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미 서울 2025년 올해의 작가상 갔다와서 다른 세 명은 간략하게 설명했는데 언메이크랩은 설명안했다. 그 날 시간관계상 아직 영상을 다 못 봤기 때문. 일단 전시장에 있는 작가의 소중한 작품은 최대한 다 보고 나서 이를 소재로 쓸 글이 있을 때만 내 문체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 전시사진만 올리는 것은 다른 이들이 해준다. 나는 홍보용 글은 쓰지 않는다. 그리고 다 보지 않거나 직접 가지 않고 쓰는 것은 지양한다. 우선 나 자신에게 정직하고 싶고, 입보다 눈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싶다. 아는 것만 말하고 모르는 것은 안 말하고 싶다. 참 불편하고 힘들다. 영상작품 다 보느라 과천에서 개관에서 폐관까지 한 끼도 안 먹고 다 보려했다(그 날 장애를 다룬 마지막 한 작품만 제외) 서울시립 미술관, 특히 평창아카이브의 경우 남들은 휙 둘러볼 것은 나는 한나절이 걸렸다. 책도 마찬가지다 끝까지 다 읽은 것만 말하려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세히 온전히 다 감상하는 게 독자의 의무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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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고고학 읽었다.


뒤르케임 후설 같은 이론가, 우메다 이다 의례분석, 시간의 선형성과 로컬리티 탐구 같은 부분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200페이지의 도표와 그 분석이 인상적이다.


육아맘, 육아파파, 교사와 회사원에게 큰 인사이트


주장의 고갱이는 시간은 돈과 달리 저장이 불가능해 순간의 선택이 곧 기회비용이 되므로 육아, 교육, 업무에서 비싼 시간과 싼 시간을 구분해 배치하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


즉, 수요가 몰리는 순간을 줄이고 여유 시간에 대체 활동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시간 관리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귀찮은 일 대신해 주는 고마운 채선생에게 번역해달라해서 복붙한다


마지막으로, 그림 20.4는 전체적인 수요-공급 상황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시간 수요(a)는 일정 제약에 따라 시간 구간(예를 들어 하루)의 각 지점에서 변동합니다. 시간 수요는 총량 면에서 시간 공급(b)과 같게 표시되지만, 분포는 균등하지 않습니다. 다음 그림(c)은 ‘불가능한’ 시간 공급을 보여주는데, 즉 시간 수요가 시간 공급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시간 수요는 충족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은 돈과 달리 저장해 두었다가 수요가 가장 큰 순간에 꺼내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은 발생하는 순간 특정 활동에 사용되어야 하며, 그 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반면에 사용하지 않은 돈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제외하면) 이후에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림 20.4는 ‘가능한 시간 공급’과 체계 내의 ‘초과 수요’를 보여줍니다.


합리적인 시간 공급/수요 체계의 수정은 아마도 과잉된 시간 수요를 요구하는 프로젝트를, 수요가 부족한 시간 자원을 활용하는 대체 프로젝트로 바꾸는 데 목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즉,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비싼’ 시간을 ‘저렴한’ 시간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집단적 기회비용은 (시공간 속 활동 배치에서 발생하는 ‘틈’처럼) 어떤 경험적 시간 자원 배분에서도 발생하듯이, 사회 전체의 프로젝트 실현 과정에서도 나타납니다.


마찬가지로 개개인 역시 인구 구성원으로서 하루라는 프리즘 속에서 특정한 경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다른 가능한 선택지를 포기하는 개인적 기회비용을 감수하게 됩니다



(참고로 짧게 끊는 단타형, 용언중심 한국어라는 도착어의 특성을 못 살리고 서양어의 분사 수식과 관계사절을 그대로 옮겨와 이해가 안되는 번역투로 일관하는 불친절한 책을 읽을 바에는 원서로 읽는게 낫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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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박서보재단 차고 옆 엘베가 있는 자투리공간을 사용한 전시실 26sqm.

여기서 전시한 작가는 다른 강소 갤러리에서도 주목하곤한다. 예컨대 김찬송(파이프) 김진희(디스위켄드룸) 등

9월부터는 이근민 작가 작품이 걸렸다.



이근민, Psychiatrist’s Head, 2023, Oil on canvas, 100x10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es Projects, Seoul



이근민, Body Construction, 2023, Oil on canvas, 227x182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es Projects, Seoul



전시 기획한 박승호의 글이 인상적어서 공유한다


이근민의 회화는 환각의 잔상과 신체의 내면을 감각적으로 역산(逆算)하는 언어다. 그의 캔버스에는 비정형의 장기, 내장의 덩어리, 혹은 분절된 사지의 파편들이 떠다닌다. 화폭은 낯선 생물의 표피처럼 박동한다. 


어떤 작품에서는 상처 입은 조직처럼 들쑥날쑥한 붉은 덩어리들이 꿈틀대고, 또 어떤 작품에서는 응시하는 눈망울들이 해체된 육체 사이에서 고립되어 떠돈다. 색채는 육혈색과 냉색 사이를 진동하며, 마치 감정의 체온을 기록하듯 변증법적으로 배치된다. 피와 살의 기운, 병적인 아름다움, 차가운 감정의 응고가 동일한 화면에서 교차하고 겹쳐진다.

이 형상들은 인체의 해부학적 재현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체가 감당할 수 없는 심리적 중압과 이름 붙여지지 못한 고통을 부유하는 형태로 시각화하는 데 집중하며 감각의 주체, 그 ‘고통받는 자아’를 지속적으로 호출한다. 작업의 발아점은 개인적인 병력, 그 중에서도 경계성 인격장애와 그로 인한 환각의 경험이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고백적 언어로 끌어오는 대신, 재현 불가능한 감각을 시각적 징후로 환기시킨다.


https://parkseobofoundation.org/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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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편도선 - 오싹오싹 친구들! 토토 징검 다리 1
에런 레이놀즈 지음, 피터 브라운 외 그림 / 토토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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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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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위원의 신간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리>는 세 가지 이유에서 좋다.


1) 잘 읽히고 2) 명확한 근거와 시각화 자료로 논거를 뒷받침하며

3) 다른 책에서 없는 디테일과 국제적 사례를 다루어 흥미롭다


잘 읽히는 이유는 저자 본인이 궁금했던 개인적 질문에서 시작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과정을 우리가 차분히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흡입력이 있고 저자가 이해했던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니 이해가 쉽다


기존 교수나 지식인이 학술대회에서 하듯 전반부는 시간 부족, 배움 부족, 학벌 부족 등 온갖 부족함 타령하면서 방어기제를 쌓다가 후반부에서는 갑자기 거만한 태도로 돌변해 대답도 할 수 없는 옛 이론가과 우리말을 이해못하는 외국학자들을 맹비난하다가 배움이 부족한 젊은 세대를 쯧쯧 한탄하며 가르침 없는 독백을 하는 것과 사뭇 다른 태도다.


나도 몰랐는데 우리 함께 알아볼까? 따뜻하게 리드하면서 겸손하되 자존감 있는 태도로 지식을 알려주는 사람이 귀하다. 최준영이 그 한 명이다.


통계나 디테일은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 한국인은 대체적으로 똑똑한 편이라 세계 방방곡곡의 전문가들이 등판해 이 나라의 사례는 이렇다 이 부분은 달리 봐야한다 하면서 조언을 주면 고칠 수 있다. 그 논의 과정 자체도 또 하나의 배움이 된다. 


모르는 것은 자신의 단점이 아닌데도 어떤 이들은 상아탑에 있건 없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면 체면이 상하는줄 알고 감추기에 급급하다. 이런 이들 밑에서 과정과 관습에 매여서 탈출하지 못한 채 공부하는 건 참 고생스러운 일이다. 우리에게 설교하지 않으며 지식을 나누는 이가 더 필요하다. 유투브 시대를 잘 만나 훌륭한 선생에게 가르침을 청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박사까지 공부하고 정부에서 오래 근무한 저자 역시 그런 사람들과 더불어 공부했을지 모르겠다. 사람은 훌륭한 스승들이 가득한 무릉도원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라 반면교사들 가운데서 성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 많이 한 오십대 중에 고압적이지 않고, 오래 전 지식을 사골뼈 바스라지게 울궈먹지 않고, 변화하는 트렌드를 꾸준히 따라가는 사람은 참 귀하고 더 가르침을 청하고 싶어진다. 고 이어령 선생도 죽기 전까지 디지털을 공부하셨고 이동진도 여전히 새로운 영화와 책을 본다.


책이 얼마나 잘 읽히는지 첫 장만 문단별로 분석해보자


우선 경제와 주택의 관계를 다룬 1부의 첫 장은 오스트리아로 시작하는데 행정지역까지 자세히 표시했다. 일단 이를 통해 얼마나 디테일을 추구하는지, 경제와 주택을 지리라는 큰 틀에서 해석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다.


문단은 이런 플로우다.


빈이 살기 좋은 이유→인구, 위치 등 도시 개괄→유럽대도시 주택공급 제한적이어서 가격상승 불가피→통계자료로 대도시 임대료 비교(그런데 빈은 파리의 절반이하다)→반값 임대료 그래프로 시각화


일단 이 전개에서 독자는 강하게 몰입하게 된다. 상황설명 속에 주장을 녹여내고, 


왜 빈이 이례적인지 맥락을 짚은 후 통계자료를 제시해 논거를 뒷받침한 뒤 시각화까지 버무렸다. 그 다음은 이렇다.


→가디언지 인터뷰로 뒷받침→월세 비중 높은 유럽상황에서 이례적이라 설명→빈의 낮은 주택 가격은 세 가지 정책 덕분(신규주택, 임대주택 재고유지, 임대주택 재생rehab)→임대주택상황→임대주택면적충분→인구 3만명 증가 당 1만가구 임대주택 신규공급→독일과대비→관리되지않은임대주택은슬럼화 따라서 rehab중요


이후 문단별이 아니라 큼지막하게 정리→공동주택 건설해도 괜찮은 이유(공모전, 가격절감 등)→빈은 원래 최악의 도시→전쟁 후 복구 현명→정부의 조세 및 주택정책이 현명해서 토지효율적 이용 및 보급→대공황 이후 문제와 표준화 및 공정단순화 극복→결론에 이르러 행복한 주거공간의 의미, 그리고 국내 적용의 한계(땅부족)


이렇게 한 장을 다 읽으면 인과관계가 명확히 이해되고 관점이 바로 잡히니 반례를 들거나 다른 사례에 적용하며 생각을 확장해보기도 좋다.


2, 3장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사례도 과하게 한 이념으로 치중해 포장한 일부 선례와는 다르게 생생한 사례를 통해 장단점을 이해할 수 있어 중립적인 시각을 얻기에 좋다. 


동남아에서 부유했던 미얀마가 왜 몰랐했는지도 자극적인 국뽕 유투브 콘텐츠였다면 남은 깎아내리고 우리는 높이기 바빴을텐데 거시적 흐름을 명쾌히 설명한다. 화룡점정은 네피도 수도이전에 대해 '정확히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p111) 이런 겸손한 태도가 책의 신뢰성을 더 강화한다. 


글은 브로커나 미얀마에 없는 성씨를 언급하며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며 마무리하는데 어떤 의미에서 필요없는 잡지식이라고 생각하거나 급한 마무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책, 거시경제사와 같은 큰 관점으로 서술을 이어가다가 미시사를 더해줘서 위트있게 마무리했다고 본다. 작가는 늘 엔딩이 어렵다.


이보다 더 전문적인 자료를 언급하면 논문이지 대중서가 아니다. 아쉬운 부분도 있으나 대중서로서 할만큼은 다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편집부의 비문 감수 부족이 아쉽다. p284 첫 문단 "왜냐하면 중국은 그동안 개혁개방의 첫째가 집단 농장을 해체, 각자가 알아서 하라고 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다시 모은다는 건 감정적으로 쉽지 않다"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된다.


전체적으로 뒷 부분이 아쉽다. 몰입도가 높은 앞 부분에 비해, 12장 인도 13장 플로리다 14장 중국 15장 호주 뒤로 갈 수록 힘이 떨어지고 덜 다듬은 티가 난다.


최근 친구가 캐나다 출장을 다녀와서 자기가 공부하던 시절의 캐나다가 아니라면서 학을 떼었는데 아마 이 책의 5장에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20세기 초반 호황이던 캐나다가 왜 망했을까? 를 다룬 챕터5는 그 이유로 주별로 다른 규제, 생산성 저하, 대도시 주택공급 부족으로 가격상승과 빈부격차 확대, 원자재 수출에 의존해 기술력 부족, 이민자 통합 실패를 꼽는다


얼마나 규제가 통합이 안되어있는지에 대한 예시로 인접해 있는 한 주는 트럭이 밤은 위험하니 낮에만 다니게 하고, 이웃 주는 트럭이 낮에는 위험하니 밤에만 다니게 한 사례를 들어 이해가 쉽다


캐나다 이민자의 무분별한 수용은 쿼터가 없는 학생비자 발급이 원인이다. 대학이 등록금 벌이로 무작정 받다가 사회통합 없이 이민자만 늘어 노인들의 불만이 많다


이외에도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주요국가와 카자흐스탄 사례도 흥미롭다. 거시경제와 지리환경으로 보는 글로벌 비교문화 시리즈가 나오면 좋겠다. 더 많은 예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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