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저메키스 Robert Zemeckis 감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했다.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1. 포레스트 검프(1994)이후 약 30년만에 톰 행크스와 로빈 라이트가 만났다. AI로 디에이징 기술을 써서 화제가 되었다. 톰 행크스의 어린 시절은 괜찮았지만 음성이 전혀 10대 같지 않아서 위화감이 있었다.


2. 영화에서 카메라는 고정되어 한 시각을 고정하고 있는데, 화면의 일부를 브리콜라주로 표현하고, 인물을 레이어화해서 페이드인, 아웃으로 움직인다. 한 화면에 여러 시대가 섞여있기도 하다.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성장과 몰락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대의 여러 형태의 가족을 등장시키면서 만남, 임신, 독립, 죽음, 장례 같은 개별 주제에 맞춰서 등장시키는 재밌는 연출을 사용했다. 기왕 여러 세대가 겹쳐있다면 모두가 동시에 결혼하고 임신하고 성장하는 것에 비해 이렇게 카드 게임 하는 것처럼 일부 패를 꺼내서 보여주고 덮어두고 하는 연출이 더 흥미롭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같은 의식의 흐름도 일부 차용한 것 같다. 하지만 중심을 잡기 위해 메인에는 참전군인 아버지 알(Paul Bettany분), 화가가 되고 싶었으나 현실에 순응한 리차드(Tom Hanks분)와 그의 딸 바네사(Zsa Zsa Zemeckis)의 이야기다.


영화 후반부에 리차드는 치매 걸린 마가렛과 함께 다시 집을 보러 오고 그때서야 카메라가 이동하며 카메라의 뒷편과 집 전경을 보여준다. 전혀 움직이지 않던 카메라가 엔딩에 와서 드디어 움직이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중간에 뒷편을 보여주기 위해 해리스네가 이사 중 가구를 움직이다가 가구에 붙은 거울을 통해 뒷배경을 보여주었다. 이어서 브리콜라주로 마가렛의 얼굴을 동시에 보여주는 신도 있었다.


3. 이 영화는 미국사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1492년 이전은 다루지 않는다. 그 점에서 한국사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공룡 출현에서 번성했던 쥐라기를 거쳐 백악기 말 운성 충돌로 인한 빙하기 이후 바로 콜럼버스 이전 시대로 넘어 간다. 선콜럼버스 시대(pre-columbian period)는 1492년 이전의 시기로 미국사와 미국미술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분야이다. 선주 아메리카 시대라고도 한다.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중생대부터 시작하라고 했으면 고조선, 삼국, 신라, 고려를 다 거쳐서 조선 성종 23년까지 도달해야한다.

미국사이므로 공룡과 빙하기 다음은 미국 원주민이고 그 다음이 대략 18세기 식민지 시기 백인들이다. 이 감각이 미국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미국사 교과서의 1장은 선컬럼비아시대이고 이는 지구사, 교류사, 생태사 같은 느낌이다. 2장부터 식민지사가 시작하는데 사실상 영국사와 유럽사라고 볼 수 있다. 최소한 유럽사를 끼지 않고 미국사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 다음 현대사는 몰빵이다. 너무 많은 사람 너무 많은 사건이 나와서 이해가 어렵다. 미국 예능계 생각해보면 된다. 너무 많은 셀레브리티가 있어서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다. 수직으로 다룰 시간 감각을 수평으로 확장해버렸다고 생각하면 된다.


4. 나오는 가족들을 대략 기억나는대로 정리해보자면

1) 공룡(인류세의 중요한 일원이므로 포함)


2) 미국 원주민 부족(키스신과 장례신이 나온다)


3) 식민지 시기(뒤에 큰 집 주인 윌리엄 프랭클린과 아들, 손자. 정비되지 않은 진흙 도로에 흑인 노예가 마차를 돌에 궤어 마차 바퀴를 빼내는 신도 있고 독립전쟁에서 영국인들을 이겼다고 말하는 신도 있다)


4) 화면의 초점이 되는 집을 지은 비행광 신사의 가족. 딸은 바이올린을 켜고, 신사는 aviation is the future이라고 말하는 비행광이다. 독감-1918년 spanish flu로 죽은 것을 보아 20세기 초의 인물이다. 남편이 죽고 집을 팔고 이사간다. 집의 첫 주인.

(중간에 이외에 또 다른 19세기 가족이 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


5) 미국이 대전으로 인해 호황을 맞았을 시기의 20세기 사이 발명가-아티스트 가족. TV가 새로 등장하고 있고, 와이프는 움직이는 화면 나오는 라디오라고 말한다. 남편이 개발한 발판 의자 릴렉시보이가 TV와 페어링이 잘 될 것 같아 상품성이 있어서 기업과 계약을 맺는다. 와이프는 진공청소기를 몰면서 춤을 춘다. 대략 1930-40년대 음악이다.


6) 이 영화의 주 대상이 되는 참전군인 출신 알과 와이프가 이사온다. 집의 세 번째 주인이다. 포탄이 근처에서 터져서 귀가 잘 안들린다. 알코올 중독이다. 친구 테드를 집에서 잃는다. 이후 집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아내에게 필요한 신경재활센터가 근처에 있는 플로리다 요양원에 갔다가 와이프와 사별하고 집에서 죽기 위해 돌아온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돌봄이 생각난다.


7) 알의 아들 리차드가 마가렛과 결혼하고, 마가렛은 시부모를 모시면서 산다. 이게 대략 2차대전 이후 50년을 다루고 있다.

린든 존슨 때문에 주택 대출이 9%라고 했던 부분에서 대략 60년대 느껴진다. 아버지는 필라델리피아 지역을 다 외울 정도로 영업사원 하는데 실적 부진으로 인해 구조조정 시기에 잘리고 이후 진공청소기 또 판다. 20년에 걸쳐서 주택 대출은 다 상환했다. 부인이 임신해서 여기서 살고 싶다고 해서 산 집의 가격이 당시 돈 3400달러였다. 이후 아들에게 다 물려주고 리차드는 10만 달러에 팔았다. 장남인 리처드는 미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생명보험회사 다녔다. 승진은 못한다. 마가렛과 결혼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딸은 가족의 첫 대학생이고 헤비메탈에 취했던 반항기 있던 10대였는데 로스쿨에 거쳐 로펌의 시니어 파트너가 되며, 엄마와 파리 여행도 간다. 삼남 지미는 해군에 입대했다.


8) 집 팔고 난 다음 세대로 흑인(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족 해리스네가 있다. 집을 관리해주던 라켈은 냄새를 못 맡다가 죽는데 코로나 팬데믹시기일 것이다. 아들 생일 축하파티를 하는데 아시아계도 여럿 보인다. 아들이 운전면허를 따고나서 속도 위반 걸렸을 때 총 맞지 않기 위해 경관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버지가 교육하는 장면이 아주 길게 나온다.

19세기에 해당하는 두 가족이 나온다. 남북전쟁이나 유럽풍의 복식을 입은데서 알 수 있다. 이들이 앞선 건축물(프랭클린이 살았다고 한)의 주인이 되겠다.


5. 미술팀이 미술만 하는 게 아니라 역사연구도 아주 자세하게 했어야했다.

소파의 브랜드, 재질 같은 것. 다이얼 전화기에서 유선전화기에서 안테나 있는 무선전화기를 거쳐 스마트폰까지의 변천사.

나오는 온갖 소품들의 고증들... 쉽지 않다. 고생했을 거다. 


6. 아이들이 놀 때 부르는 노래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I HAD A LITTLE BIRD, IT’S NAME WAS ENZA, I OPENED THE WINDOW, AND IN-FLU-ENZA이고 1919 스페인 독감 때 많이 불렀다. enza라고 하는 새가 들어온다. 안으로 인(in) + fly 대신 플루 + enza. In Fly Enza이다.


다른 하나는 Ring Around the Rosie이다. 이건 식민지 시대, 대공황 등에 많이 불렀던 것 같은데, 중요한 파트는 마지막에 "주저 앉는다!" 부분이다.


7. 마가렛은 리차드와 자신만의 집을 지어 독립되 공간에서 살고 싶었지만 평생 시부모와 함께 살았고 그 꿈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 마가렛이 이렇게 복작복작한 곳에서 살기 싫다고 말하는데 해당하는 영어는 commune꼬뮌이다.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살던 바글바글한 공동체읻네, 각본도 잘 썼고 이를 한국어로도 잘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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