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가 1981년에 제시한 포지셔닝 이론은 하나의 브랜드가 소비자의 인지 체계 속에 특정한 연상 구조로 자리 잡으면 그 이미지가 장기간 고착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대손손 마케팅의 십계명으로 내려올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90년대 이후에는 심리학의 세분화와 학제간 융합 연구가 확산되면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결합한 행동경제학의 틀 안에서 넛지 이론이 부각되었다. 이를 활용한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의 무의식적 선택편향과 제한된 합리성을 활용하여 입지를 공고히할 수 있었다.
10년대 이후에는 뇌과학의 비약적 진전과 더불어 신경마케팅으로 확장되었다. 반복노출을 통해 각인된 광고는 대뇌피질의 전두엽에 저장되어 브랜드 이미지 연상이 장기적으로 강화된다.
특히 새로운 세대와 시장을 선점해 영향력을 지속하고 싶은 샤넬 구찌 등의 명품 브랜드가 KPOP스타를 활용할 때 소비자의 의사결정 과정을 선제적으로 구조화하는 포지셔닝 전략을 사용한다
어떤 브랜드나 제품이 한 세대를 풍미해서 초유의 이득과 명성을 얻었을 때 그 장점과 동시에 단점도 극명해진다. 브랜드 이미지가 그 세대와 너무 고착되는 것이다. 예컨대 히피문화, 메탈, 뽕 같은 문화 아이콘은 어떤 시대를 자동적으로 연상시킨다.
할머니 세대인 캐서린 수잔이 입은 옷을 딸 세대인 제니퍼는 거부하고, 에밀리 이모가 입은 옷을 청소년 세대인 조이와 로지는 입고 싶어하지 않다. 퀄리티 문제가 아니라 이미지가 올드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윌리엄이 몰고 다닌 자동차를 데이빗이 물려받아 엘리야가 타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감가상각의 문제가 아니라 가오가 상하기 때문이다.
숙자 말자의 화장 스타일을 혜경 지영이 따라한다? 지혜 영숙이의 패션을 서윤 채연이가 답습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업은 열심히 경주했던 모든 업적이 옛 레거시가 되어간다. 힙한 뉴브랜드에게 기존 입지를 잃지 않기 위해 셀레브리티를 기용한다. 기존 브랜드 톤앤매너를 맞추면서도 새로운 디자인을 더해 만든 제품을 최대한 다양하게 많이 입히고 SNS에 많이 노출시킨다. 그래서 그 셀레브리티를 바라보는 수많은 새로운 세대를 교육한다. 그들의 뇌에 이미지를 입힌다. 그래서 좋고 새롭다고 인식되게 만든다. 그들이 나중에 돈을 벌 30대가 되었을 때 구매할 수 있게 만든다.
새롭게 포지셔닝하려는 전략 속에서 KPOP스타의 가치는 높다. 한중일 동남아 MZ뿐 아니라 동유럽 남아메리카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기 때문. 스타가 거느리고 있는 팬층의 나이대와 다양성과 커버력을 생각했을 때 브랜드 이미지를 리뉴얼하기에 절묘하게 좋은 선택지다.
제품을 구매할 다음 세대나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발굴하지 못하면 브랜드는 퇴화해 기존 지위를 잃고 밀려나고 만다. 그러니 기존 브랜드는 미래에 새로 나올 브랜드와 싸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ㄷ. 아 이제 역에 도착해서 나가야 되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