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저께 후쿠오카 열차 급정지 사고(2명 경상)
차량운전사의 모자가 선반 위에서 떨어져서 비상 브레이크를 눌렀기 때문
세상엔 이런 일도 있구나
하며 운의 신비, 인간과 사물의 동맹,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대해 생각해본다.
모자가 브레이크를 눌렀다니. 세계는 인간의 손에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구나.
기계 고장이나 시스템 결함이 아니라 선반 위에서 굴러떨어진 운전사의 합성섬유 모자가 부드럽게 흔들리다 쿵 떨어져 덜컹대며 움직이던 강철 덩어리를 멈추게 한다는 아이러니.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구조보다 작은 오차가 우리를 휘청이게 만든다.
일상의 질서 속에서 가장 사소한 물체가 체계적인 계획을 무너뜨리고 중대한 사태를 촉발하는 순간, 여기서 우리는 운이라는 이름의 볼 수 없는 힘이 얼마나 정교하게 인간의 계산을 깔깔 비웃는지를 깨닫는다.
우리는 시스템이 합리적으로 설계되었다고 믿지만 모자 하나의 예측할 수 없는 추락이 철로를 달리던 전차를 멈추게 한다는 점에서
합리성의 외곽에 여전히 틈새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과학이 포착할 수 없는 빈틈과 에움길을 걸어가는 우리는 그루잠 속에서 새로이 번뜩이며 눈뜬 의식에 의해 다른 가능성으로 인도된다.
인간은 예측과 통제라는 장치로 현실을 정리하나 실상 진정한 위협은 거대한 폭발이나 구조적 붕괴가 아니라 의외성 자체일 수 있다. 사고는 커다란 균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 눈에 띄지 않는 파편, 인력의 미필적 고의에서 비롯될 수 있다. 안전 매뉴얼이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질서가 가장 연약한 물체에 무너진다. 기술 안전과 관리 체계의 허점을 찾기보다는 우연이 확률의 구조 속에 어떻게 편입될 수 있는가를 묻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관리자가 추구해야하는 방향은 완전한 안전이 아니라, 우연과 예측 불가능성을 전제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라는 겸손한 태도일테다.
우리는 비상 브레이크를 누르는 주체가 언제나 인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사물의 우연한 움직임이 인간을 대신하여 결정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브루노 라투르의 사물-동맹 네트워크를 생각나게 한다. 기술과 인간 중심적 질서가 지닌 자만심은 여기서 무너진다.
이성의 큰길 곁에는 언제나 에움길 하나쯤이 열려 있다. 논리의 인드라망에 걸리지 않는 아스라한 틈새에서, 윤슬처럼 번뜩이는 대안적 사유가 자라난다. 새로운 세상을 예비하는 혜윰이 아스라이 움트고 명징한 판단력을 자랑하는 가라사니의 빛이 과학의 렌즈로만 보았던 가온길을 비춘다.
후쿠오카 열차 사고 유투브 영상 출처: 닛테레
https://www.youtube.com/watch?v=9NmoNotG7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