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threads.com/@seunghojung_art/post/DL0Plohz6kl?xmt=AQF01FrSrwvBcntTvVnqKB71ZZPbQY6QUi8tv_OpN4Y5Cg





진부령에 전시한 작가 중 도자기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갯수를 걸어놓으셨는데 그 열한 점의 그림에는 꾸밈없는 날 것의 자신이 그대로 드러나있었습니다.


갤러리에 그림을 걸어두는 작가는 가장 잘 팔릴만한 아이를 데리고 올 법도 한데, 가장 세련되고 잘 꾸민, 풀메이크업을 한 자신을 보여줄 법도 한데, 이게 맞나 하면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붓질만 가득한 그림이었어요.


이 방향이 맞는지 한참을 고민하면서 그린 듯하고, 더러는 만듦새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도 같아, 누구는 이게 뭐야 그림 맞아 하면서 스쳐 지나갈 것 같기도 했죠. 금방 뇌리에서 잊히고 망각해버릴 듯한.


그러나 그 너머에 느껴지는 색의 활용이나 붓질에는 한두 번 붓을 쥐어본 솜씨가 아닌 듯한 모습이 언뜻언뜻 포착되어 왜 이 작가는 이렇게 민낯의 자신을 적나라하게 보였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필시 자기가 온전히 표현되는, 자기가 아닌 것은 그려지지 않는 그림 앞에서 온전히 자신과 대면하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추측합니다.


진부령의 그림에 비하면 지금의 이 풍경화들이 더 기법적으로는 세련되고 남들이 보기에도 아 그림이구나 할 법한 것들이지만, 저는 진부령의 그림들이 작가 입장에서는 더 사랑스럽다 느낄 것 같다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도 그 과정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쉬이 공감받을 수 없는 자기 내면과 투쟁의 흔적이 역력한 그림들. 그리는 자신은 누구인가, 나는 왜 그리는가, 이 길이 맞는가, 작가는 언제부터 작가인가, 이 붓질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계속 그릴 수 있을까, 같은 내면의 목소리에 진실되게 응답하는 어떤 젊음의 순간이 그 회화에서는 느껴졌습니다. 10대 초반의 초딩 고학년과 중딩 초반의 아직 덜 자란,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그 어딘가의 자라다만 것 같은 그런 모습의 아이들과 같은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길은 알 수 없습니다. 결과도 모릅니다. 만들 작, 작가는 만드는 사람이고, 매일 만든다라는 사실만 명확할 뿐이죠. 저 멀리 왕복 7시간을 걸려 간 인제군 진부령 미술관에 걸려있는 그 열한 점은 자신에게 가장 떳떳한, 나의 못난 모습 그 자체를 두려움없이 내비치는, 그리하여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작가의 그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내적 쿨타임 소모 이후 시간이 지나서 뮤즈가 찾아와 드디어 쓰는

늦은 진부령 미술관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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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7월 이맘 때 32도로 푹푹 찌는 대만을 여행했었다. 10여년 전 대만에 가자고 나를 꼬신 친구는 대만이 더러운(?) 중국이 아니라 깨끗하고 맛있는(?) 중국이라고 했었는데 작년에 새로 느낀 특징은 습기로 인해 외벽 관리을 할 수 없어 빛이 바래있는데 반해 내부는 쾌적하다는 점이었다. 밖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살 수 있도록


그러나 뚜벅이 여행객은 팔이 빼빼로가 되도록 돌아다녔지. 국립대만박물관에서 체코 성채(샤또와 캐슬)(지에크어 쳥바오 바오디) 전시를 보았고 국가음악청 생활광장(콘서트홀과 테라스)에서 구슬픈 전통음악이 아니라 경쾌한 멜로디에 요란한 기타에 냉소적인 가사의 브릿팝이 흘러나오는 걸 들었다. 한 걸음 성큼 들어간 내부 까페에는 영국 애시드재즈가 배경으로 깔렸고


당대(컨템포러리) 미술관은 퀴어전을 열었는데 윗층 강당에서 숏컷의 보이시한 강사가 프랑스 사상가를 설명하느라 진땀빼고 있었던 게 기억난다


32도의 더위에 냠냠 식사하고 있는 귀요미 다람쥐가 있었다.

오늘 서울은 대구보다 필리핀보다 더 더운 39도를 기록했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에 갖힌 열돔현상 때문이다.


기세 좋게 문을 열었다가

앗 뜨거 하면서 다시 들어갈 정도

이런 한증막 더위는 정말 난생 처음


미국 유럽 일본 대만 중국에 있는 사람들은 믿을 수가 없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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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도시는 영미유럽 등 선진국을 위주로 글로벌화하고

지방은 동남아, 글로벌사우스 등 도상국을 위주로 글로벌화한다


2. 세계화의 초기에는 한국문화 어휘를 영어로 번역했다

사용한 방법은 1) 닥치는대로 번역 2) 느슨한 유비

떡볶이=Korean spicy rice cake

제주도=일본의 오키나와, 프랑스의 크레타,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같은 거야

대충 남쪽에 있는 섬으로 비유한 것


3. 그런데 외국인이 들어와서 한국에 살면서 한국인이 번역하고 비유한 것을 보니 맥락과 뉘앙스가 맞지 않다. 깨어있고 외국어를 잘하는 한국인도 나서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떡볶이는 한국식 매운 쌀 케이크가 아닌 것이다. 제주도, 오키나와, 크레타, 시칠리아는 서로 완전 다른 역사, 문화, 사회를 지닌 곳이다.

문화적 교량 역할 하는 이들은 아직 소수지만 한국이 세상에 많이 알려지면서 이제 한국어휘가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tteokbboki, hwabyeong하는 식으로

세계화의 중기로 넘어간다


4. 그럼 이제 세계화의 중기가 되어가면 어떻게 될까

한국을 허겁지겁 세계의 프레임에 맞게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은 무엇인가? 라는 거울 앞의 자화상 질문, 청소년의 자기정체성 질문을 넘어서

한국이 무엇을 할 수 있나? 라는 행동위주의, 술어위주의 질문을 하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pD7JGu2qpg


봉준호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이탈리아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에 대해 자신이 감상한 수많은 이탈리아 영화을 읊었는데 이것도 우리나라 감독 중 정말 우수한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답변이지만 질문에 정확히 답변한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기자는 이탈리아 시네마에 한국 영화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물어봤을 것이고, 이에 제대로 답하려면 이탈리아의 현재 흐름과 문화적 맥락을 진단한 다음 한국 영화의 강점과 기여방안을 제시해야했다


황동혁 감독이 이 부분이 너무 아쉬운데, 넷플릭스 어느 인터뷰에서 외국인들이 louis sachar의 holes와 오겜이 닮았다고 하는 코멘트에 대해 모른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그래서 그는 봉준호급 거장의 반열에는 들지 못했다. holes는 북미에서 많이 읽히는 소설로 운동화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소년 캠프에 보내진 Stanley Yelnats가 사막에서 구덩이를 파며 가족의 저주와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다. 부당한 상황에 놓인 인물이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하며 숨겨진 진실과 구조적 불평등을 드러낸다는 점이 오겜과 비슷해서 물어봤을 것이다. 오겜의 병정도 마스크를 벗겨보니 어린사람이라는 점에 군대에서 맹목적으로 명령을 따르는 젊은이들에 대한 은유로 읽힐 수도 있었다. 여러가지 시사할 점이 있는데 이 기회를 놓친 것이다.


포인트는, 한국의 작품이 해외의 문예사적 맥락에 틈을 비집고 균열을 내고 기여방안을 제시하면 정전급이 된다는 것이다. 기생충은 한국인들의 나이브한 바램과는 달리 한국풍경을 잘 그려내서 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쟁은 부자와 빈자의 싸움이 아니라 빈자와 극빈자의 싸움이라는 해석이 유효하게 받아들여져서 상을 받은 것이다. 세계인의 보편적인 고민에 결이 맞닿게 자기 작품을 현명하게 포지셔닝한 것이다. 오겜도 그렇게 브랜딩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는데 아쉽다.

앞으로 한국작품이 세계에서 어떻게 보일까, 한국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기보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해봐야한다. 소극적 수용이 아니라, 적극적 기여로 접근방식을 전환해야한다. 우리나라는 ODA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최초의 사례아닌가. 문화에서도 그럴 수 있다. 혹은 그래야한다. 그래야 더 지속가능한 글로벌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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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젓한 사람들 -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김지수 지음 / 양양하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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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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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 일부에는 자기를 보면서 배우는 학생이 있다


공연장에는 아이돌 꿈나무가, 무대에는 배우바라기가, 콘서트홀에는 퓨쳐 뮤지션이, 극장에는 감독이 되고 싶은 시네필이 있고

만화대여점에는 어시가 될 이가, 스크린 앞에는 드라마 각본 작가 지망생이 있다.


부동산 강의 수강생에는 부동산 투자부업을 노리는 사람이 있으며


문학가의 독자에는 습작 중이거나 한때 문학소녀, 문학청년이 강연을 들으러오고


여행 유투버 구독자 중엔 지금은 직장인이지만 언제든 때려치고 훌쩍 떠날 사람이 이합집산해 댓글에 분석을 하다 어느순간 자기채널을 만든다


고등학교 선생님 수업을 듣는 학생은 사범대에 진학해 임용고시를 응시해 초임교사가 되고


대학교 교수 강의를 듣는 학생은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받고 시간강사가 된다


어떤 맥락에서는 어느 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누군가는


사실 자기 작품과 생애로 다음세대를 교육하고 있는 셈


자기를 응시하고 있는 수많은 팬 중에는 어느 시점에는 분기할 계승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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