈은 천진난만한 아이 같다. 가장 만화적이고 코믹한 눈은 역시 손기정투구를 쓴 아이다. 진지하고 비범하다.


언뜻 사토시 콘 감독의 <Perfect Blue>도 생각나고 Hikari Shimoda의 천진하면서 공허하고 광기있는 짝짝이 별눈(최애의 아이를 연상시킴), Audrey Kawasaki의 기묘하고 매혹적이며 침묵하는 눈도 조금씩 느껴진다.


특이하고 재밌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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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 인류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레이 커즈와일 지음, 이충호 옮김, 장대익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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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의 생각의 지도(The Geography of Thought)에서 인지 범주화 실험을 언급하며 나온 동서양 사고방식 차이 실험이 있다.


원숭이 팬더 바나나 세 가지 중 연관성이 있는 두 가지는 무엇인가?


총체적 사고에 익숙한 동양인은 맥락을 중요시해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는다는 데 착안한다. 사물 간의 관계와 맥락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한편 개별 특징을 파악하는데 익숙하고 분석적 사고를 하는 서양인은 동물, 포유류라는 분류학적, 형태적 유사성에 근거해 원숭이와 팬더를 묶는다. 사물의 속성과 범주를 중요시한 것이다.


어느 무엇이 더 좋다라는 말도 아니고 사람마다 차이가 분명히 있는 일반화다. 무엇보다 어디까지 동양이고 서양인지에 대한 지리적 문화적 구별도 애매하다. 하지만 이 리트머스 시험지가 경향성에 있어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는 모양인지 다큐에서 조명 후 이 문제만 각종 짤로 많이 돌아다닌다.


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의 경향성 차이는 미술감상 방식의 차이와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한국에 들여온 서양미술을 배치하는 기획자도 관람하는 감상자도 그 작품이 원래 위치한 서양미술관에서 감상하는 서양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는 듯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 전시 인트로, 캡션 설명 등에서 엿볼 수 있다.


서양을 거칠게 정의해 서유럽으로 일단 고정하고 동양은 한국이라고 생각해보자. 서양미술관에서 서양인이 자신의 서양전통작품을 감상할 때는 형식, 구성, 조형에 초점을 맞춘다. 색채, 형태, 원근법, 구성의 조화, 기술적 완성도을 일별하며 한 걸음 더 이해해보려한다. 시선이 개별적이고 사고가 분석적이다. 작품을 요소별로 나누어 관찰한다. 화면 내 일관성, 형식과 논리에 주목한다.


그러나 서양미술관의 서양작품을 한국에 들여온 혹은 현지에서 감상하는 동양인의 감상방식은 대략 정서, 관계, 맥락 중심이다. 가족관계와 사제지간 학파를 따진다. 작품이 주는 느낌, 정동, 의미를 파악하려한다. 이쁘다! 재밌다! 하는 단발성 감탄이 지배적이다. 기하학적 선의 리듬과 반복패턴에 주목한다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작가의 신분과 삶의 서사까지 포괄적으로 본다. 전시 인트로, 도록, 캡션에 불필요하게 과다한 작가의 생애와 사생활이 적혀있는 경우가 있다. 서양은 작가의 사생활, 정신문제, 가족관계가 보조적인 설명에 그치는 데 반해 동양은 작가의 (도덕적) 문제가 작품 해석에 깊게 관여한다. 다만 우리와 관계없는 먼 나라 옛 사람이라서 문제삼지 않는 것일 뿐. 문화적 위계질서가 작품해석에 영향을 준다. 이 화가는 사대부 출신이라 그런지, 문인화풍이라그런지 붓끝이 고요해 하는 식으로.


그런데 쿠사마 야요이가 강박장애로 인해 정신병원에 스스로 들어갔다는 것이 반복된 모티프를 이해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일인가? 반고흐가 고갱이 떠난 후 비관하여 자기 귀를 자른 것이, 김홍도가 양반이 아닌 중인 문인화가로서 천재성을 인정받아 장영실처럼 유교사회의 신분제도를 뛰어넘었다는 것이, 작품의 색채와 기법을 이해하는데 꼭 수반되어야하는가? 배경, 출신, 신분, 맥락이 보조적 설명에 그치지 않고 이해에 선행될 경우에는 개별 작품 감상이 흐려질 가능성이 있다.


서양의 조형에 대한 응시는 그림을 또렷하게 바라볼 때만 가능하기에 작품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물론 시간과 노력 매우 많이 필요하다. 특히 다리와 허리가 중요하다. 개별 작품을 미세하게 보기 위해 작품 앞에 서서 시간을 많이 할애야한다. 무엇보다 색채, 조형 어휘가 구체적이다


한편 동양의 맥락중심, 관계적 시선은 그림을 나와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기에, 좋은 작품이 좋은 날씨에 좋은 자연에서 관람되면 더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무엇이 더 좋다는 말은 아니다. 새가 양 날개로 날듯이 두 사고방식을 동시에 운용하는게 온전한 관람경험에 이바지하리라고 생각한다. 개별 요소에 대한 분석적 이해가 결여된 느낌위주의 감상은 휘발적이고,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형식 위주의 감상은 건조하여 미술감상이 아닌 수학문제 탐구와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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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김홍도미술관에 다녀왔다.


3전시실에 표암 강세황이 제발을 단 8폭 병풍이 있다. 스승의 해석이 후각 청각 등 감각적 깊이를 더해주어 그림과 평론이 함께 짝을 이루어 보는 맛이 좋다. 3D렌더링도 특이하다.



과교경객

놀란 나그네


아래 해석을 읽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쇄적으로 놀라는 애니메이션이 보인다.

교저/수금/경기어(라제성)

라/경어(수금지비) 인/경어(라지경)

모상 입신

표암 평


다리(교) 아래(저)

수금(물새)가

노새(라) 발굽(제) 성(소리)에 놀라고(놀랄 경 일어날 기 어조사 어 at)

노새(라)는 물새의 날아오름(수금지비)에 놀라고

사람(인)은 노새의 놀람(나지경)에 놀라는데

모상(놀라는 모양새가) 입신(입신의 경지다)

표암 평(표암 강세황이 평하다)


1. 교저수금 경기어 (라제성)

다리아래 물새는 놀란다 / 노새발굽소리에

2. 라 경어 (수금지비)

노새가 놀란다 / 물새의 날아오름에

3. 인 경어 (라지경)

사람이 놀란다 / 노새의 놀람에

차동훈, 거리풍정, 3D영상, 각 4분, 2016


김홍도 그림, 강세황 글, 행려풍속도병, 1778년, 비단에 엷은 색, 각 폭 90.9cmx42.7cm, 국립중앙박물관


행려풍속도병 중 오른쪽에서 네번째 폭 놀란 나그네(과교경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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