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도시는 영미유럽 등 선진국을 위주로 글로벌화하고

지방은 동남아, 글로벌사우스 등 도상국을 위주로 글로벌화한다


2. 세계화의 초기에는 한국문화 어휘를 영어로 번역했다

사용한 방법은 1) 닥치는대로 번역 2) 느슨한 유비

떡볶이=Korean spicy rice cake

제주도=일본의 오키나와, 프랑스의 크레타,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같은 거야

대충 남쪽에 있는 섬으로 비유한 것


3. 그런데 외국인이 들어와서 한국에 살면서 한국인이 번역하고 비유한 것을 보니 맥락과 뉘앙스가 맞지 않다. 깨어있고 외국어를 잘하는 한국인도 나서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떡볶이는 한국식 매운 쌀 케이크가 아닌 것이다. 제주도, 오키나와, 크레타, 시칠리아는 서로 완전 다른 역사, 문화, 사회를 지닌 곳이다.

문화적 교량 역할 하는 이들은 아직 소수지만 한국이 세상에 많이 알려지면서 이제 한국어휘가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tteokbboki, hwabyeong하는 식으로

세계화의 중기로 넘어간다


4. 그럼 이제 세계화의 중기가 되어가면 어떻게 될까

한국을 허겁지겁 세계의 프레임에 맞게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은 무엇인가? 라는 거울 앞의 자화상 질문, 청소년의 자기정체성 질문을 넘어서

한국이 무엇을 할 수 있나? 라는 행동위주의, 술어위주의 질문을 하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pD7JGu2qpg


봉준호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이탈리아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에 대해 자신이 감상한 수많은 이탈리아 영화을 읊었는데 이것도 우리나라 감독 중 정말 우수한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답변이지만 질문에 정확히 답변한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기자는 이탈리아 시네마에 한국 영화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물어봤을 것이고, 이에 제대로 답하려면 이탈리아의 현재 흐름과 문화적 맥락을 진단한 다음 한국 영화의 강점과 기여방안을 제시해야했다


황동혁 감독이 이 부분이 너무 아쉬운데, 넷플릭스 어느 인터뷰에서 외국인들이 louis sachar의 holes와 오겜이 닮았다고 하는 코멘트에 대해 모른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그래서 그는 봉준호급 거장의 반열에는 들지 못했다. holes는 북미에서 많이 읽히는 소설로 운동화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소년 캠프에 보내진 Stanley Yelnats가 사막에서 구덩이를 파며 가족의 저주와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다. 부당한 상황에 놓인 인물이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하며 숨겨진 진실과 구조적 불평등을 드러낸다는 점이 오겜과 비슷해서 물어봤을 것이다. 오겜의 병정도 마스크를 벗겨보니 어린사람이라는 점에 군대에서 맹목적으로 명령을 따르는 젊은이들에 대한 은유로 읽힐 수도 있었다. 여러가지 시사할 점이 있는데 이 기회를 놓친 것이다.


포인트는, 한국의 작품이 해외의 문예사적 맥락에 틈을 비집고 균열을 내고 기여방안을 제시하면 정전급이 된다는 것이다. 기생충은 한국인들의 나이브한 바램과는 달리 한국풍경을 잘 그려내서 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쟁은 부자와 빈자의 싸움이 아니라 빈자와 극빈자의 싸움이라는 해석이 유효하게 받아들여져서 상을 받은 것이다. 세계인의 보편적인 고민에 결이 맞닿게 자기 작품을 현명하게 포지셔닝한 것이다. 오겜도 그렇게 브랜딩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는데 아쉽다.

앞으로 한국작품이 세계에서 어떻게 보일까, 한국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기보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해봐야한다. 소극적 수용이 아니라, 적극적 기여로 접근방식을 전환해야한다. 우리나라는 ODA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최초의 사례아닌가. 문화에서도 그럴 수 있다. 혹은 그래야한다. 그래야 더 지속가능한 글로벌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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