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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령에 전시한 작가 중 도자기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갯수를 걸어놓으셨는데 그 열한 점의 그림에는 꾸밈없는 날 것의 자신이 그대로 드러나있었습니다.
갤러리에 그림을 걸어두는 작가는 가장 잘 팔릴만한 아이를 데리고 올 법도 한데, 가장 세련되고 잘 꾸민, 풀메이크업을 한 자신을 보여줄 법도 한데, 이게 맞나 하면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붓질만 가득한 그림이었어요.
이 방향이 맞는지 한참을 고민하면서 그린 듯하고, 더러는 만듦새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도 같아, 누구는 이게 뭐야 그림 맞아 하면서 스쳐 지나갈 것 같기도 했죠. 금방 뇌리에서 잊히고 망각해버릴 듯한.
그러나 그 너머에 느껴지는 색의 활용이나 붓질에는 한두 번 붓을 쥐어본 솜씨가 아닌 듯한 모습이 언뜻언뜻 포착되어 왜 이 작가는 이렇게 민낯의 자신을 적나라하게 보였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필시 자기가 온전히 표현되는, 자기가 아닌 것은 그려지지 않는 그림 앞에서 온전히 자신과 대면하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추측합니다.
진부령의 그림에 비하면 지금의 이 풍경화들이 더 기법적으로는 세련되고 남들이 보기에도 아 그림이구나 할 법한 것들이지만, 저는 진부령의 그림들이 작가 입장에서는 더 사랑스럽다 느낄 것 같다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도 그 과정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쉬이 공감받을 수 없는 자기 내면과 투쟁의 흔적이 역력한 그림들. 그리는 자신은 누구인가, 나는 왜 그리는가, 이 길이 맞는가, 작가는 언제부터 작가인가, 이 붓질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계속 그릴 수 있을까, 같은 내면의 목소리에 진실되게 응답하는 어떤 젊음의 순간이 그 회화에서는 느껴졌습니다. 10대 초반의 초딩 고학년과 중딩 초반의 아직 덜 자란,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그 어딘가의 자라다만 것 같은 그런 모습의 아이들과 같은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길은 알 수 없습니다. 결과도 모릅니다. 만들 작, 작가는 만드는 사람이고, 매일 만든다라는 사실만 명확할 뿐이죠. 저 멀리 왕복 7시간을 걸려 간 인제군 진부령 미술관에 걸려있는 그 열한 점은 자신에게 가장 떳떳한, 나의 못난 모습 그 자체를 두려움없이 내비치는, 그리하여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작가의 그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내적 쿨타임 소모 이후 시간이 지나서 뮤즈가 찾아와 드디어 쓰는
늦은 진부령 미술관의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