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5가역에 있는 두산갤러리에 다녀왔다


홍이현숙의 퍼포먼스 영상이 눈길을 끈다. 횡단보도를 건너 길을 가려는 행인의 앞을 가로막고 세월호 미수습자 피켓을 들이미는 4분 남짓의 영상이다. 물론 무심히 지나치려는 검은 양복 입은 남성도 퍼포머인데 작가가 집요하게 피켓을 봐달라고 따라오면서 눈앞에 들이미는 것을 계속 뚫고 지나가려고 한다. 무엇이든 뚫는 창과 무엇이든 막는 방패 모순의 고사가 따로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왈츠가 나오더니 둘은 리듬에 맞춰 댄스를 추다가 곡이 끝나면서 각자의 길을 간다. 정치 메시지에 대한 적극 지지자와 적극 거부자의 상반된 반응을 표현한 위트있는 작품이다


북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올해 상반기에 라이벌전으로 홍이현숙 예술가를 집중 조명한 바 있는데 그때도 석불을 락클라이밍하며 매우 꼼꼼히 만지는 모습이라든지 여호와 증인신도인 엄마와 동생에 이끌려 집회를 가서 찍은 영상이라든지 인상적인 퍼포먼스가 많았다. 정치적인 것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상에 대한 끈덕짐이 특징

홍이현숙 〈손 팻말 시위(피케팅)〉(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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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히읗과 샤워에 다녀왔다.


상히읗의 전시는, 전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인스타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번에 했던 Heroes for Ghosts, A Heart is made of many folds전시는 상히읗과 샤워 두 갤러리에서 했던 전시라서 특별했고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마을버스 용산02타고 7분거리에 위치해있지만 물리적 거리는 조금 많이 떨어져보이는 두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하나는 HBC라고 불리는 해방촌이고 다른 하나는 후암동이다. 보통 해방촌은 녹사평역을 통해 가고, 이태원과 함께이해되며, 후암동은 숙대입구역 서울역과 묶이기 때문에 두 지역이 실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협업 전시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반지하에 있는 소규모 전시장은 여러 곳이 있다. 서촌의 갤러리B, 자인제노, 그리다도 있고 성신여대근처 팩션이나 고려대 앞 서우갤러리도 있다. 물론 북촌의 엑스라지나 효창공원의 시청각처럼 주거지역에 간판도 거의 없다시피 숨겨져있는 전시장도 있다. 인구가 밀집되고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만 있을 수 있는 공간형태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갤러리를 하려는 의지가 중요하지 반드시 으리으리한 빌딩을 보유해야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땅값이 싼 지방으로 나가면 가든마냥 거대한 규모의 전시장이 있는데, 그런 전시장은 자차를 타고 나가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심지어 힙지로 세운상가 근처 젠트리피케이션된 옛 공업지역에는 엘베 없는 상가 3-5층에 스페이스유닛4, 엔에이, 더소소 같은 전시장도 있다. 입구를 찾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또 다른 극단적인 예시로는 예술의전당 지하이동통로에 만들어진 서리풀청년아트센터도 생각난다. 어쨌든 소규모나 반지하나 옥상이나 주거지역이나 아무 상관없다. 전시의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그러나 탕, 페로탕, 화이트큐브 등에서 나는 고급진 향기로운 디퓨저향은 기대하기 힘들고 대신 분진, 페인트, 콘크리트냄새와 반지하 특유의 곰팡내가 기다리고 있다. 디렉터의 잘못은 아니다. 공간특징이 그렇다.


양유연의 미러볼 작품은 "댄스플로어 위에서의 황홀한 순간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화면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문득 마주쳤을 때의 섬뜩한 자아 인식의 찰나를 떠올리게한다"라는 설명이 제공되는데 얼굴은 오징어게임2의 skrr로 유명한 빌런 남규(노재원 분)이 생각난다.


모방이라는 공동테마를 11인 작가가 각기 어떻게 해석했는가가 포인트인데 미니어쳐를 만들기도, 같은 인물인데 채도와 명도와 배경을 달리해서 배치해두기도, 한 얼굴을 두 프레임으로 만들어두기도, 병을 디지털로 편집해 건물처럼 보이게만든 사진을 걸어두기도 했다. 공통된 테마에 대한 다양한 작가의 해석을 일관적 해석없이 날것 그대로 널어둔 듯했고 해석은 온전히 보는 이의 몫으로 남겨져있다.


전시 설명에는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창립멤버이자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이었던 시드 바렛의 진품인지 위조품인지 모를 작품이 주축이 된다"라고 쓰여있으나 그보다는 모방이 진실이냐 거짓이냐, 시뮬라크르도 실제인가 아닌가, 진위 논쟁이 중요한가 아닌가 등 현대예술의 핵심적 질문을 작품을 경유해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다.


전통회화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전시는 아니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딱 눈에 띄이는 작품도 없고,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노트와 설명텍스트를 천천히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를 되짚어올라가는 복기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류의 성찰적 감상방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거쳐갈만한 전시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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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커비 울트라 슈퍼 푸푸푸 히어로 2 - 도팡 일당과 환상의 방울! 별의 커비 푸푸푸 히어로
아오키 케이.미카마루 지음, 김지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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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1화부터 4화까지 흐름이 좋다.


이미 대작이 될만한 잠재력은 초반에 증명이 되었다. 원피스나 나루토처럼 시작 흡입력이 좋고 설득력이 있으며 작화가 좋고 세계관의 비밀을 제시하는 순서가 부드럽다.


농구. 여자친구. 사고뭉치에 직진하는 성격. 최대 라이벌. 그리고 고교생에게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여자친구와 그녀의 비밀-바로 주장이 바로 오빠라는 사실.


특히 슬램덩크는 진지(구체적인 작화)와 병맛(캐리커쳐적 표현)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점이 눈에 띈다. 게다가 얼굴 각도에 따라서도 원래 얼굴이 과하게 바뀌지 않는다. 어떤 만화는 옆얼굴 45도 얼굴 등이 너무 달라서 인물의 시각적 연속성이 부족해 몰입도를 떨어뜨리는데 슬램덩크는 덜한 편이다. 특히 전환이 깔끔하고 효율적이다.


교실에서 여학생들-체육관의 남학생들

농구부 주장이라고? - 백호와 치수의 겨루기 12컷(1페이지 후) - 바로 우리 오빠야! -이 고릴라야!


정상적인 상황이면 채소연 친구들은 농구부 주장이 친구 오빠인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체육관에서 농구부 주장과 시합하고 있대! 가 아니라

소연아 지금 오빠랑 빨간머리애가 시합하고 있대! 라고 해야 정확하다.


친한 순서대로 먼저 정보를 전달하고, 나중에 알게 된 사람은 익숙하지 않은 이름대신 신체특징으로 지칭하기 마련이니까.

또한 소연이도 친구들이 농구부 주장이라고 말한 순간, "오빠가?"라고 말해야 정상이다. "농구부 주장이?"이라고 되묻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엄마의 이름이 지영이고 기업 부장이라고 했을 때, 누가 지영부장님이 차사고 나셔서 전화드립니다, 라고 하면 부장님이? 라고 하지는 않는 것처럼


저자는 일부러 이 정보를 12컷 이후로 지연시키고 중간에 승부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영화적 효과를 주었다. 농구부 주장이라고? 우리 오빠잖아! 하고 농구신을 넣는 것과 중간에 삽입하는 것 중 어떤게 더 영화적 연출이 좋은지는 두말할 나위 없다

작가의 의도적인 연출이고 천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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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n-foundation.org/archives/exhibition/%ec%84%a0%ed%8c%85%ec%98%a4%ec%9d%bc-suntint-oil


이태원 언덕길 고급주택가 사이에 위치해있는 캔파운데이션에 다녀왔다. 선팅오일이라는 제목으로 이진형과 조효리 2인전을 하고있다. 들어가는 길목은 북미 상점가처럼 느껴진다.



태양(썬)과 착색(틴트)의 합성어인 썬팅은 콩글리시로 영어권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다. 차량유리의 자외선 차단필름을 지칭하는 이 어색한 조합은 본래 존재하지 않는 언어로서 이질적인 두 감각을 상징하며 태양의 직사광선과 틴트의 차단, 즉, 외부의 에너지를 가리면서 동시에 내부에서 밖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해야하는 불가능한 공존을 의미한다.


뒤틀린 조합은 우리가 세상을 언어로 포착하는 방식과 실제 지각 사이의 어긋남을 드러내는 재밌는 예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언어적 일탈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림이 단순히 대상을 재현하는 수단을 넘어서서 감각을 조정하고 현실 인식을 전환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썬이라는 외부 자극은 걸러내고 동시에 원하는 시지각은 통과시키는 반투명한 막, 틴트는 전시에서 어떻게 나타났는가?


두 상반된 속성의 중간지대에서 감각이 잠시 정지했다가 흘러가는 순간을 포착하기도, 서서히 번져가며 자취를 남기는 점성물질을 보여주기도, 지평선이 서로 다른 시간대의 회화표면에 공존하는 순간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불가능의 동시성을 드러냈다.


이진형 작가는 이미지가 전달하는 메시지보다 그것이 인식되는 방식에 더 초점을 둔다. 내용보다 접근법이다. 작가가 수집한 시각자료는 디지털매체에서 발생하는 불완전함을 드러내는데, 크기 조절과 해상도의 흔들림, 형태의 왜곡을 반복하며 실험한다. 그의 이미지는 즉각적으로 해석되지 않고 찬찬히 볼 때만 서서히 의미를 드러내는 시각적 단서들이다. 작가는 일련의 이미지를 해체하거나 병치하거나 새롭게 재조합하는데, 이러한 구성은 시지각의 구조 자체에 대한 창조적 실험이며, 보는 행위를 탐구하는 과제이다. 이러한 그의 작업에서 회화는 대상을 복제하는 매체가 아니라 감각의 리듬을 조율하는 시각적 언어로 정초된다. 화면은 안료가 덧입혀지는 평면에 머무르지 않고 시각적 정보가 가라앉거나 떠오르는 깊이감 있는 필드로 외연이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보는 이는 시선을 고정하지 않고 분산시키게 되며, 이미지에 몰입하기보다 그 가장자리에서 미끄러지는 듯한 경험을 하게된다. 하여,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보다,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자각한다.


조효리 작가는 시간과 공간의 흐름 속에서 감각의 움직임을 재조립한다. 3D 시뮬레이션으로 활용해서 가상구조를 평면이나 입체로 전환시킴으로서 허상과 실재가 뒤섞이고 내부와 외부 그리고 정과 동이 동시에 존재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작품은 유리 표면, 반사된 이미지, 불분명한 경계 등이 특징인데, 감정의 여운이 잠시 머물렀다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다양한 감각적 층위 위에 부유하면서 따라가고, 문득 자신의 기억과 상상을 겹쳐보게된다. 하여, 보는 이는 무엇을 보는가, 보다는 어떤 존재로서 바라보는가라는 화두에 천착하게 된다.



선팅오일전은 두 작가의 작업세계에 익숙한 이들과 새로 보는 이들 모두에게 새롭게 맥락화된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처음 보는 이들은 각각의 회화세계로 들어서는 관문이 될테다. 이 전시는 보는 이가 그림을 매개로 어떤 감정을 어떻게 느끼는지, 시선이 어떻게 머물렀다가 흘러가는지, 혹은 나는 어떤 존재로서 그림을 바라보는지 등, 각기 다른 생각에 침잠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보는 이는 각자의 속도와 감각으로 작품에 응답하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미 전시는 끝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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