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명카피 핸드북 - 家族は、面倒くさい幸せだ。 가족은 귀찮은 행복이다 일본어 명카피
정규영 지음, 오가타 요시히로 감수 / 길벗이지톡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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滋賀県立美術館


”みかた”のちょっと多い常設展 

2024年7月6日(土)〜9月23日(月・休)


日本画って何だろう? 

2024年7月6日(土)〜9月23日(月・休)


滋賀の家展 

2024年7月13日(土)〜9月23日(月・休)












1. 시가는 교토 오른쪽에 있는 소도시다. 교토 국박을 들렀다가 냉큼 다녀왔다. 상설전, 일본화란 무엇일까, 시가의 가옥들 같은 여러 전시가 있가 있었다. 소도시 미술관의 소장품전인데도 기획전시만큼 놀라운 퀄리티의 콜렉션이 있었다.


콜렉션보다 더 놀라운 것은 큐레이터의 아주 감각적이고 명확하며, 시각적 분석에 충실한 캡션이었다.


작품과 관객을 독대하게 도와주는, 불필요한 곁가지 이야기를 뺀, 캡션 설명이었다. 아래 몇 개만 우리 말로 풀어두었다.




2. 교토 국박에서 보다가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마감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서 택시 타고 갔다. 거의 처음 타 본 일본 택시였다. 7-8만원 남짓 나왔는데 택시비가 상당히 비쌌지만 그래도 시간을 세이브한 값으로 치면 괜찮았다.


공원에는 함께 의지하며 늙어가는 노부부가 산책하고 있었다. 잘 가꿔진 큰 공원과 함께 있는 미술관이다.




3. 돌아올 때는 지하철을 타고 갔다. 목가적인 나무 가옥 너머로 이글거리듯 타오르는 태양이 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루야마 겐지의 "그렇지 않다면 그토록 석양이 아름다울리 없다" 에세이집이 생각났다.



나도 이렇게 한 번 써보자. 시각적 분석의 예제.


철제 장치로 구축된 역사 창밖으로,

붉게 달궈진 저녁 해가 용광로에서 용융된 철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며 산마루를 넘어간다.

하늘은 온통 주홍빛으로 물들고

육첩방 남의 나라 목가적 목제 지붕들이 

그 아래서 까무룩한 실루엣으로 누워있다 비스듬히


지붕 너머로 둥근 해가 서서히 삭아드는 순간,

사위가 후끈후끈 달아오른 듯하지만

동시에 싸늘한 어둠이 슬그머니 내려앉는다. 

전깃줄은 차가운 열기를 가로지르며 팽팽하게 뻗어 나가고

그 선을 따라 매서운 바람도 번쩍번쩍 찢기듯 스쳐 지나간다.


지붕 위로 번진 햇살은 어느새 스르르 사라지고,

도시는 후두둑, 석양을 추모하는 인공 불빛을 하나둘 켜기 시작하니

덜컹덜컹 흔들리는 지하철은 무심히 다른 역으로 달려나가고

나는 저 타오르는 해를 기억 속에 고스란히 담아두리라

뜨겁게 타올랐던 순간들이 저녁 노을처럼

천천히 식어가오니




4. 전시는 이런 저런 것이 있었는데 다 좋았다.




5. 전시 캡션 설명 3개만 우리 말로 풀어본다




하얀 꽃을 피우는 제라늄 화분을 그리고 있다.

배경은 생략되어 있고

화분은 두툼한 질감을(厚ぼったい質感を) 간략하게 나타낼 뿐이며(表すのみで)

제라늄이 풍부하게 자라는 잎과 흰 꽃에 눈이 간다.

가는 선을 이용해 제라늄의 모습을 붙잡고(파악하고)(とらえ)

섬세하게 색을 겹쳐(細やかに色を重ねて) 요철(오목함과 볼록함)이나 음영, 깊이(奥行)를 표현하고 있다

날실과 씨실의 짜임새(織り目)에 틈이 있는 생견(동양화 그리는 비단)에 그리는 것을 활용한, 빛에 녹아드는 것 같은 작품이다.


시각적 분석에 충실한 훌륭한 설명이다. 대단하다.


1) 대상은 하얀 꽃과 제라늄 화분. 제라늄은 식물의 한 종류이고, 몰라도 대략 아래 있는 초록색 무엇이겠거니 짐작이 가능하다.

2) 배경이 생략되어 있음

3) 화분은 두툼한데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음

4) 제라늄이 많고, 꽃이 흼

5) 제라늄은 가는 선으로 표현했고, 색이 겹쳐 있어서 오목 볼록 그림자 깊이감을 표현하고 있음

6) 비단은 올과 올 사이에 틈이 있고, 그 틈을 활용한 작품이다. 빛에 녹아드는 것 같다


6.




금박을 깔아 놓은 바탕에 군청색을 듬뿍 겹쳐 후지산을 그리고 있다.

산기슭(麓=ふもと)을 천천히 걷는 소떼를 한 마리가 뒤늦게 따라간다.

군청색 사이로 비치는 금빛이 햇살의 힘(日差しの力強さ)도 느끼게 한다.

파란색과 금색 두 가지 색으로 생명력이 넘치는 웅대한 풍경이 표현되어있다.


깔끔하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1) 금박, 군청색, 후지산

2) 소떼는 산기슭을 걷고 있고 한 마리가 뒤에

3) 금빛은 햇살

4) 생명력 넘친다



7.




마치 음악이 들려올 것 같은 자유로운 선과 선명한 색채로 이루어져있다.

출품된 작품은 석판화(リトグラフ 영어의 lithograph에서 유래. lithos는 그리스어로 돌을 의미한다), 목판, 드라이포인트 등각기 다른 판화기법이 사용되었으며, 

그 질감의 차이에 의해서도, 연주되는 하모니가 변화하고 있다.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고

모스크바대에서 법률과 경제학을 공부한 뒤

1896년 본격적인 그림 공부를 위해 독일 뮌헨으로 여행을 떠났다.

1900년대 후반부터 모양과 색이 공명하는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만약 우리나라 같았으면 칸딘스키에 대한 설명이 먼저 나왔을 것이다.

그러니 시각적 분석이 먼저다.

그리고 인물 설명이 나오고 그 인물 설명은 시각적 분석이나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정도로 간략해야만 한다.


충분하면서 깔끔한 설명이다.


1) 자유로운 선과 선명한 색채를 음악이 들려올 것 같다고 감각적으로 은유함.

2) 다양한 판화 기법이 사용되었음을 설명 ->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어디가 다른 판화기법인지 볼 수 있게 궁금증 유발

3) 판화기법이 다양하다, 로 설명이 끝난게 아니라 그 기법이 결국 어떠한 시각적 요소에 기여했는지 설명: 

판화기법이 다르므로 질감이 다르고 따라서 연주되는 하모니가 변화하는 것 같다고 설명

4) 칸딘스키의 일반적인 인물설명 후 190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모양'과 '색'이 공명하는 추상적 그림이 나온다고 설명. 

->관객으로 하여금 이 그림이 추상적인가라는 궁금증부터 시작해 어디에 모양과 색이 공명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동기부여

+독일의 영향에 대한 일부 암시


8.




폐관하며 나가는 발걸음에 저녁 하늘을 보았다. 이렇게 한 번 써보자. 시각적 분석의 예제.


어스름이 내려앉은 하늘

태양은 구름 뒤로 몸을 숨겼지만

낭중지추의 존재감을 숨길 수 없다

빛은 이제 막 기지개를 키며 일어난

어둠 속에서도 퍼져나간다.


검푸른 구름은 저무는 태양을 머금고

그 가장자리는 파스텔톤의 황금빛으로 물든다.

빛줄기는 하늘을 가로지르며

마치 시간의 틈새로 스며드는 기억처럼

부드럽게 번져간다.


나무 실루엣이 고요한 그림자처럼 서있고

세상은 서서히 어둠과 빛 사이에서

하루의 마지막 숨결을 내쉰다.


하늘은 오래 달이고 묵힌 장처럼 깊은 색을 띠었다.

해는 구름 뒤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다가,

슬며시 가장자리를 타고 흘러내리며 빛을 퍼뜨린다.

노을빛이 구름 속으로 스며들어 퍼질 때,

그 자락은 노릇노릇 익어가는 듯하다.


둥실둥실 떠 있는 구름은 한껏 부풀었다가

서서히 바람에 녹아들며 사그라지고,

햇살은 그 틈새를 비집고 나와

줄줄이 흩어지다 이내 하늘에 길게 번진다.

나무들은 까끄라기처럼 어둠 속에 스며들고,

세상은 점점 서늘한 숨을 내쉬며 하루를 접는다.


저 멀리서, 빛과 어둠이 뒤섞이는 하늘 아래

누군가는 문득 지나온 날들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달이 뜨기 전, 해가 남긴 미련 같은

이 순간의 빛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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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 아카이브전

 《세 개의 호: 미래로 항해》

2024-11-28 ~ 2025-03-16





1. 가는 것이 쉽지 않다 청주까지 2시간 청주에서 대청호까지 1시간. 청주 시내에서 문의면 읍내와 시골 동네를 다 통과하고 1000원 내고 공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처음에 갔을 때는 이름이 청주시립대 + 청호 미술관인줄 알았는데, 청주 시립 '대청호' 미술관이다. 크게 맑은 호수다. 



2. 문의면 시골 마을 안쪽 깊숙히. 살풍경한 동네를 거쳐가야한다.



깊은 물인 임수와 해수의 기운을 품고 사람들의 시각에서 숨겨져있다. 무덤의 부장품 마냥. 고요한 적막한 곳. 일부러 누군가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은 듯한 느낌의 공간이다. 도시의 분주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숫자상으로는 같은 7시지만 아침의 7시는 특정 시각을 기한으로 어느 지점까지 가야하는 마음으로 조급하고 저녁의 7시는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까지 쌓인 여러 남겨진 일들을 쳐내야하는 마음으로 분주하다. 등교 혹은 출근이라는 단일한 지상과제나 투-두-리스트라는 복수의 자잘한 일을 해야하는 주중의 마음을 품고는 한적한 곳에 호젓히 있는 이런 소규모 미술관을 방문하기 어렵다. 


메이저 전시관과 비교했을 때 별 반 볼거리가 없는데 시간과 품을 들여 느슨한 감정과 느릿한 리듬으로 마실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렇게 양껏 시간을 사치하기 위해 지방의 어느 소규모 미술관을 오는 것이다. 돈이 없어도 자유로운 소박하지만 풍성한 영혼은 현금 대신 시간을 풍성히 소비하기 때문이다. 버스비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만끽할 수 있는 시골 마을 감상을 겸한 나들이다.





3. 들어가면서 고양이와 인사하고 궁디팡팡 가려운 곳도 긁어주고 집사서비스 제공후 입장. 어째서인지 고양이들이 나를 좋아하고 따른다는 걸 느낀다. 무작위의 공간에서 처음 만나는 고양이들도 내게 호의를 보낸다. 


식빵 굽던 냥냥이들과 잠시 즐거운 시간.






4. 메이저한 전시는 물론이거니와 잘 알려지지 않은 미술관 박물관 까지 다 가보는 것이 목표다.



3층에서는 청주대, 서원대, 충북대 등 지역 회화과를 나온 현업 작가들이 10년, 20년 전에 이곳에서 전시를 했던 소감을 공유하고 있다. 서울대 홍익대가 아닌 지방 작가로서 고뇌와 회한이 느껴진다. 상급 대학원 진학이나 외국 유학을 통해 학벌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보수적 예술업계에서 이름을 알리기 힘들어서 제주로 떠나 소박하게 사는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5. 아카이브전을 보면 시대별 변천사가 보인다 각 시대별로 무엇이 화두고 시대정신이었는지 보인다 한국인은 남들이 하는 거 다 따라하고 잘 나간다고 하면 자기 필드에도 적용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 전통이나 관습이나 기존 전시 스케쥴이 중요한 일본에 비해 조금 더 유연하고 대중에 니즈에 빨리 빨리 반영하는 맛이 있다 도쿄나 교토의 전시에서는 서양 불교 하는 식으로 순환하는 것 같은데 비해 한국의 전시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는 듯 하다 심지어 벽지의 이 소규모 미술관에서조차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6. 작가들은 대청호라는 호수로부터 수몰민이나 생태나 기후변화나 여러 함의를 이끌어내서 작품을 만들려고 시도한다


7. 아래는 이은영의 사직동(2024)이다. 린넨 위에 목판으로 드로잉했다. 작가는 시적 서사의 시각화를, 평면인 드로잉과 입체인 도자조각으로 어떻게 결합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평면을 입체로 옮겨오면서 설치작품으로 만들었다.


장충동 신라호텔 지하에 조현화랑 서울지점에서 작년 여름에 했던 전시가 생각난다.


아래는 이은영의 4시와 6시 사이의 OO이다.  2023년 작품이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The Persistence of Memory, 1931)을 모티브로 삼아 도자나 점토로 만든 듯하다.


8. 96년 도록에서 도판도 만듦새도 디자인도 폰트까지 모두 그 시절분위기가 난다




다소 영어에 보완점이 있다. Welcoming...  I congratulate.. Today must be the time.. 같은 부분에서 번역투가 느껴진다.


아마 당시에는 세련된 디자인과 폰트였겠지만 시간이 지나자 레트로하게 느껴진다. 


아마 지금 생각하기에 세련된 UX를 자랑하는 SeMA 미술관 인터페이스도 나중에 이렇게 레트로하게 느껴지리라.


 


9. 서양인들의 눈매는 매섭다. 먹잇감을 탐색하는 상위 포식자의 눈처럼 사람을 골똘히 응시한다. 사람들의 눈을 마주치지 않는 동양인들은 그 눈길을 피해 도망다닌다. 서양인들의 부리부리한 눈은 딱히 해칠 의도를 품고있지 않다. 그들은 미술관에서 사물을 응시하는 훈련을 받은 것일 뿐이다.


미술가가 자신의 미학을 언어로 유려하게 해설할 수 있다면 조형적 언어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미술가는 그저 예술로 말한다. 결과에 가지런히 정련된 노력으로 증명할 뿐이다. 작품의 의도나 맥락을 작가나 비평가처럼 표현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고 지속되는 유명세를 얻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작가는 작품 자체로서 말하고자 할 뿐이다. 관객에게 원하는 것도 작품 자체를 느끼는 것이다. 설명은 해석을 잘 하는 이들에게 아웃소싱하면 그만이다. 


미술사학자는 숭고하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은 미세한 디테일을 위해 평생을 바친다. 도슨트는 소중하다. 예술의 저변을 넓히고 허들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기여한다. 큐레이터는 고귀하다. 그들이 없었다면 작품의 보존과 정리, 전시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떤 관객은 역사적 사실이나 작품에 대한 잡다한 설명이나 전시의 기획의도 같은 것이 관람에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관객은 심지어 제목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보는 관객에게 바란 바처럼 어떤 이들은 작품과 자신의 독대를 원한다.


그러한 관객은 작품을 볼 때 무엇을 보고 생각하는가? 작품을 보고 의뭉스럽게 떠오르는 생각, 봄 밤의 흩날리는 따스한 바람 한 줄기 잡아보듯 작품에 대한 스쳐지나가는 막연한 느낌 같은 것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작품의 옆에 있는 작가의 말이나 큐레이터의 정형화된 글쓰기는 시각적 분석의 풀이예시다. 이과가 수학문제로 논리적 사고연습을 해야하듯, 창작자도 예술로 시각적 분석 훈련을 해야한다. 수학문제에 풀이와 정답이 있다면 예술작품에는 캡션의 설명이 있다. 그러나 지적 훈련의 예제로서 예술작품에는 정답이 없고 수많은 해석만 있는데, 캡션은 하나의 해석 방식을 제시할 뿐이다. 나도 이렇게 접근해보고 캡션의 접근도 이해하고 내 생각과 비교해보는 그런 생각의 시간을 갖느라 유럽인들이 미술관에서 그렇게 작품 앞에서 오래 있는 것이다. 이과는 정답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만 창작자에게는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냐 아니냐만 중요하다. 이과는 맞다 vs 아니다의 이분법으로 말하지만 창작자는 설득력이 있다 vs 설득력이 없다, 이런 점에서는 설득되고 이런 점에서는 설득되지 않는다의 다중 접근을 취한다.


미국 수능인 AP 미술사에서 채점 기준에 역사적 사실에 얼마나 들어맞느냐에 대한 부분은 거의 없었다. 몇 년도 작품이냐를 정확히 모르면 대략 몇 세기 작품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그게 설령 약간씩 어긋나도 전체적으로 만점을 받는데 큰 문제는 아니었다. 물론 20세기 작품을 선사시대라고 말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전한길 강사가 소리치며 비판한 공무원 한국사 시험 만큼 도표를 달달 외워야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시각적 분석을 잘 했는가, 큰 역사적 배경과 의의와 설득력있게 잘 서술 했는가에 있었다. 나는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고, 선진국 미술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시험의 형태로 탬플릿화 되어 교육 받기 이전에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관에 자주 다니며 작품을 보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했고, 그 훈련의 결과 매의 눈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미술사 책은 대부분 작품을 누가 만들었고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떤 사람과 교류했고 작품을 왜 만들었으며 하는 이야기로 가득차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게 예술을 감상하는 핵심은 아니다.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를 자기의 언어로 말해볼 수 있어야하고, 큐레이터의 캡션을 풀이예제 삼아 자기 생각과 비교해볼 수 있어야하고, 시각적 조형적 요소가 작가의 메시지를 어떻게 드러내는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어야한다. 나는 이러한 지적 훈련이 앞으로 백제형 문화 네트워크 제국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진국 시민들이 기본적으로 자연스럽게 탑재하고 있는 '보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것이 작가가 원래 의도한, 작품과 관객이 직접 대면하게 하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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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를 속여라! 다크패턴 - 기만적 UX/UI의 유혹을 피해 고객 신뢰를 얻는 윤리적 디자인으로 가는 길
나카노 유키 지음, 장건희 옮김 / 책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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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저메키스 Robert Zemeckis 감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했다.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1. 포레스트 검프(1994)이후 약 30년만에 톰 행크스와 로빈 라이트가 만났다. AI로 디에이징 기술을 써서 화제가 되었다. 톰 행크스의 어린 시절은 괜찮았지만 음성이 전혀 10대 같지 않아서 위화감이 있었다.


2. 영화에서 카메라는 고정되어 한 시각을 고정하고 있는데, 화면의 일부를 브리콜라주로 표현하고, 인물을 레이어화해서 페이드인, 아웃으로 움직인다. 한 화면에 여러 시대가 섞여있기도 하다.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성장과 몰락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대의 여러 형태의 가족을 등장시키면서 만남, 임신, 독립, 죽음, 장례 같은 개별 주제에 맞춰서 등장시키는 재밌는 연출을 사용했다. 기왕 여러 세대가 겹쳐있다면 모두가 동시에 결혼하고 임신하고 성장하는 것에 비해 이렇게 카드 게임 하는 것처럼 일부 패를 꺼내서 보여주고 덮어두고 하는 연출이 더 흥미롭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같은 의식의 흐름도 일부 차용한 것 같다. 하지만 중심을 잡기 위해 메인에는 참전군인 아버지 알(Paul Bettany분), 화가가 되고 싶었으나 현실에 순응한 리차드(Tom Hanks분)와 그의 딸 바네사(Zsa Zsa Zemeckis)의 이야기다.


영화 후반부에 리차드는 치매 걸린 마가렛과 함께 다시 집을 보러 오고 그때서야 카메라가 이동하며 카메라의 뒷편과 집 전경을 보여준다. 전혀 움직이지 않던 카메라가 엔딩에 와서 드디어 움직이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중간에 뒷편을 보여주기 위해 해리스네가 이사 중 가구를 움직이다가 가구에 붙은 거울을 통해 뒷배경을 보여주었다. 이어서 브리콜라주로 마가렛의 얼굴을 동시에 보여주는 신도 있었다.


3. 이 영화는 미국사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1492년 이전은 다루지 않는다. 그 점에서 한국사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공룡 출현에서 번성했던 쥐라기를 거쳐 백악기 말 운성 충돌로 인한 빙하기 이후 바로 콜럼버스 이전 시대로 넘어 간다. 선콜럼버스 시대(pre-columbian period)는 1492년 이전의 시기로 미국사와 미국미술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분야이다. 선주 아메리카 시대라고도 한다.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중생대부터 시작하라고 했으면 고조선, 삼국, 신라, 고려를 다 거쳐서 조선 성종 23년까지 도달해야한다.

미국사이므로 공룡과 빙하기 다음은 미국 원주민이고 그 다음이 대략 18세기 식민지 시기 백인들이다. 이 감각이 미국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미국사 교과서의 1장은 선컬럼비아시대이고 이는 지구사, 교류사, 생태사 같은 느낌이다. 2장부터 식민지사가 시작하는데 사실상 영국사와 유럽사라고 볼 수 있다. 최소한 유럽사를 끼지 않고 미국사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 다음 현대사는 몰빵이다. 너무 많은 사람 너무 많은 사건이 나와서 이해가 어렵다. 미국 예능계 생각해보면 된다. 너무 많은 셀레브리티가 있어서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다. 수직으로 다룰 시간 감각을 수평으로 확장해버렸다고 생각하면 된다.


4. 나오는 가족들을 대략 기억나는대로 정리해보자면

1) 공룡(인류세의 중요한 일원이므로 포함)


2) 미국 원주민 부족(키스신과 장례신이 나온다)


3) 식민지 시기(뒤에 큰 집 주인 윌리엄 프랭클린과 아들, 손자. 정비되지 않은 진흙 도로에 흑인 노예가 마차를 돌에 궤어 마차 바퀴를 빼내는 신도 있고 독립전쟁에서 영국인들을 이겼다고 말하는 신도 있다)


4) 화면의 초점이 되는 집을 지은 비행광 신사의 가족. 딸은 바이올린을 켜고, 신사는 aviation is the future이라고 말하는 비행광이다. 독감-1918년 spanish flu로 죽은 것을 보아 20세기 초의 인물이다. 남편이 죽고 집을 팔고 이사간다. 집의 첫 주인.

(중간에 이외에 또 다른 19세기 가족이 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


5) 미국이 대전으로 인해 호황을 맞았을 시기의 20세기 사이 발명가-아티스트 가족. TV가 새로 등장하고 있고, 와이프는 움직이는 화면 나오는 라디오라고 말한다. 남편이 개발한 발판 의자 릴렉시보이가 TV와 페어링이 잘 될 것 같아 상품성이 있어서 기업과 계약을 맺는다. 와이프는 진공청소기를 몰면서 춤을 춘다. 대략 1930-40년대 음악이다.


6) 이 영화의 주 대상이 되는 참전군인 출신 알과 와이프가 이사온다. 집의 세 번째 주인이다. 포탄이 근처에서 터져서 귀가 잘 안들린다. 알코올 중독이다. 친구 테드를 집에서 잃는다. 이후 집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아내에게 필요한 신경재활센터가 근처에 있는 플로리다 요양원에 갔다가 와이프와 사별하고 집에서 죽기 위해 돌아온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돌봄이 생각난다.


7) 알의 아들 리차드가 마가렛과 결혼하고, 마가렛은 시부모를 모시면서 산다. 이게 대략 2차대전 이후 50년을 다루고 있다.

린든 존슨 때문에 주택 대출이 9%라고 했던 부분에서 대략 60년대 느껴진다. 아버지는 필라델리피아 지역을 다 외울 정도로 영업사원 하는데 실적 부진으로 인해 구조조정 시기에 잘리고 이후 진공청소기 또 판다. 20년에 걸쳐서 주택 대출은 다 상환했다. 부인이 임신해서 여기서 살고 싶다고 해서 산 집의 가격이 당시 돈 3400달러였다. 이후 아들에게 다 물려주고 리차드는 10만 달러에 팔았다. 장남인 리처드는 미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생명보험회사 다녔다. 승진은 못한다. 마가렛과 결혼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딸은 가족의 첫 대학생이고 헤비메탈에 취했던 반항기 있던 10대였는데 로스쿨에 거쳐 로펌의 시니어 파트너가 되며, 엄마와 파리 여행도 간다. 삼남 지미는 해군에 입대했다.


8) 집 팔고 난 다음 세대로 흑인(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족 해리스네가 있다. 집을 관리해주던 라켈은 냄새를 못 맡다가 죽는데 코로나 팬데믹시기일 것이다. 아들 생일 축하파티를 하는데 아시아계도 여럿 보인다. 아들이 운전면허를 따고나서 속도 위반 걸렸을 때 총 맞지 않기 위해 경관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버지가 교육하는 장면이 아주 길게 나온다.

19세기에 해당하는 두 가족이 나온다. 남북전쟁이나 유럽풍의 복식을 입은데서 알 수 있다. 이들이 앞선 건축물(프랭클린이 살았다고 한)의 주인이 되겠다.


5. 미술팀이 미술만 하는 게 아니라 역사연구도 아주 자세하게 했어야했다.

소파의 브랜드, 재질 같은 것. 다이얼 전화기에서 유선전화기에서 안테나 있는 무선전화기를 거쳐 스마트폰까지의 변천사.

나오는 온갖 소품들의 고증들... 쉽지 않다. 고생했을 거다. 


6. 아이들이 놀 때 부르는 노래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I HAD A LITTLE BIRD, IT’S NAME WAS ENZA, I OPENED THE WINDOW, AND IN-FLU-ENZA이고 1919 스페인 독감 때 많이 불렀다. enza라고 하는 새가 들어온다. 안으로 인(in) + fly 대신 플루 + enza. In Fly Enza이다.


다른 하나는 Ring Around the Rosie이다. 이건 식민지 시대, 대공황 등에 많이 불렀던 것 같은데, 중요한 파트는 마지막에 "주저 앉는다!" 부분이다.


7. 마가렛은 리차드와 자신만의 집을 지어 독립되 공간에서 살고 싶었지만 평생 시부모와 함께 살았고 그 꿈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 마가렛이 이렇게 복작복작한 곳에서 살기 싫다고 말하는데 해당하는 영어는 commune꼬뮌이다.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살던 바글바글한 공동체읻네, 각본도 잘 썼고 이를 한국어로도 잘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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