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히읗과 샤워에 다녀왔다.
상히읗의 전시는, 전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인스타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번에 했던 Heroes for Ghosts, A Heart is made of many folds전시는 상히읗과 샤워 두 갤러리에서 했던 전시라서 특별했고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마을버스 용산02타고 7분거리에 위치해있지만 물리적 거리는 조금 많이 떨어져보이는 두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하나는 HBC라고 불리는 해방촌이고 다른 하나는 후암동이다. 보통 해방촌은 녹사평역을 통해 가고, 이태원과 함께이해되며, 후암동은 숙대입구역 서울역과 묶이기 때문에 두 지역이 실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협업 전시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반지하에 있는 소규모 전시장은 여러 곳이 있다. 서촌의 갤러리B, 자인제노, 그리다도 있고 성신여대근처 팩션이나 고려대 앞 서우갤러리도 있다. 물론 북촌의 엑스라지나 효창공원의 시청각처럼 주거지역에 간판도 거의 없다시피 숨겨져있는 전시장도 있다. 인구가 밀집되고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만 있을 수 있는 공간형태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갤러리를 하려는 의지가 중요하지 반드시 으리으리한 빌딩을 보유해야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땅값이 싼 지방으로 나가면 가든마냥 거대한 규모의 전시장이 있는데, 그런 전시장은 자차를 타고 나가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심지어 힙지로 세운상가 근처 젠트리피케이션된 옛 공업지역에는 엘베 없는 상가 3-5층에 스페이스유닛4, 엔에이, 더소소 같은 전시장도 있다. 입구를 찾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또 다른 극단적인 예시로는 예술의전당 지하이동통로에 만들어진 서리풀청년아트센터도 생각난다. 어쨌든 소규모나 반지하나 옥상이나 주거지역이나 아무 상관없다. 전시의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그러나 탕, 페로탕, 화이트큐브 등에서 나는 고급진 향기로운 디퓨저향은 기대하기 힘들고 대신 분진, 페인트, 콘크리트냄새와 반지하 특유의 곰팡내가 기다리고 있다. 디렉터의 잘못은 아니다. 공간특징이 그렇다.


양유연의 미러볼 작품은 "댄스플로어 위에서의 황홀한 순간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화면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문득 마주쳤을 때의 섬뜩한 자아 인식의 찰나를 떠올리게한다"라는 설명이 제공되는데 얼굴은 오징어게임2의 skrr로 유명한 빌런 남규(노재원 분)이 생각난다.

모방이라는 공동테마를 11인 작가가 각기 어떻게 해석했는가가 포인트인데 미니어쳐를 만들기도, 같은 인물인데 채도와 명도와 배경을 달리해서 배치해두기도, 한 얼굴을 두 프레임으로 만들어두기도, 병을 디지털로 편집해 건물처럼 보이게만든 사진을 걸어두기도 했다. 공통된 테마에 대한 다양한 작가의 해석을 일관적 해석없이 날것 그대로 널어둔 듯했고 해석은 온전히 보는 이의 몫으로 남겨져있다.
전시 설명에는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창립멤버이자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이었던 시드 바렛의 진품인지 위조품인지 모를 작품이 주축이 된다"라고 쓰여있으나 그보다는 모방이 진실이냐 거짓이냐, 시뮬라크르도 실제인가 아닌가, 진위 논쟁이 중요한가 아닌가 등 현대예술의 핵심적 질문을 작품을 경유해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다.
전통회화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전시는 아니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딱 눈에 띄이는 작품도 없고,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노트와 설명텍스트를 천천히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를 되짚어올라가는 복기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류의 성찰적 감상방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거쳐갈만한 전시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